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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씨 Apr 01. 2022

마음이 아픈 사람을 위한 영화들

위로 받고 싶은 이들을 위한 10편의 영화

예의상 던지는 판에 박힌 말 한마디도 때로는 위로가 된다. 하지만 영혼없는 친절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성이 생긴다. 형식적인 친절이 아닌 진심어린 소통을 원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런 소통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능력도 없고 그런 대화를 나눌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과의 대화가 아니라 영상을 매개로 이미 죽거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본다. 현실의 모사인 영화의 스토리에 스스로의 삶을 투영하고 등장인물의 행보에 나를 대입하여 가상의 삶을 체험한다. 있을법한 가상의 현실을 체험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전해 들으며 위로 받는다. 손에 닿는 현실 속의 치유는 아닐지언정 우리 모두에게는 이렇게라도 이 시간을 버텨내야만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있을 법한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가끔 행복하고 대부분 구차하고 지리멸렬한 시간을 버텨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스크린 위에 풀어 놓은 후 마음에 오래 남을 위로를 건네는 10편의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아무쪼록 이 영화들을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약간의 쓰라림과 오래 남을 따스한 위로가 함께 하길.

(현재 해당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OTT 서비스도 함께 적어보았습니다.)


1. 굿 윌 헌팅  (1997, 왓챠)

속죄 할 수 없는 죄는 없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꼬여가는 삶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다그치다 보니 난 어느샌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 지도 모르고 속죄의 방법도 알 수 없는 무기력한 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말 한마디로 그 의미 없는 수감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2. 스트레이트 스토리  (1999)

죽음을 앞둔 노인이 긴 시간 동안 남은 생의 마지막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괴롭지만 평화롭다. 아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3. 꽃피는 봄이 오면  (2004, 왓챠)

강원도 탄광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은 사실 특별한 기승전결과 관계없이 주인공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어떤 평화로운 풍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갈등과 도전 같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의 플롯으로 부터 해방되어 그냥 한 계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4. 레인 오버 미  (2007, 왓챠)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나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 건 나에게 건낸 누군가의 위로나 약물도 아니었다. 나는 분명 삶의 가장 밑바닥에 떨어졌는데 그런 보잘것 없는 나도 존재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순간이 가장 큰 위로였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살아갈 이유를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5. 50 / 50  (2011, 왓챠)

죽음에 직면한 친구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광대가 되어주고 눈물을 감추고 공부를 하는 친구가 하나라도 있는 인생이라면 곡예 같은 투병 생활도 해볼만할 것 같다는 미친 생각이 들었다.


6. 그래비티  (2013, 왓챠)

처음 봤을때는 미쳐 알지 못했던 삶의 의미와 살아가야만하는 이유를 깨닫는 과정에 대한 영화라 생각했다. 두 번째 보고나니 이건 살아가는 것에는 어떤 이유도 필요 없다는 것, 아니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마땅한 존재란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영화였다.

감히 나 같은게 계속 살아가도 될까요?하고 존재하는 혹은 존재하지도 않는 타인에게 되묻지말자. 삶의 정당한 이유를 찾지말자. 죽음에 끌리는 스스로를 변명하지 말자. 숨이 붙어 있는한 그냥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영화 한 편에 두 번의 거대한 깨달음이라니. 다음에 다시 보게 될 때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나.


7. 인사이드 르윈 (2013, 왓챠)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꿈으로 삶을 버텨내다 보니 그 꿈이 한끼 밥인지 낡은 누더기인지 식객으로 더부살이 하는 집의 인연 없는 고양이인지 더 이상 알길이 없다. 구차하기 짝이 없는 르윈의 행적을 수미상관식으로 관람하다 보니 르윈의 지리멸렬한 시간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는다. 타이틀롤이 다 올라가고 나서도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더 이상 알길 없는 그의 내일의 일상 역시 한끼 식사와 잠잘 곳을 걱정하는 시간이겠지.

하지만 문득 터진 아래턱을 감싸쥐고 쓴 웃음을 짓는 르윈의 모습에서 행복해야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기에 그저 살아낸다는 말을 떠올린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것을 담담히 인정하고 나니 평화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을 아름다운 음악이 다독인다.


8. 데몰리션  (2015, 넷플릭스, 왓챠)

뭐가 문제라는 건 알고 있다. 나는 마음이 부서져서 고장난 기계 마냥 정상적인 삶을 살수 없는거다. 부서지고 고장난 기계는 많이 지켜보았지만 부서진 마음을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상한 방향이지만 어떻게든 스스로를 고쳐내기 위해  그냥 뭐든 고장내고 그걸 해체하고 들여다보고 되돌리지 못하고 다시 고장내고 해체하기를 반복해본다. 다시 복구하던가 혹은 이 고장난 쓰레기마냥 기능을 못하는 내 자신을 산산히 조각내어 자유로워 지기라도 하던가.

어느 쪽이던 믿져야 본전 아닌가.


9.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왓챠)

혈연이란건 그저 아름다운 인연의 아주 작은 계기일 뿐이다. 


10. 맨체스터 바이 더 씨  (2016, 왓챠)

그저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밀봉된 일상의 틈새를 문득 비집고 흘러내리는 슬픔. 어떤 식으로든 쏟아내지 않으면 그 슬픔의 무게는 멀쩡해 보이던 일상을 언젠가 천천히 망가뜨리고 원형을 기억할 수 없게 만든다. 모른척한다고 없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린 이미 그렇게 고통을 이겨 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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