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접시, 양송이 크림 파스파
스테이크를 굽고 나니 팬에 퐁드가 가득이었다. 처음에 오빠는 그 팬에 소스를 만들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소스를 만들고 나서 만들려고 했던, 양송이 크림 파스타를 그 팬에 먼저 만들기로 변경했다.
아주 가늘게 채선 양파부터 볶기 시작했다. 요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채칼을 사용해서 정말 가늘게 양파를 썰었다. 퐁드가 가득한 팬에 양파부터 올렸다. 양파에서 나온 약간의 물기가 팬에 가득붙었던 퐁드를 디글레이즈 하기 시작했다. 카라멜라이징된 양파보다도 더 깊고 진한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향은 주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완벽한 양파위로, 양송이를 넣었고, 상하목장의 슬로우 버터도 좀 더 넣어주었다. 오빠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먹어보지 못했을 이 양송이 크림 파스타의 핵심은 재료 본연의 맛을 오랜 조리시간을 통해 충분히 깊은맛을 내는것이었다. 퐁드와 양파, 양송이 그리고 버터만으로도 그 조화는 아주 훌륭했다. 오늘은 향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해 위스키도 살짝 넣어주었다. 그리고 생크림과 파르지미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충분히 갈아 넣어 주었다. 그 색깔과 농도는 완벽했다. 오빠가 여태까지 만들어 준 파스타 중 가장 완벽한 파스타였다.
오빠는 얇은면이 아니라 페투치네면을 선택했다. 두꺼운 면적이 더 많은 소스를 잔뜩 머금었다. 크리미함과 꾸덕함 사이의 적당함. 그 페투치네면 위로, 올리브유를 한 바퀴 휘리릭,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생양송이 슬라이스름 듬뿍. 그리고 파르지미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한번 더 갈아 올려주었다. 눈으로만 봐도 이미 맛있는 파스타였다. 알맞게 익은 면과, 크리미함과 꾸덕함 사이의 소스, 심심하지 않게 씹히는 양송이의 질감. 딱 느끼하지 않을 만큼, 모든게 조화로웠다.
특별한 날의 특별한 음식은 유독 오래도록 기억되는것 같다. 장염걸린 졸업식날의 엄마표 죽, 퇴사날 먹은 마지막 부첼라 비프샌드위치, 생각지도 못한 강릉여행에서 먹은 냉면. 우리의 작은 기념일을 맞이하여 오빠가 만든 이 완벽한 양송이 크림 파스타는 다음 기념일에도, 그 다음 기념일에도 분명히 생각날 것이다. 디글레이징과 위스키가 만들어 낸 이 맛을, 나는 오빠의 마음으로 기억할 것이다.
-너의 요리가 내게 위로가 된다면, 첫 번째 접시 양송이 크림 파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