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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월모일 Jan 18. 2021

한 문장이면 충분했는데

현의 일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낙원상가의 서울아트시네마를 추억하는 작은 사진전이었다. 천천히 사진을 보아도 아마 10분이 걸리지 않았을 만큼 작은 사진전이었다. 입구이자 출구인 곳에 놓인 방명록 앞에서 나는 망설였다. 뭐라고 적어야 할까…. 함께 한 친구는 나와는 다르게 망설이지 않으며 한 문장을 적었다. 


"우연을 기대하는 마음”


그 한 문장이, 아름다웠다. 

영화학도였던 너와 내가, 아트시네마를 생각한다면 어딘지 모르게 공감할 그런 문장이었다. 친구가 어렵지도 않게 쓴 그 한 문장이 이토록 낭만적일 수가 없었다. 순간 행복했다. 몇 글자만으로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그럴듯해 보였다. 


흉내 내고 싶은 마음에,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써보았는지 모르겠다. 사물에 대해 적기도 했고, 어떤 한순간이나 마음에 대해서 적기도 했다. 나를 위한 글을 쓰기도 했고,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기도 했다. 내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쓰는 글이 굉장한 일이라고 스스로 느끼면서 써 내려갔다. 뿌듯했다. 그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에는 목적이 없어야 하는데, 자꾸만 나는 목적이 생기고만 말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울 수 있는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생각보다 늦게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들이 더는 아름답지 않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현의일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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