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교사로 살아보기 vs 한국에서 그냥 편안하기 살기
"거긴 생활 어땠어요?”
“ 애들 영어는 많이 늘었나요?”
“ 한국과 비교해서 어때요?”
고용휴직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왔다고 하면 다들 한 번씩은 나에게 묻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원을 희망하는 선생님들이 희망회로에 도화선이 될만한 답변을 기대하고 던지는 질문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보고 들을 사례를 중심으로 그리고 도전정신 강한 내 입장에서 여러 질문에 답변을 해보고자 한다.
나이가 많은데 지원 가능한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본인의 본질이 높고 교사로서의 가치가 높다면 학교에서도 나이는 크게 보지 않는다. 내가 왔을 때도 40대 후반인 선생님이 초등에 1명, 중등에도 1분 계셨다. 한 분은 자녀가 이미 다 커서 대학생이고 혼자 오셨고 다른 한 분은 고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오셨다. 두 분의 특징은 해외살이 경험이 있으셨고 영어도 잘했으며 사교적이고 무엇보다 교사로서 능력이 높으셨다. 한분은 수학교사로서 수학교과에 능력이 많고 영어, 중국어를 잘하셨고 다른 한 분은 초등교사로 오셨는데 음악교과서 집필도 하셨고 음악 쪽으로 능력이 출중하셨다. 물론 오셔서 딱 그 일만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연륜 있게 학교생활을 잘하신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교에서는 젊은 교사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나이로 학교 안에서 갈등문제를 부드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분도 필요하다. 자기 나이에 맞는 자리는 어디에나 있다.
아이가 셋인데 가능한가요?
안 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뽑아줄 만큼 내가 교사로서 매력이 있느냐 없느냐 이다. 가족이 많던 적던, 혼자 오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배우자랑 같이 온다면 딱히 어려움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 셋을 데리고 혼자 온다면 본인이 혼자 학교생활을 하며 육아를 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지역에는 입주가정부(헬퍼, 싱가포르에서는 안티라고 불렀다. )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아이가 셋이라도 학교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안티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더 다루도록 하겠다. 물론 안티를 쓰고 쓰지 않고는 본인의 선택이다. 나도 처음에 도착해서 안티를 구할 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19 때문에 원격수업을 실시하고 셧다운도 두 달 되면서 구할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 그냥 이제 생활이 좀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에게 많은 가정일을 전담시켰다. 그리고 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물론 첫째는 성공했고 둘째는 내가 퇴근하고 와서 지쳐 쓰러져 있는 동안 숙제도 스펠링 테스트도 영어공부도 보충해주지 않아서 많이 뒤처졌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아이는 배우는 것이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문법이 되든 안 되는 영어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그리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애만 데리고 가도 될까요?
여러 번 언급한 부분이다. 가능하다.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면접에서도 혼자 온다고 하면 사실 반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꽉 차있고 꼭 뽑고 싶은 사람이라면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서 적응하는 것은 어떤가요?
적응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외국살이 자체의 적응, 학교에서의 적응, 자녀의 학교생활 적응이 있다. 어떤 경우는 배우자나 자녀가 적응을 잘하지 못해서 일찍 돌아가는 경우도 보았다. 막상 가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문제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집안 어른들이 아프다거나 왔는데 아이들이 영어도 딱히 느는 것 같지 않고 애는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배우자도 이곳생활이 재미 었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본인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재미있더라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내 선택으로 가족들이 왔는데 그게 행복하지 않다면 과감하게 결정할 필요도 있다.
처음 1년은 함께 노력해 보자. 자녀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공부면이면 같이 도와주고 교우관계 문제이면 담임교사와도 의논을 한다. 나는 같은 또래를 키우는 동료교사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둘째의 적응을 위해 플레이데이트도 여러 번 시켜주었고 둘째 아이의 친구엄마들 모임에도 나갔다. 그분들이 또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어서 주말에 같이 놀러도 많이 다녔고 평일에는 일하는 엄마의 아들인 둘째를 많이 초대해서 플레이데이트를 시켜주셨다. 축구클럽 가는 날이면 우리 애도 데리고 가 주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는 콘도의 멀티룸을 빌려서 작별파티도 해주셨다. 지금도 한국에 오면 가끔 연락하고 아이들도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면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면 마중 나온 엄마들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우리 집에서 놀래?라고 말하면서 급 모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둘째는 친구들이 타는 시간에 스쿨버스를 타지 못했고 그런 급만남은 가지지도 못했다. 퇴근시간까지 나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조금 더 늦게 마치는 누나 교실을 서성이다가 같이 집에 갔다. 우리가 얻은 집은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학교 앞의 콘도는 월세가 비싸고 집을 구하는 시기에 집이 없어서 구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우리 콘도에 놀만한 친구도 많지 않았다. 얼마나 심심하고 놀고 싶었겠는가. 한 번은 그냥 무턱대고 ‘나 저 친구집에 갈 거니깐 엄마가 전화번호 알아보고 물어봐줘.’ 그래서 무턱대고 그냥 친구집에 간 적도 있다. 그래도 환영해 주신 엄마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
가족들이 잘 적응하는지 해외살이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1년 차, 2년 차, 3년 차가 거듭될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그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나도 해마다 아니 자주자주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잘 지내고 있니?
갔다 와서 한국에서 적응은 어떤가요?
다시 돌아와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한국 오니 어때요? 애들은 학교 잘 다니나요? 이제 첫째는 중3, 둘째는 초5이다. 1월에 한국을 돌아와서 둘 다 학교가 기를 많이 기다렸다. 해외로 전학을 갔을 때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을 만나서 적응하는 것을 겪어 보아서 인지 지금의 학교생활도 재미있어한다. 싱가포르와 다른 점을 비교하면서 다른 문화를 적응하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첫째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중간고사 시험을 봤는데 영어를 망쳤다고 한다. 영어를…. 문법문제가 도대체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서술형에서 다 쓰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래 그럴 수 있지. 이제 기말고사는 적응하겠지. 한국식 영어공부에 적응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여기서도 한국식 영어를 위해 영어학원을 다닌다. 다른 공부는 어때? 한국 공부가 더 어렵다고 한다. 도덕, 역사 부분도 어렵고 양쪽 언어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싱가포르에서 배운 중국어는 다 사라졌다. 일단은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학교 가서 친구들 잘 만나고 공부하는 것에 감사한다.
둘째는 학교를 너무 사랑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욕을 좀 배워왔다. 욕은 순식간에 느는 것 같다. 그래도 학교 안 가겠다고 하지 않고 재미있어하니 거기에 만족을 얻는다. 영어는 학원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한국식 영어라서 말을 별로 안 하니 자기도 까먹는 것 같다고 해서 화상영어를 계속 시켜주고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말 아이들에게 영어하나만 보고 왔다면 한국에 돌아와서도 영어공부를 계속 꾸준히 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해외에서 돌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중이나 고등학교 특례전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 있을 때 영어든 중국어든 더 많이 시켜야 한다. 학원도 다니고 캠프도 보내고 집에서 공부도 시키고. 결론적으로 한국에서나 해외에서나 공부시키는 것은 같다. 나는 한국 와서 적응 못할 이유가 없고 너무 좋다. 이 편리한 한국생활, 말이 통하는 한국생활. 우리나라 최고이다.
추가적인 질문은 댓글 남겨주시면 다음 글에서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