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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월모일 Dec 14. 2020

당신의 요리를 제일 먼저 먹고싶어요

세 번째 접시, 야미요 불고기 

8시가 조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번 고기는 지방이 군데군데 깊숙이 있는 편이라 오빠가 고기 손질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오빠는 내게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그런 불고기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유튜버 ‘아미요’채널에서 본 불고기 레시피. 오빠가 챙겨온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이것저것 오빠가 챙겨온 양념만 10가지가 넘었다. 주방 찬장을 연 기분이었다. 

보통의 불고기처럼 모든 재료를 손질한 뒤, 간장양념에 재워 한 번에 볶는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재료를 각각 따로 볶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모든 재료의 맛을 한 겹 한 겹 올리는 그런 맛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맛일까?


고기 손질이 끝난 뒤, 살치살을 큼지막한 크기로 잘라주었다. 생강과 마늘은 충분히 다져주었다. 파와 양파는 너무 얇지 않게 길쭉길쭉 썰어주었고, 새송이버섯과 팽이버섯도 쭉쭉 찢어 준비해뒀다. 야채는 이 정도면 끝! 이제는 가장 중요한 양념장을 만들 차례. 오빠는 오빠의 주방용품이 들어 있는 파타고니아 파우치에서 전자저울을 꺼냈다. 눈대중으로 쓱쓱 요리하는 나와는 다르게 오빠는 정확한 계량을 맛의 비결로 꼽을 사람이었다. 간장, 미림, 식초, 설탕, 소금, 후추, 청주, 물엿, 연두, 참기름,,, 또 뭐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0.1g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채 오빠의 양념 계량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계량을 끝낸 양념들을 트란지아 냄비에 넣고 잘 섞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드디어 팬의 예열이 시작되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미 시계는 10시 반을 훌쩍 넘겼고, 오빠는 이제부터는 금방 끝난다고 말해주었다. 기다린 만큼 더 맛있게 먹어야지 속으로 다짐했다. 


제일 먼저 고기를 겉면만 익혀준 뒤 빠르게 양념장 속에 넣어주었다. 덩어리 채 그대로! 그리고 고기를 구운 팬에 마늘과 생각을 볶아준 뒤, 양파를 볶고, 파를 볶고, 버섯들을 볶아주었다. 야채들이 다 볶아지면 트란지아 양념 냄비 위로 차곡차곡 쌓아주었다. 고기 위의 양파, 그 위에 파, 그 위에 버섯들. 고기, 생강, 마늘, 파, 달큰한 양념들의 조화가 만들어낸 향이 우리 텐트에 가득했다. 맨 처음 넣었던 큼지막한 고기를 꺼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 뒤, 야채에도 양념이 베일수 있도록 살살 뒤적거려 주었다. 마지막으로 팬을 아주아주 뜨겁게 예열해주었다. 그리고 한 번에 팬 위로 모든 고기와 야채 양념을 부어주었다. 순간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름다웠다. 

헬리녹스 테이블 위로 팬 채 불고기를 놓아주고, 각자 햇반 하나씩 준비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평일이라 주변에 다른 텐트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많이 늦은 우리의 저녁. 나는 서둘러 고기부터 한 점 입에 넣었다. 고기를 오물거리며 오빠에게 말했다. 


“불고기는 불고기가 맞아. 근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야 오빠”

맛이 겹겹히 쌓인다는 게 어떤 것일까? 모든 재료가 섞여서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맛이 따로 살아있지만,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맛. 그리고 적당히 잘 쓰인 생강의 향이 불고기의 품격을 엄청나게 상승시켜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고기를 손질할 때부터 오빠는 계속해서 아미요영상을 보면서 그 뒤의 과정을 체크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모든 과정에서 신중하고, 신중하고, 신중했다. 요리가 다 완성된 후, 우리가 함께 맛있게 먹으면서 오빠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밥 한 공기를 비울 때까지 그렇게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오빠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제일 먼저 먹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너의 요리가 내게 위로가 된다면, 세 번째 접시 야미요 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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