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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rat Aug 03. 2020

2020년 6,7월 읽은 책들


긴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 여름이다. 무서운 습기에 몸도 축축 처진다. 여름이 지나면 또 금방 겨울이 오겠지. 매 해 시간이 참 빨리 간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지난 두 달간은 마음공부(?)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다. 읽는 데 무리 없는 책들이 대다수다.








1.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 박서영

서점에 들렀다가 갑자기 시가 읽고 싶었다.  '부지런히 서로를 잊는다'란 표현이 맘에 들었다. 박서영 시인의 유고 시집으로, 시인이 출판사로 마지막 원고를 보낸 때가 2017년 10월이라고 한다.


2. 아들러의 인간 이해 -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 책을 읽고 싶어서 '고전'을 골랐다. 이런 책은 읽으면서 '맞아!' 하는 재미가 있다. 옛날 책이니까 '아닌데?' 하기도 하지만. 알수록 재밌는 게 사람 같다. 요즘 느끼는 건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는 거다. 함부로 판단하지도 말고.

인간의 마음속에 그의 운명이 있다.  - 헤로도토스


3. 투자은행 눈으로 보라 - 김지훈

금융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투자은행(IB)'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배경에서 생겼는지 알기에 좋다. 주식, 채권, M&A 등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기본 내용들을 '투자은행' 관점에서 잘 설명해놨다. 실제 각 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투자은행의 백오피스와 프런트 차이는 뭔지, ECM과 DCM 차이가 뭔지, 가치평가법, LBO, 취준 팁까지 꼼꼼하게 나와있다.


4.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케이틀린 도티

백만 구독자를 가진 장의사 유튜버가 쓴 책이다. '젊은 여자'가 장의사 일에 뛰어들었단 것만 해도 특이한 이력이다. 그 누구보다 죽음 가까이서 일하면서 보고 느낀 다양하고 생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지은이는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하면서 죽음과 관련한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정말 '매일' 시체와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됐다! 이 책을 찾게 된 건 아래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읽고 나서다. 재밌게 읽었다.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 것이 있다면, 하루가 24시간이란 점과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린 시간 관리에 대해서는 많이 얘기하지만 '잘 죽는 법'은 얘기를 안 하는 것 같다. 보통 화장을 많이 하는데, 어떤 과정으로 내가 처리(?) 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5. 에고라는 적 -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ego)'를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다르다고 말하는 책. 여기서 '에고'는 '자기 자신'이란 의미에서 조금 더 넓은 의미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대단한 존재라는 잘못된 믿음' 정도. 무조건적으로 '나'에 매몰된 지나친 자의식. 다양한 사례와 예시로 어떻게 '에고'를 통제하고 길들일 것인지 보여준다.


6.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 박선영

일간지 기자가 정치, 사회, 경제, 교육,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고민한 글들을 담았다. 너무 희망만 얘기하지도, 현실을 미화하지도, 자신을 올리거나 낮추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풀어낸다. 욕할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 잘못된 것도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유!

끝없이 지연되는 희망.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폐기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을 준단 말인가?" 희망에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우리의 헌법이다. 어리석어라, 인간아. 기필코 너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구나.   -189p <국가와 나> 중 일부 발췌


7. 오만하게 제압하라 - 페터 모들러

책의 부제가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여자가 살아가는 법'이다. '반칙'은 남자들의 세계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남성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생해나갈 수 있는지를 말한다. 독일어 arroganz가 '오만'으로 번역되면서 다소 부정적인 어감을 주지만 여기서 '오만'은 누군가를 깔보는 등의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당당하게' '내 가치를 알고' '정당한 요구를 하는' 자세를 지칭한다. 저자가 남성이다 보니 '남자'의 위치에서 여성들을 평가하고 판단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하다. (동의 못하는 부분도 있다. 예로 '포스'를 위해 화장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다.) 책에 의하면 비교적 여성들은 '요구'를 하지 않고, '성과 뽐내기'도 꺼린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좀 더 공격적이거나 직설적이어도 되고, 덜 겸손하며 적당히 무례해도 되고, 영역싸움'에도 기꺼이 참가하라 한다.


8. 내 일을 쓰는 여자 - 마셜 골드스미스, 샐리 헬게슨

1회 수강료가 2억 5천만 원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마셜 골드스미스가 여성 리더십 최고 전문가인 셀리 헬게슨과 함께 쓴 책. 여성들이 커리어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어떤 태도로 직장 생활에 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꼭 여성이 아니어도 커리어를 쌓아갈 누구라도 읽으면 도움이 될 듯. 만 얼마에 '2억 5천만 원'짜리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거저먹기’다.

여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무도 당신에게 힘을 쥐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쟁취해야 할 뿐이다. -로잔느 바

The thing women have yet to learn is nobody gives you power. You just take it.
- Roseanne Barr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재능의 저장소는 여자이다.  -힐러리 클린턴
Women are the largest untapped reservoir of talent in the world. - Hillary Clinton


9. 내가 왜 살아야 합니까 - 월 듀런트

역사가, 작가, 철학자인 저자가 세계의 지성 100인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고 받은 답변들. 우연히 한 남자가 저자에게 다가와 자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해줄 수 없다면 자살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 뒤로 자살하겠다는 사람을 설득할 만한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혼자 답을 낼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 묻는다.


10. 통계학, 빅데이터를 잡다 - 조재근

현대사회에서 '통계'는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하다. 기상예보에서 보험설계까지 그 어떤 분야에도 통계가 활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경제 지표, 온갖 사회 통계를 바탕으로 법안이 발의되고 언론 기사가 생산된다. 사회, 경제, 의학, 과학, 생물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계가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 어떻게 '더 중요한지' 다룬 책. 통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쉽게 읽기 좋다.


11.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좋은 심리 습관 - 류쉬안

'멘탈관리법'을 다룬다. '다 잘될 거다' '당신은 소중하다' 식의 무한 긍정 심리학서는 아니다. 저자는 "현실을 마주해야만 부정적인 생각들에 대한 민감도를 낮춰갈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작심삼일' '의지박약' '대충대충' 등 대부분 우리가 '인지는 하지만 잘 못 고치는' 습관들을 이겨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뻔한 말이지만 '생각의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사소하지만 내 '사고 습관'이 결국 내 가치관이 되고 내 태도를 결정하더라. 이 책의 제목처럼 '심리'도 결국 '습관'이다. 즉, 고쳐나갈 수 있단 말. 의식적으로라도 내 심리 습관을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침대맡에 두고 반복적으로 읽으면 좋을 듯.


12. 비로소 나의 여정 - 문여정

법대를 나왔고, 변호사가 됐다. 로펌에서 일하는 '전문직'이 됐지만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출근에 지쳐간다. 항상 글을 쓰고 싶었던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 있게 떠났다. 모든 직장인, 사회초년생이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 끝에 있는 것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물론 떠난 곳이 마냥 파라다이스는 아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도망친 곳이 천국은 아니다" 어찌 됐든,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저자의 고민, 시행착오, 결심까지 쭉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이다.


13.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 김현석

서점에서 제목이 특이해서 우연히 집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퇴사 일기까지 썼을까 싶었다. (읽어보니 정말 이상한 회사긴 한데. 또 '정말 x막장'까진 아닌 거 같기도. 워낙 별 회사가 다 있다 보니....) 어쨌든. 이 책은 저자가 '블랙기업'에 입사하고 퇴사까지 두 달을 기록한 에세이다. 문득 떠오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는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의 첫문장.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단 건데. 회사도 똑같다. '좋은 회사'는 비슷하다. 그런데 '나쁜 회사'는 각자 이유가 있다. 보통 '진짜 나쁜 회사'는 '사람'이 이유인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이 워낙 다이내믹해서 말이지.


14. 검사 내전 -김웅

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인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실제 '생활형 검사'가 진짜 검사의 삶이 어떤지 에피소드와 함께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 세상에 별 사람 다 있구나... 하며 읽게 되는 책.


15. 말하기를 말하기 - 김하나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이자 강연가인 저자가 쓴 '말하기'에 대한 이야기. '말하기'의 중요성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뼈저리게 느낀다. '말 잘하면' 인생 잘 풀리는 것도 사실이다. 말 잘하는 능력은 돈 주고도 못 산다! 정말 '아' 다르고 '어'다르다. 말하기도 종합 예술이다. 그 사람의 인성, 살아온 환경, 성격, 감정, 지식, 태도 다 담겨있는 게 말하기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란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외국(서양권)에서 느낀 점은 걔넨 참 '말을 잘한다'였다. 내용은 별거 아닌데 참 '있어 보이게' 말한다. 그도 그런 게 서양권은 어릴 때부터 말을 주고받는 데 익숙하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면접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면접관만 묻는 게 아니라, '면접자'도 반응하고 궁금한 걸 묻기도 한다. (우리나라였다면 면접에서 "좋은 질문입니다"하면 '갑분싸'에 '광탈'일듯) 면접도 결국 '말하기'인데, ‘핑퐁', 즉 '대화'가 되는지 여부가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나 싶다.








Cover Image : Photo by Etienne Girarde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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