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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짱이 지샘 Jul 16. 2024

선생님, 저 그거 알아요.

수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

"선생님 저 그거 알아요. "

"나 저거 배웠는데."

"저 많이 해봤어요."

수학시간이 아니라도 이런 말이 종종 불쑥 나온다.

주목받고 싶은 네 마음은 알겠다. 그렇게 맥을 딱 끊어놓는구나.

그럴 때 나의 반응

1. 그래 그랬구나. 그럼 더 잘할 수 있겠네.

2. 그래.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배워야 하잖아. 예를 들어 친구가 막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내가 그 이야기를 알아도 어떻게 해야 할까?  '참아야 해요. 기다려요.' 그래 맞아요. 그것하고 마찬가지야. 우리 같이 배우는 거니깐 알아도 선생님 수업을 좀 들어줘.

3. 그래 알겠어요. 이제 내가 이야기 해도 되겠니?

이렇게 잘 이야기해도 수업을 방해하는 반응은 어김없이 있다. 나도 그럴 때는 좀 기다려준다.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다 할 때까지. 흥미 있는 주제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매번 이런 아이들은 친구들과 하는 활동에서도 주도적이길 바라고 친구이야기를 끝까지 잘 듣지 않는다.  


근데 그거 알아요?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고, 공부도 잘하고, 나중에 성공하는 비법? 뭘까요? 바로 반응하며 듣기예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좋겠죠?

선생님 수업에 반응하며 들으면, 공부가 잘 되겠지요?

친구도 많고 공부도 잘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성공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다 공감을 한다. 그리고 이런 말없이도 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귀요미도 있다. 문제는 그냥 자기말하고 싶은 아이들, 기다리라고 해도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 매사 주목받고 싶어서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들은 그것을 해소해 주려고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끝이 없다. 말하고 싶은 거 참는 것도 공부야.


  월요일 아침이면 주말에 있었던 일을 짝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짝에게 들은 이야기를 발표시킨다. 실컷 이야기도 하고 짝이야기도 잘 들으라고.

  발표도 모둠에서 의견을 나누고 돌아가면서 시킨다. 오늘 첫번째로 모둠 1번 학생이, 다음은 모둠 2번이 이렇게 차례대로 발표기회를 준다.

  앉아서 소리를 높이는 학생에게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손을 들고 자기 차례가 되길 기다리라고 한다.  6학년쯤 되면 이제는 발표시키면 말안하고 내가 말할때 같이 돌비시스템처럼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 누구야 의견있으면 이야기 해보세요라고 하면 또 조용하다.


  학교는 경청과 기다림을 배우는 곳이다. 급식시간에 긴 줄도 견뎌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같이 활동할 때는 내 차례가 되길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이 잘 되지 않는 아이들.   사회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게 하기위해 나는 오늘도 기다림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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