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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월모일 Apr 23. 2021

나의 첫 새우덮밥

네 번째 접시, 새우덮밥

새우요리는 처음이었다.

새우가 들어간 덮밥요리라는 힌트에 새우장을 떠올렸다.

지난 여름 오빠가 만든 연어장을 맛있게 한 통을 싹 비웠다.

그 기억에, 나는 새우장을 만들었을거라 생각한것 같다.



쿨러에서 생새우를 꺼냈다. 본격적인 요리의 시작, 새우 손질이 시작된 것이다.

생새우를 보니 내 예상을 틀렸다. 오빠는 소스가 자작자작한 새우덮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머리를 떼내고 등에 칼집을 내어 힘줄을 제거했다. 

오빠는 새우머리와 몸통을 각각 따로 담으면서 손질을 이어 나갔다.


머리가 모인 그릇을 들고 오빠에게 물었다.

“이거는 버리는거죠??”


오빠는 그릇을 재빨리 가져가며 내게 말했다.

“아니요! 머리가 제일 중요해요!”


손질된 새우로 요리를 즐겨했던 나는, 새우머리로 오빠가 무얼할지 궁금해졌다.

몸통만 먹고 머리는 당연히 버리는줄 알았는데.

새우 손질이 다 끝난 오빠는 버터가 녹은 냄비에 새우 머리를 쏟아부었다.

주걱으로 새우 머리를 꾹, 꾹 눌러가며 한참을 볶아냈다. 

노란 버터와 새우가 만나 주황빛을 띈 소스가 냄비를 채우기 시작했다.

텐트 안을 가득채운 향이 이상하게 좋았다. 오빠가 내게 한 번 맛보라며 주걱을 내밀었다.

어떤맛일지 상상이 되질 않아 소심하게 혀만 살짝 갔다댔다.

'어..? 뭐지...? 감칠맛이 이런맛을 표현하는건가…?'

새우머리에서 나온 온갖것들이 껍질과 함께 으스러지면서 버터와 만나 진한 맛을 만들어냈다.

새우 본연의 맛, 깊고 깊은 맛이었다. 오늘 새우덮밥요리의 가장 핵심인 베이스였다.

베이스에 잘게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고, 풍미를 살리기 위해 기버터를 살짝 넣어주었다.

그렇게 볶아낸 소스 위로 잘 손질된 새우를 올렸다. 

새우살 틈틈히 저 완벽한 맛의 베이스가 스며들 생각을 하니 그 맛을 자꾸만 상상하게 되었고

처음먹어보는 새우요리에 대한 기대는 더욱 증폭되었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새우를 올린후, 팬을 싹싹 긁어 소스를 살짝 덮어주었다.

그리고 쪽파를 조금 썰어 그 위에 올려주었다. 쪽파의 색감과 새우의 색감은 너무 잘 어울렸고,

스치듯 나는 쪽파의 향이 좋았다. 처음에 밥을 반공기만 먹으려고 다짐했는데,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흰 밥과, 새우 그리고 약간의 소스와 쪽파. 이 네가지 맛의 조화와 식감을 더 느끼고 싶어

남겨두었던 밥 반공기를 마저 그릇으로 옮겼다. 


오늘 이 요리를 만들기 위해 아마도 오빠는 집에서 연습했을게 분명하다.

한 그릇으로 완벽했고, 충분했던 새우덮밥이었다.


-너의 요리가 내게 위로가 된다면, 네 번째 접시 새우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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