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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Apr 22. 2024

은퇴 후 필라테스 1년, 3가지 놀라운 변화

은퇴 후 변화 중 최고의 만족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은퇴와 함께 찾아온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지난 1년간은 구청이 운영하는 문화체육센터에서 ‘매트’ 필라테스를 수강했다. 이제는 아파트 상가에 있는 전문 숍에서 ‘기구’ 필라테스를 배운다.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서 맨몸이나 소도구를 이용하는 매트 필라테스에 비해 바렐, 리포머 같은 비치된 기구를 이용해 배우는 기구 필라테스는 동작이 조금 더 크고 다양하다. 원하는 시간과 강사를 수시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반해, 5명이 그룹으로 하는 수업이어도 수강료는 제법 높아졌다.  


1년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초보자다. 1시간 운동을 하고 나면 힘들고 온몸이 뻐근하다. 운동이 끝난 후 잠시 의자에서 쉬거나 한참 숨을 고르는 일이 잦다. 나이 탓인지, 원래 부족한 근력 탓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래도 운동할 때마다 기분은 좋아진다. 은퇴 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 중 만족감은 가장 크다고 해야 할까. 그간 방치하다시피 한 나의 건강과 체력을 조금이나마 돌보고 있다는 느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1년여 필라테스를 하면서 남자 수강생을 만난 일이 손에 꼽는다. 거의 여성 회원이다. 매트 필라테스 할 때는 은퇴 직후라 시간 여유가 많은 것 같아 평일 오후 2시 수업에 나갔다. 15명 정원에 나 빼고 전부 여성. 중년이나 시니어 분들이 다수였지만 젊은 여성들도 제법 많았다. 겨울 방학 무렵 남학생 1명을 한 달간 본 게 전부.


이번 기구 필라테스는 평일 저녁시간으로 바꿨다. 낮 시간을 다른 일에 활용하기가 편리해서다. 카공을 하거나 점심에 친구를 만나고, 종종 평생학습관의 수업에도 참석한다. 평일 저녁이라고 남자가 있었을까. 아직까진 40대 부부를 한 번 본 게 전부다.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운동에도 여전히 유행과 패션이 있고, 남녀 사이에도 즐기는 운동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경계나 구분이 흐릿해지고는 있다. 은퇴한 친구들은 주로 산행이나 헬스, 당구, 골프 등을 즐긴다. 내가 1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과도 산행과 당구가 기본 코스로 굳어져간다. 7~8년 전에 그만두지 않았다면 여전히 골프멤버에도 끼지 않았을까. 반면에 요가나 필라테스 애호층은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시니어층 여성들은 그들만의 여행이나 수다모임도 남자들보단 훨씬 잦은 것 같다.    


필라테스는 본래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가 기원이라고 한다. 창시자인 독일의 요제프 필라테스(Joseph Pilates, 1883-1967)도 남성. 성장기에 병약한 몸으로 고생하면서 다양한 운동법을 터득했고, 운동선수와 지도자 경험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운동요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리포머에서 하는 기구 필라테스 모습

          


필라테스 1년, 3가지 선물 같은 효과


필라테스 생활 1년을 보내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느낀다.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내 일상과 생활, 인생이 리셋되는 걸 실감하고 있다. 먼저, 몸의 적접적인 변화와 개선 효과다. 필라테스는 몸의 중심부인 코어 근육의 단련에 유용하고, 신체의 균형 유지와 버티기에도 도움을 준다. 굽은 목이나 어깨, 등, 허리 등 딱딱한 부위가 풀어지면서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틈틈이 집에서 스쾃과 플랭크도 병행했더니 확실히 예전보다 근력이 좋아진 것 같다.


특히 평소 내 자세가 눈에 띄게 달라진 걸 느낀다. 앉을 때 웅크리는 게 아니라 등과 허리를 바로 세우고, 걸을 때는 머리와 목, 상체를 곧추세우는 게 습관이 됐다. 자연스레 키가 커진 듯한 느낌도 든다. 필라테스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생각난다. "팔과 다리를 길게 늘여라."  "날개를 쭉 펴고 활짝 열어라." 그렇게 걸으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기분 좋게 전진하는 느낌이 든다. 터벅터벅이 아니라 뚜벅뚜벅 걷는 것이다.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에서 영양제 말고 운동하는 데 돈을 쓰라고 말한다. 특히 40대부터는 반드시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코어 운동’을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꾸준히 코어근육(척추기립근, 둔근 등 대들보 근육)과 관절을 단련시키면 60대에도 몸에 탈이 나지 않고 90대에도 잘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후에 24시간 간병받을 일이 없으면 20억 원 이상의 자산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상의 건강 루틴을 만드는 것


두 번째로는 건강하고 균형적인 일상의 루틴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운동하는 습관은 은퇴 후 건강관리에 필수적이다. 어떤 것이든 1가지 이상의 운동을 실천하며, '움직이는 삶'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 관리법은 아마도 '걷기'가 아닐까. 요즘엔 자동차 운전을 거의 하지 않을 만큼 나도, 아내도 걷기에 진심이 되고 있다. 아울러 일상 건강법의 핵심이 바로 필라테스. 주중엔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어 최소한 주 2회 운동은 꼭 지키고 있다. 은퇴 후 내게 일어난 가장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변화가 아닌가 싶다.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오티움>을 추천한다. 라틴어 '오티움'은 여가를 뜻하지만 문요한은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 여가'로 정의한다. 자신에게 순수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을 찾아서, 머리 쓰는 운동과 몸 쓰는 운동을 최소한 1가지씩 꾸준히 하라고 권한다. 머리 쓰는 운동은 책 읽고 강의 듣고 글을 쓰는 것이다. 문제는 몸 쓰기 운동, 현대인 누구나 부족하기 쉽다.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내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하다.



매트 위에서 필라테스하는 모습



자유인의 일상, 노후 생활의 활력


마지막으로 삶과 건강에 대한 자신감과 활력 회복이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건강과 체력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한창 젊을 때야 인생의 전성기에 해당하니까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차츰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나도 모르게 건강은 나빠지고, 언젠가 빨간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은퇴 후 종종 건강을 잃고 고생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게 되는 이유다.        


스스로 건강을 돌보면서 삶을 균형 있게 관리하려는 노력은 자신에 대한 믿음의 출발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반드시 하는 2가지가 있다. 침대에서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밤새 굳었던 몸을 풀고,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시는 것이다. 또한 아침 식사 전에는 짧게 기도와 명상을 한다. 내게 주어진 새로운 하루에 감사를 표하며,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와 행복을 기원한다. 일상 곳곳에서 몸건강 마음건강을 생각하며 늘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예전의 내게 없던 모습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아직은 출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필라테스 강사가 내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어깨의 긴장을 푸세요."다. 여전히 온몸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오랜 세월 쉼 없이 일과 일상에 쫓기는 생활을 해왔던 탓이 아닌가 싶다. 은퇴 전 몇 년간은 해마다 한의원 신세를 졌다. 목과 어깨가 심하게 저리고 아파서 고생했는데, 은퇴하고 나니 놀랍게도 고질적인 통증이 사라지고 있다.

 

100세 인생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가능하면 남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심신을 최대한 잘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게 맞는 건강 관리법이 무엇인지, 나만의 루틴을 잘 만들고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잘 찾아보자. 해보지 않은 운동이나 새로운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필라테스하는 남자들도 차츰 늘어나지 않을까.


100세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활기찬 생활을 기원한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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