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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Feb 11. 2024

아침 식사 2시간째, 해외여행 중입니다

어느 자유인의 베트남 푸꾸옥 여행기 1

베트남의 제주도, 동남아의 몰디브라 불리는 섬 '푸꾸옥'에 다녀왔다. 5박 6일(2024.1.30~2.4), 아주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이다. 60대 은퇴한 자유인은 어떤 여행이 좋을까, 콘셉트를 몇 가지로 정해봤다. 이대로 잘 지켜질지 궁금해진다.  


(1)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며 '휴식과 힐링(치유)'을 위한 일상 탈출

(2)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여행’이고 '이번 여행의 목표는 애쓰지 않는 것'을 실천하기(놀멍쉬멍 OK, 줄 서기는 노땡스)

(3) 가성비보다 가심비, 우리만의 방식으로 여유 즐기기


여행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일상 탈출이다. 익숙한 장소와 풍경, 날마다 반복되는 도돌이표 같은 루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출발은 단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무대의 전환'이고 '공간의 변화'다. 무대가 바뀌면 만나는 사람과 거리, 풍경이 달라진다. 공간이 변하면 사람의 기분과 생각, 사유의 기본 틀까지 새로워진다.    

  

푸꾸옥은 베트남이 푸껫이나 발리 같은 세계적인 휴양지로 조성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개발한 곳이다. 최근 한국인의 겨울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 외국인 관광객 중 40% 정도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여행하기 최고의 계절은 11월~4월의 건기. 바로 지금이다. 아침엔 시원하고 낮에도 그리 덥지 않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습도가 알맞아 지내기에 쾌적하다. 자연이 주는 기분 좋은 감촉과 싱그러운 에너지가 절로 느껴진다.      


자연 풍경을 보면 우리의 심신은 절로 편안해진다. 푸꾸옥 노보텔의 가든



여유 부리다 바가지 쓰다     


출발 2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에 비행기와 현지 숙소를 예약한 후 한참을 잊고 지냈다. 현지에서 투어 같은 건 최소화하고 오랜만에 '게으른 베짱이'(?)처럼 지낼 요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떠날 날이 임박해지면서 확인해 보니 아뿔싸, 빠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저가항공(LCC)은 항공료는 저렴해 보이지만, 부가서비스라고 해서 사전에 챙겨야 할 것들이 은근히 많았다. 오랜만에 자유여행으로 비행기를 예약하니 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 걸 몰랐다. 부랴부랴 좌석과 기내식 지정, 위탁 수하물 요금 지불 등을 서둘러 마쳤다. 그래도 가는 비행기는 기내식 신청 기한이 늦어져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탑승해야 했다.      


현지 공항 도착 시 숙소 픽업 과정에서 결국 바가지를 썼다. 계약 시엔 픽업 포함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하는 밤 9시경엔 픽업이 마감되어 안된다는 연락이 왔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밤에 낯선 곳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적잖이 걱정이 됐다. 급하게 현지 여행사에 픽업 요청하니 2만 원 정도 청구가 왔다. 고민하다가 아내와 함께 가는 길이라 ‘안전과 안심’ 차원에서 계약했는데, '그랩'(우버 같은 베트남 콜택시)을 쓰면서 알고 보니 6천 원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귀국길 푸꾸옥 공항의 면세점에서 산 커피는 나중에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한국보다 3~4배가 비쌌다. 면세점이 당연히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상식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푸꾸옥하면 '킹콩마트'로 몰리는 이유가 이해가 갔다. 다낭에 가면 롯데마트인 것처럼 킹콩마트는 온갖 특산물과 기념품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어 웬만한 쇼핑은 거기서 끝내는 게 좋다.


저가항공의 신뢰는 귀국행 비엣젯항공에서 사달이 났다. 출발이 1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인천공항에 밤 12시가 넘어 도착하게 된 것이다. 공항철도를 타고 귀가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고민 끝에 결국 심야 택시를 불렀다. 7만 원 지출로 가성비나 가심비 잡기에 모두 실패. 역시나 K항공사만큼 언어나 서비스, 정확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나 보다. '의외성'이 많은 여행을 하면서 역시 이번에도 배운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고, 상황 변화에 빠른 대응도 중요하다는 결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조식 뷔페가 아니었나 싶다. 단지 먹는 게 아니라 시간과 여유를 즐기는 게 좋다.



1일 1 카페, 1일 1 마사지?


우리는 오전에 휴식과 여유, 오후에는 외부 일정으로 여행의 큰 틀을 잡았다. 휴양지의 부지가 넓은 리조트(5성급)라 내부엔 식당과 바, 각종 편의시설이 다양했고, 외부에는 산책길과 가든, 야외 수영장(2)과 비치 등 휴식과 체험을 위한 시설과 공간이 잘 갖춰져 있었다. 정말 몇 년 만에 수영을 했는데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조식 뷔페는 5일 내내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식사는 2시간이 기본이었다. 예전 업무적인 해외 출장 시절에 아침 식사란 다음 일을 위한 짧고 의례적인 준비과정에 불과했다. 지금 아침 식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여행지의 아늑한 기분을 최고조로 느끼게 하는 선물 같은 시간.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상을 차리던 평소의 루틴은 잊고, 다른 세상에서 이렇듯 마법 같은 순간에 빠져드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보통 아침식사가 길고 느린 편이다. 뷔페라면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음식 가짓수가 많으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날마다 조금씩 바꿔가면서 여러 음식을 맛보게 되니 자연스레 과식하게 된다. 확 트인 하늘이 멀리 보이고 신선한 공기는 사람들의 기분을 구름처럼 둥실 띄운다.    


음식은 자연의 산물이고 거기 사는 사람들의 문화가 담긴다. 동남아는 열대 과일과 해산물이 풍부하다. 일본에 가면 스시나 초밥, 덴뿌라가 있지만, 베트남에 가면 쌀국수와 반미(베트남식 바게트 버거)를 맛볼 수 있다. 베트남 커피도 예상을 훌쩍 넘을 정도로 좋아서 1일 1 카페 생각이 사라질 정도였다.    

  

마사지숍(스파)은 정말 많고 싼 편이다. 업소에 따라 약간 고급형도 있지만 한국보다 3분의 1에서 5분의 1 정도 가격이면 충분하다. 할인 쿠폰(현지 투어 커뮤니티)에 공항 샌딩 서비스도 제공되니 잘 챙기면 도움 된다. 한국 여행자에게는 1일 1 마사지가 유행이라는 듯, 손님 중엔 어린아이들까지 눈에 띈다. 한국에서만큼 시원한 것 같지는 않지만, 휴식 겸 치유 삼아 느긋하게 몇 번 즐기면 좋을 듯하다.


 

썬월드 혼똔섬을 오가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



이번 여행 최고의 핫플, 선셋타운


이번 여행지의 최고 방문 장소는 남쪽의 선셋타운과 혼똔섬이었다. 푸꾸옥을 양분하고 있는 베트남 로컬 기업이 부동산과 관광 개발을 주도하는 썬그룹(Sun Group)과 빈그룹(Vin Group)이다. 빈그룹은 북쪽, 썬그룹은 남쪽을 담당해 리조트와 이국적인 거리, 복합 테마파크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조성했다.      


남쪽의 선셋타운과 혼똔섬은 유럽풍 도시와 거리, 놀이시설을 콘셉트로 한 동화 같은 관광지다. 혼똔섬을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는 7,899m로 세계 최장의 명물로 유명했는데 최근에 2위로 밀렸다고 한다. 선셋타운은 인스타 명소로 인기 있는 곳.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해가 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푸꾸옥은 주요 리조트와 핫플이 섬의 서쪽에 위치해 대부분 ‘선셋’ 풍경이 셀링 포인트다. 당연히 더운 한낮을 피해 해질 무렵 방문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는 오전에 일찍 숙소를 나섰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여행 스타일에 딱 맞았다. 운행이 시작되는 9시 반경 케이블카를 타니까 인적이 드물어서 여유가 있었다. 20여 명이 탈 수 있는 케이블카를 우리 부부 둘이서 마음껏 자리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혼똔섬은 놀이시설과 워터파크, 산책 길과 비치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느릿느릿 길을 걷고 잠시 쉬면서 아이스크림과 코코넛 주스를 앞에 두고 낯선 세상의 달콤함을 느꼈다. 당초 계획은 섬에서 점심을 하는 것이었는데, 놀이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우리에겐 시간이 남는다. 급히 계획을 바꿔 섬을 나왔다. 반대편 케이블카는 사람들이 꽉 찰 정도로 어느새 붐비는 시간이었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어 운행시간 확인이 필요하다.)     


분위기 있는 선셋타운의 카페 레스토랑을 찾았다. 뷰맛집이라는 ‘루남(RuNam)’. 12시쯤 들어섰더니 손님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2층 최고의 명당자리를 잡고 점심과 커피를 여유 있게 즐겼다. 창밖으론 선셋비치가 눈부신 태양 아래 빛나고 있었다. 일몰의 황홀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시원하게 확 트인 뷰와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는 데는 그만이었다. 선셋비치라니 일몰이 좋겠지만, 우리에겐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저녁 무렵 숙소 뒤편 소나시(Sonasea)의 스파와 야시장을 찾으면 오늘 여행은 휴식과 힐링으로 성공적이 아닐까.

  


RuNam 2층에서 내려다본 선셋비치의 한낮 풍경




* 푸꾸옥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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