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은 이에 대한 기억
파티션 건너편에서
바로 며칠 전만해도 웃으며 뻔한 인사를 주고 받던
그녀의 죽음
갑작스레 다가온 일로 경악과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굳은 얼굴을 마주보고
누구도 제대로 말해 주지 않는 그녀의 죽음의 원인을
홀로 헤아리며 당혹해하고
그 저열한 호기심에 한참을 자책하고
그저 의례적인 인사나 나누고 꾸민 표정으로 대화하곤 했던
물리적 거리만 가깝고 마음은 한참 멀었던
그녀와 나 사이를 떠올리며
짧지 않은 인연의 시간을 낭비했던 그 시간들에 대한
왠지 모를 후회를 곱씹다가
자정이 한참 넘어 돌아와 앉은 회사 내 책상.
망자는 죽어 떠나고
산자는 또 이렇게 살기 위해 밤샘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난 밤샘을 하기위해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꾸역 꾸역 먹고 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난 한참 동안 멀거니
이제는 관 속에 누워 있을 그녀가 앉았던 파티션을 바라 본다.
생의 흔적은 아직도 저렇게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는데
손길의 온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저 공간을 뒤로 한 채
그 주인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렸다.
가끔 이런 운명이 늘 아주 가까운 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체감할 때마다
삶의 타성 속에 굳어져 버린 머리와
퍽퍽해져버린 가슴을 가로지르는 아찔한 균열을 느낀다
마치 너무도 놀라운 새로운 공포를 발견한 양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이름도
또 이렇게 일상의 숲을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는
죽음 혹은 망각과 같은 단어도 잊고
아마 그렇게 살아가겠지만
가끔 날선 바람이 흐려져가는 기억의 틈새를 스칠때
이 잊혀진 것들이 불현 듯 새어나올 순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