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의 진짜 이유
왜 해외에서 교사로 살아보고 싶은가? 본질적인 질문이다. 본인의 진짜 이유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진짜 이유가 없이는 준비과정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된다. 물론 그런 마음으로라도 운이 좋아서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은 원래도 학교생활을 열심히 살아왔고 그 살아온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잘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딱 그 학교에서 원하는 교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고 노력할 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준비되지 않고 되는 것은 없다. 운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그런 준비를 하기 위해 내가 왜 해외에서 교사로 살아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의 로망일 수도 있다. 여행 싫어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국적인 곳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것이다.
나에게도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그냥 답답하고 변화 없는 삶에서 변화를 찾고 싶었고 그 변화가 경험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인생살이의 경험을 얻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것 만을 위해 해외살이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해외에서 살기 위해서는 지금 한국생활을 정리해야 하고 그 정리 과정이 쉽지 않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해외에서 사는 것을 반기면 좋지만 배우자가 원치 않을 때 이를 설득하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막상 다녀와서 짧게는 2년 길게는 4, 5년을 해외에서 살다고 오면 자녀의 이후 학업도 고민해 봐야 한다.
왜 여기 지원하게 되었어요? 면접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고 자기소개서에도 반드시 써야 하는 내용이다. 잘 포장해서 나는 내가 해외에서 교사로 살아가며 견문을 넓히고 싶고 내가 지금까지 했던 교육활동을 해외에서도 폭넓게 적용해 보고 싶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일에 한몫을 하고 싶다. 이렇게 답변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해외에 가서도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고 그곳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한국에서 적용했던 교수법들과 활동을 여기서도 펼치고 싶은 교육적인 목표가 있었다. 거기에 진심이 아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진짜 이유는 나와 가족이지 않을까?
나는 내 꿈을 펼치고 싶었고 내 자녀의 영어공부도 중요했다.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싱가포르에 꼭 가고 싶었다. 여러 사정상 같이 가지 못하는 남편으로 인해 나는 아이 둘을 데리고 가야만 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문제였다. 내가 도전정신이 투철하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나를 보내줄 수 있었던 것은 안전한 나라, 싱가포르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싱가포르로 올 때 첫째는 6학년, 둘째는 2학년이었다. 6학년 첫째는 끝까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BTS 팬클럽 회원시켜주고 콘서트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꼬셔서 데리고 왔다. 방탄소년단 감사합니다!! 팬클럽 가입을 시켜주었지만 BTS가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하지 못해서 보여주지 못했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세븐틴으로 전향을 했기 때문에 딸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굿즈를 나눔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싱가포르를 떠나 올 때 딸아이는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영어도 배우고 견문도 넓힌 것이 엄마 덕분이란다. 감격의 눈물…. 이러려고 내가 도전한 것이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현지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마음이 앞서서 지원을 했고 합격을 했다. 그리고 정말 원하는 것이 있으니 귀인들이 나타나서 나를 도와주었다. 그곳 생활을 하면서도 감사한 분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나의 목표설정이 뚜렷하지 않았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오롯이 나 혼자 준비해야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내 자녀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영어공부도 늘고 견문도 넓혀가는 것에서 오는 뿌듯함이 가장 컸다. 그래서 나는 내 지원의 이유를 만족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고등학교, 중학교 자녀를 둔 교사라면 대학 입시에서 특례전형이 있다. 고1이 포함되고 부모 두 분 모두와 함께 3년을 해외에서 생활하면 주는 대학 특례입학이다.(특례입학 전형은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교사들은 반드시 최신 내용을 찾아보아야 한다. ) 이것을 위해서 그 시기에 맞추어서 초빙교사 지원을 하는 교사도 많다. 막상 와서 보니 정말이다. 한국에서 공부했으면 쉽게 가지 못할 대학을 특례전형으로 가는 경우를 보았다. 최근에 베트남으로 다시 지원해서 가신 선생님 말로는 베트남은 특례전형으로 학생들을 잘 보내기 위해 학교에서 아주 체계적으로 준비해 준다고 했다. 대학을 어디로 가는지는 그 학교의 네임밸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부분이다. 내 자녀가 아주 많이 공부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공부하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리고 12년 특례가 있다. 해외에서 초중등을 모두 보낸 학생들에게 부여되는 대학 특례전형이다. 서울대는 3년 특례는 없고 12년 특례만 있다. 실제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해외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경우도 보았고 한 해외국제학교에서 다른 해외국제학교로 바로 지원해서 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냥 쭉 해외살이를 하는 것이다. 사실 한 번이 어렵지 해외에서 교사로 재직한 경력은 다른 해외학교를 지원할 때 유리한 조건이 된다. 특히나 싱가포르한국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한 것은 약간의 프리패스 같은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지원하는 국가들 중에서 영어권이기 때문이 해마다 지원자가 제일 많은 곳이다. 그러니 다른 국제학교에서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재직한 경력은 나름 인정해 주는 편이다(내가 여기에서 재직했기 때문에 싱가포르 부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지원데이터를 싱가포르에서 관리를 해서 어느 학교에 몇몇이 지원했는지 관리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떠나 올 때 싱가포르에서의 계약 완료 후 바로 타 국제학교로 3분이나 지원해서 가셨다. 이것도 해마다 바뀔 수 있으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해외교사되기의 선택이유 중에는 승진가산점도 있다. 해외에서 교사 되는 것에는 초빙이 있고 파견이 있다는 것을 다들 알 것이다. 파견으로 가면 승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파견지역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살아도 보고 이것이 승진과도 연결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 것인가.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해외에서 초빙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지원을 할 때 파견지역으로 지원해서 합격한 경우도 보았다.
싱글들의 경우는 좀 이유가 달라지기도 한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경험이 될 수도 있고 한번 사는 인생의 멋진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살면서 외국 친구도 사귀고 방학 때마다 근처 나라를 여행 다니고 좋으면 세계 곳곳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살아볼 수도 있다. 유치원 선생님 한분이 이렇게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교사로 근무하시면서 싱글라이프를 즐기셨다. 어쩌면 해외에서 나의 천생연분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나서 결혼한 경우도 있다. 이것 아니라도 정말 해외에서 교사가 되는 것은 내가 살아온 한국의 교육환경과 많이 다르다. 조금은 더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일단 그 많고 많은 공문이 없다. 그러니 반 아이들에게, 내 수업에, 내 맡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근무를 마치고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는 선생님들이 많고 저렴하게 필드에 나가기도 한다. 정말이지 멋진 여유 있는 삶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살지는 못했다 그리고 워킹맘으로 집에 가기가 바빴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선택한 목표가 있고 그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해외살이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막혔을 때도 싱가포르의 곳곳을 여행 다녔고 유니버설 연간 회원권을 끊어서 주말마다 가서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다. 가장 저렴할 때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예약해서 인피니티 풀에서 종일 수영하고 놀기도 했고 현지인이라서 가볼 수 있는 곳과 맛집을 찾아다녔다. 마지막해에는 남편도 함께 와서 가사와 자녀 돌봄을 전담해 주었고 한결 삶이 편안해졌다. 방학이면 발리, 끄라비, 말레이시아로 여행 다녔고 크루즈 여행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마도 나의 행복이었던 것 같다.
자신이 해외에서 교사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를 찾기 바란다. 너무 뜬 구름 잡는 이유가 아니라 정말 진짜 이유 말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는 말할 수 없지만 내 안의 무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이유 말이다. 대충 준비하고 그냥 대충의 마음가짐이면 안 하는 것이 좋다. 시간낭비이다. 그만큼 지원하는 교사도 많고 막상 가서도 어려움(생각보다 너무 많이 드는 생활비, 후덜덜한 병원비, 한국과는 다른 주거 환경, 개미, 바퀴벌레, 도마뱀,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음식, 못 알아듣는 영어 등)이 많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진짜 이유 없이는 할 수 없다.
해외에서 교사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를 찾아서 적어 보기 바란다. 아니면 관련 나라 여행 유튜브나 검색어로 해외교사를 쳐서 나오는 다른 글들, 교사 카페의 글들도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보고 답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