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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rat Mar 30. 2020

2020년 2,3월 읽은 책들

마스크 쓰며 맞이하는 봄.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 중.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작 한두 달 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새삼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이지만,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코로나19를 겪고 나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올 것 같다. 전 세계가 처음으로 '일상이 중지되고'있으니. 과거에도 전염병은 퍼졌지만 이렇게 전 세계가 '서로 가까운' 시기는 없었다. 


외출을 최소화하는 '감금' '격리'가 일상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실천이다. 집순이 집돌이도 '자발적'일 때 좋은 거지, 게다가 이 화창한 날씨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기꺼이 '셀프 격리'를 시행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생산적이게 보내야 할 텐데. (물론 태어나기를 생산적이게 태어난 한국인들은 하다못해 커피를 400번 이상 저어서 만들기에 이르렀다) '위기를 기회로'란 말은 좀 거창하고(최근 주식시장에서의 개미투자자들의 모토로 남기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조용히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사놓고 미뤄뒀던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뭐, 뉴턴의 머리 위에 사과가 떨어진 것도 전염병 발발로 인한 격리(quarantine) 중이었다고 하니. 

https://www.biography.com/news/isaac-newton-quarantine-plague-discoveries





1. AI슈퍼파워 -리카이 푸 

작년에 사놓고 못 읽은 책을 드디어 읽었다. AI란 말이 익숙해진 지 오래지만 막상 '그래서 AI가 정확히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꿨/바꿀 건데? 누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지? 지금 발전 단계는 어디야?'라는 질문을 본격 탐구해보진 않았다. 이 책은 세계 AI시장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한 기업인이자 학자가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설명해준다. 위의 질문들 중 하나라도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이 시장이 어디까지 커져있고, 주도하는 사람들이 누구고, 기업들이 AI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이용하고 있고 중국과 미국 기업들의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지 등이 상세히 적혀있다. 특히 중국의 AI 비즈니스 생태계가 어떻게 이뤄졌고 발전해나가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2. 방랑자들 - 올가 토라르추크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폴란드의 대표 소설가로, 이 작품은 2008년 폴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을, 2018년도에는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이 책은 100편이 넘는 이야기들이 서로 얽히거나 따로 담겨 있다. 그래서 집중하다가도 뚝 끊기는 흐름에 읽는데 처음엔 고생을 했다. (무려 620페이지다) 오히려 그래서 책을 언제든 다시 집어 읽어도 무리 없는 장점(?)도 있었다.


작가는 '여행'이라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아래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의 삶을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 두어 '문학'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우리가 세상 속에서 경험하는 카코포니(귀에 거슬리는 음향)와 불협화음, 단일화의 가능성, 혼돈과 분열, 그리고 새로운 형태로 재배치되는 일련의 과정을 충실히 그려 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슨 소리지? 싶지만, 신기하게도 책 뒤편에 갈수록 이해가 된다. 왜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운데 보다 보면 빠져들어 또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지 않나. 이 책도 그렇다.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성좌와 같다. 우리가 사는 장소, 우리가 지닌 이름은 잊혀도 무방한, 아무 의미 없는 귀속의 수단일 뿐이다
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 거야. 정지하는 자는 곤충처럼 박제될 거야. 심장은 나무 바늘에 찔리고, 손과 발은 핀으로 뚫려서 문지방과 천장에 고정될 거야. (......) 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 


3. 시의 나라에는 매혹과 불꽃들이 산다 -문정희 

문정희 시인의 산문집이다. 본인을 포함한 '시인들'과 '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이란 말이 참 로맨틱한 말인데. 요즘은 아무에게 '시인'이란 말을 붙인다. 진짜 '시인'의 삶이 어떤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책상에 앉아 시만 쓰나? 소설도 아니고 짧은 몇 줄 담는데 왜 몇 년이 걸리지?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실제로 시인들은 참 바쁘다. 한두 구절 쓰는데 취재만 몇 달을 하기도 하고. 전 세계를 돌며 낭독회에 참석하고. 예술인들 모임에도 나가야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에도 참여해야 하고....


무엇보다 시를 쓰기 위해 하루 종일 끊임없이 묻고 생각하고 교류하고 걱정하고 느껴야 하는 '감정노동'이 상당하다. (시인들은 퇴근이 없다) 보통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인간에게 전쟁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기는 쉽지 않다. 시인들은 그런 일들을 대신한다. 시인들이 대단한 건, 일기에 쓰는 감정들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란 거다. 남들 '대신' 슬퍼하고, 분노하고, 기뻐하면서 '보편의 감정'으로 만드는 일들을 하니까. 어쩔 땐 아이로, 어쩔 땐 수백 년 전 사람의 목소리로 시를 쓰니까. 시인들은 어떤 단어만 봐도 벅차오르는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써 내린 글들은 시가 되어 사람들 마음에 박힌다. 그리고 우리는 그 힘으로 또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시인들에게 빚이 있다.


4.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 우즨

이런 책(?)을 내는 작가 치고는 독특한 이력으로, 저명한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사봤다) 본인의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는데, 부모이자 어른이 젊은이들에게 할 수 있는 충고이자 조언들이다. 실제 딸에게 보낸 편지를 엮어 만들어서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기도 하고. 


5. EARN IT! (Know your value and grow your career, in 20s and beyond)- Mika Brzezinski, Daniela Pierre-bravo

작년에 이 책을 사서 읽은 뒤로 또 한 번 들춰봤다. 이 책의 저자 미카 브레진스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MSNBC의 평일 아침 방송 쇼 Morning Joe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아버지가 1970년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외교계 거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고, 어머니도 예술계서 파워가 있는 분인 듯하고, 잘 나가는 형제들을 비롯 본인도 유명한 언론인인 한마디로 '상류층 백인 엘리트'다.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그녀의 '커리어 조언'을 아니꼽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하지 마라' 식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작가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지금의 20대'가 느끼는 일터에서의 고충과 '윗 세대'가 바라보는 20대(특히 여성)들의 행동을 '균형 있게' 담고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히스패닉이자, 젊은 여성 후배 언론인인 다니엘라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 자신이 명문대를 나온 백인 엘리트란 점 때문에 남들보다 출발선이 빠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심지어'이런 그녀도 일터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차별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이 책이 좋은 점은 모호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히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그 점이 좋다. 그리고 실용적이다. 이력서 작성부터 네트워킹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똑같다고, 취준생인, 혹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들이면 한 번쯤은 겪었을 듯한 일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어떻게 커리어를 설계해 나가야 할지 조언해주는 '왕고참 선배' 느낌이랄까. 20대만이 아니라 매일 전쟁터에 나가는 모든 전사(?)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더 요구하고, 나서고, 쟁취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라고 말한다. 'EARN IT!'


6. 팩트풀니스(FACTFULNESS) - 한스 로슬링

너무 유명한 책. 작년 초 출간되고 이후 계속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라있다. 저자가 테드 강연(ted talk) 등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빌 게이츠가 '강추'하면서 더 유명해진 책. 책의 부제가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인데,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다'라고 느끼려고 이 책을 다시 읽었다. 21세기 첨단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전염병'에 하염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난 두 달간 보면서.



Cover Image : Photo by Kevin Bhaga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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