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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월모일 Dec 10. 2020

꼭 해주고 싶은 요리가 있어요

두 번째 접시, 솔트배 버터 스테이크

"이번에 정말로 꼭 해주고 싶은 요리가 있어요!"

"어떤 요리인데요?"

"음, 말해줄 수는 없어요, 그날 먹으면 알 거에요!" 


도대체 어떤 요리일까? 캠핑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캠핑 바로 전날 저녁엔 기버터를 꼭 사야 한다고 쿠팡 로켓와우클럽까지 신청했다고 한다. 기버터라니 처음 들어보는 버터인데 심지어 고기만큼 비쌌다. 불현듯 오래전에 오빠가 살며시 보여줬던 요리 동영상이 생각났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고기에 버터를 붓는 그런 느낌이었다.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함께 캠핑을 다닌 지 7개월, 우리만의 짧은 여행에서 오빠가 얼마나 많은 요리를 만들어 줬는지 모르겠다. 내가 영상 찍을 때의 행복을, 오빠는 요리하면서 느낀다고 생각했다. 재료구매, 재료손질, 복잡한 조리과정, 오빠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소한 짜증 한 번 낸 적이 없었다. 오빠에게 요리는 진심이었고,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럴듯한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빠에게 요리가 천직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같았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오빠를 믿어주고 싶었다.


‘솔트배 버터 스테이크’


솔트배 셰프가 만들어서 솔트배 스테이크로 불린다는 이 요리는, 겉면만 살짝 익힌 고기를 슬라이스 한 뒤, 예열된 불판 혹은 접시 위에다가 한 점 한 점 놓아준 뒤 뜨겁게 끓인 버터를 부어 먹는 요리라고 한다. 우리에겐 최고의 불판, 그리들이 있었다. 먼저, 오빠가 손질한 살치살부터 구워주었다. 겉면만 익혀준 뒤 레스팅을 하는 동안, 스노우피크 티타늄컵에 기버터를 옮겨 담아 버터가 물처럼 될 때까지 오랫동안 끓여주었다. 시중에 파는 일반 버터라면 아마 유지방층이 분리가 되고 맑은 느낌이 날 수가 없을텐데, 정제 버터인 기버터는 달랐다. 그 향이 참 좋았다. 

뜨거운 그리들 위에 약간의 버터를 부어준 뒤 오빠는 얇게 슬라이스한 고기를 한 점 한 점 앞, 뒤 골고루 버터를 입혀 그리들의 가장자리에 놓아주었다. 시각, 청각, 후각이 세 감각이 오롯이 불판에 집중되었다. 오빠가 고기에 계속해서 버터를 입히는 동안 나는 바게트를 무심하게 손으로 툭, 툭 찢어 고기 사이사이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 남은 버터 위로 아스파라거스를 올려주었다. 색감마저 아름다웠다.

오빠는 버터에 바게트를 푹 찍어, 고기와 함께 한입에 넣어보라고 했다. 버터에서 아스파라거스 향이 가득 베어 있었다. 그 버터를 묻힌 바게트와, 미디움으로 딱 알맞게 구운 살차살의 조화. 맛이 절대로 없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핑크히말라야솔트와 블랙페퍼로 약간의 간을 더했다. 한 입, 두 입 먹을수록 그 맛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오빠에게 바게트를 더 찢자고 서둘러 말했다. 부드럽게 녹는 고기와, 아삭함이 살짝 남아있는 아스파라거스, 씹을수록 고소함과 기버터의 풍미가 느껴지는 바게트. 오빠 덕분에 이런 근사한 요리를 먹어보다니. 순간 오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요리를 실패한 영상과, 성공한 영상을 오빠는 몇 번을 찾아보았을까? 요리 하나로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저녁이었다.   


-너의 요리가 내게 위로가 된다면, 두 번째 접시 솔트배 버터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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