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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rat Feb 29. 2020

so, what's NEXT?

<Molly's game>과 < Next in fashion>

*커버 이미지 : Photo by Josh Miller on Unsplash

*영화 <몰리스 게임>과 서바이벌쇼 <넥스트 인 패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세계를 강타하는 코로나19의 기세가 무섭다. 지금 모두들 궁금한건 '다음'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 것인가? 다음달의 우리나라는, 세계는 어떤 상황일까? 미래의 불확실성은 무엇보다 두렵다.


조금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다음'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보통 우리는 어떤 일의 '성공'이나 '실패'를 종착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그 다음'이다. 


흔히 놀라운/굉장한/독특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영화같은 삶'을 산다고 한다. 이를 뛰어넘어 ‘영화가 된 삶'도 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몰리스게임>은 몰리 블룸(Molly Bloom)이란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드라마 <뉴스룸> 등으로 유명한 아론소킨이 감독과 각본을 맡은 영화 데뷔작이다. 주인공 몰리 역을 맡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도 좋다. <미스 슬로운>과 비슷한 느낌이다. 야망을 드러내고, 이성적인데 인간적이고, 서늘하고 영리한.



<Molly's game> , 2017


이 영화는 한 사람이 '실패'로 시작해서 다시 '실패'하기까지의 삶을 다룬다.


시작은 몰리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다. 스무살, 그녀는 미국 모굴 스키 3위 실력을 가진 선수였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경기 도중 나뭇가지에 스키가 걸리는 추락 사고가 발생한다. 첫 번째 실패다.


이후 몰리는 우연히 '포커판'에 연관된다. 단순한 '포커 게임'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저명 인사들이 모두 엮여있다. 하루 밤 사이 오가는 판돈만 수백만달러. 몰리는 본격적으로 이 '포커 게임'을 사업으로 삼는다.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 점점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잘 나가는 것도 한때. 몰리는 의도치 않게 러시아 마피아 조직 등 범죄조직과 얽히면서 재판장으로 향한다. 모든걸 잃은 몰리. '두번째 실패'다.


재판 결과 다행히 감옥에는 가지 않게 됐다. 감사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온 몰리는 생각한다.


"나 이제 뭘 해야하지?" (what do I do now?)


영화는 다시 스키 경기로 돌아간다. 한 선수가 피를 흘리며 눈밭에 누워 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나레이션.

난 전과자다.
35세, 무직이고 마피아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몰수 재산에 부과된 세금이 2백만 달러 정도였고 20만을 벌금으로 더 내야했다.
분명히 끝까지 받아낼 거였다.
합법적인 돈으로 25만 달러가 남았다
채용면접에서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아니, 면접 볼 기회가 있기나 할까?
다시 투표할 수도 없을거다.
왜인지 캐나다 입국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 일로 얻은게 있나? 딱히 없다.
하지만 힘이 되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굴복시키기 힘든 사람이란 것. (I’m very hard to kill.)
윈스턴 처칠은 성공을 이렇게 정의했다.
"열정을 잃지 앟고 실패를 거듭하는 능력”
So, 시작한 판은 끝을 봐야겠지


나레이션이 흐르는 동안, 쓰러진 몰리는 다시 일어나 걷고 있다. 그 뒤로 경기 해설가들의 말이 들린다.

13살에 부상을 겪고 다시 복귀한 선수죠.
심리적인 대가가 클 것 같네요. 거의 끝까지 와서 졌으니까요.
이런 패배를 극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저 선수도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어요.
다시 스키 선수로 볼 수 없더라도 또 볼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그녀는 돌아올 겁니다. (She’ll be back)



그 어떤 실패, 그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결국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 '그 다음'이다. 성공도 실패도 절대 '끝'이 아니다. '성공'은 곧 실패로 이어지고, '실패'는 곧 성공이 된다. '시간'이 흐르는 인생에서 성공/실패 이분법은 꽤나 촌스러운 접근일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She’ll be back.






그러면 '다음'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그래서 몰리가 질문했듯, '다음에 할 것이 뭐냐'는 거다. 즉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다음'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NEXT IN FASHION>이란 서바이벌 프로가 있다. 세계 각국의 유망한 디자이너들이 서로 경합하는 프로다. 옛날 <프로젝트 런웨이>가 <프로듀스101>이라면, <넥스트 인 패션>은 <나는 가수다>다. 즉, 전자가 신규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프로였다면, 후자는 이미 '데뷔'한 디자이너들을 불러놓고 경쟁을 붙이는 프로다. (대회 수상경력이 있고, 자기 브랜드를 런칭했으며,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등 나름 업계에 잔뼈 있는 디자이너들이다)





프로의 제목답게 이 경합의 목적은 '패션의 '다음'을 보여줄 디자인은 뭔데?'라고 묻는 데 있다. 이미 실력은 모두 뛰어나다. 관건은 얼마나 '창의력있게' '남들이 하지 않은' '보지 못한' 옷을 내놓느냐다. 심사위원들은 각 경연마다 순위를 매기면서 자주 질문한다. '그래서 저 작품이 패션의 '다음'을 보여주나요?' '잘' 만들수는 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 식상한 작품이 되어버린다.


분야는 다르지만, 내가 하는 일의 속성과도 비슷해서 공감을 많이 했다.(사실 많은 일들이 비슷하다) 각 경연마다 미션이 주어지는데, 겨우 하루 남짓 사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 사이 디자인 구상, 재료 구비, 제작까지 마쳐야하는 긴박한 흐름이다. 쇼에 올려야 하므로 '마감시간'이 절대적이다. 아무리 거창한 디자인이어도 제 시간안에 끝내지 못하면 소용 없다.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압박 속에서 '결과물'을 내야한다. 가장 스트레스는 아마 항상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항상 새로운 것, 아직 나오지 않은 것, 남들은 하지 않은 것, 그러면서 '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감.


그렇다면 압박과 부담 속에서 어떻게 '다음'을 찾아낼까?

 

우승을 한 디자이너 김민주의 '최대 강점'은 '김민주다움'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도전자 모두가 뛰어난 디자이너였지만 특히 김민주 디자이너는 경연 내내 '김민주다움'을 보여줬다. 어느 작품을 봐도, 의상만 봐도 '김민주'가 써있는 듯했다. 주제도, 재료도 모두 바뀌지만 그 속에 자신만의 철학을 잃지 않았다. 중간 인터뷰에서 김민주 디자이너는 옷을 만들면서 항상 '이 옷이 김민주스러운가?'라고 항상 묻는다고 말한다.


세상에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너무나 많다. 사실 객관적으로 항상, 절대적으로 '나은 것'이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나다운 것'은 세상에 하나라는 사실이다. 결국 '내'가 '다음(next)'을 이끄는 '치트키'다.







'치트키'를 살려 '다음'을 이끌어 간 사람이 있다.


인류의 오랜시간 최대의 '다음(next)'중 하나는 바로 '우주'였다. (궁극적인 건 '신(god)', 사후세계(after death) 등이지만) 항상 궁금하고, 아직도 알아야할 게 너무 많은 '우주'. 우주는 우리에게 미지의 '다음'이다.


그 '다음'에 한발짝 가까이 가게 해준 사람이 있다. 영화 <히든 피겨스>의 실제 주인공인 캐서린 존슨(Katherine Coleman Goble Johnson, 1918~2020)이다.


그는 미국의 천재 수학자로 미항공우주국(NASA)재직 중 유인우주비행선을 위한 궤도 역학의 계산을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사에서 약33년간 근무하며 수많은 복잡한 수학적 계산 작업을 수행해 '인간 컴퓨터'로 불렸다. 미국 최초 유인 우주 비행 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와 인류의 달 착륙 프로그램인 '아폴로 계획'에 기여했다. '엄청난' 그의 업적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다 2016년 그와 다른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 영화가 나오며 뒤늦게 주목받았다.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을 당했지만, 인류가 '우주'를 알아가는 길을 돕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캐서린 존슨. 그녀야말로 '자신의 치트키'로 인류에게 '다음'을 만들어준 장본인이 아닐까.


캐서린 존슨은 지난 24일 향년 10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녀의 부고를 다룬 뉴욕타임즈 기사의 첫 문장이 그의 삶을 멋지게 표현했다. 



They asked Katherine Johnson for the moon, and she gave it to them.

*From : <Katherine Johnson Dies at 101; Mathematician Broke Barriers at NASA by Margalit Fox,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20/02/24/science/katherine-johnson-dead.html?referringSource=articleShare





부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 종료되기 바란다. 더 이상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모두가 힘겨운 상황이지만 좀 더 나은 '다음'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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