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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rat Feb 14. 2022

2021년 마지막에 읽은 책들

12月의 독서기록

Photo by Adam Chang on Unsplash


벌써 새해가 되고 한 달이 지나고 보름이 더 지났지만, 더 늦기 전에 지난해 12월 읽은 책들을 정리해야겠다. 날도 춥고, 눈도 오고, 코로나도 여전했고, 몸도 불편했기 때문에 역시나 책을 많이 읽었다. 이렇게 모아보니 꽤 많다. 올해 1월 하고 같이 묶을까 했는데, 지난해의 기록은 지난해로만 남겨두고 싶어서 따로 적어본다.

 


언제나 영감이 되는 똑똑한 여자들의 글들


1. 아주 편안한 죽음 - 시몬 드 보부아르

고백하건대 보부아르의 글을 책으로 읽은 건 처음이다. '제2의 성'의 작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성 보부아르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는 책이다.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이자 문학적인 글쓰기의 정점. 그녀의 철학적 사유의 중심인 '실존주의'를 실제 본인의 경험으로 끌고 와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암에 걸려 죽음을 향해가는 어머니와,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보부아르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어머니'라는 한 인간, 여성이 병에 의해서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철학자로서, 무엇보다 딸로서 지켜보는 보부아르의 정말 솔직한 심정이 담겨있다. 아무리 한 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일지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 부모의 병과 죽음 앞에서는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한 인간일 뿐이다. 인간은 모두 죽고,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부모와 형제도 언젠간 죽음을 맞이한다. 건강할 것만 같았던 사람도 병이 생긴다. 병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한평생 알아 온 부모가 낯설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지만 언제 겪어도 힘들 그 일을 보부아르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예습한 느낌이다. 삶, 병, 죽음, 인간의 존엄성, 실존에 대해 생각하게게 만드는 책.  



2.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우아하고 유쾌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노라 애프런

나는 노라 애프런의 글을 좋아한다. 위트 있고 읽기 쉽다. 하지만 글을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읽기 쉬운 글이라고 쓰기 쉬운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렵다. 어려운 글이 오히려 쓰기는 쉽다. 타고난 센스와 엄청난 내공이 있어야 재밌는데 쉽기까지 한 글을 쓸 수 있다. 노라 애프런은 그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다. 너무나 개인적인 일부터 모두가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까지. 그 속에 잃지 않는 sarcasm이 백미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너무 집착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고, 자신의 실수나 부족함을 웃고 넘길 만큼 여유도 갖고 있으며 타인에 대한 적당한 관심과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순수한 장난기가 느껴져서 좋다.

나는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사랑해왔다. 나는 편집실을 사랑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그 집단을 사랑했다. 담배를 피우고 스카치를 마시고 포커 치는 걸 사랑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직업에 종사했다. 나는 그 스피드를 사랑했고, 마감을 사랑했고, 사람들이 신문지로 생선을 포장하는 것을 사랑했다.
    기사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하고 말하곤 했다.    
-52p, <저널리즘에 대한 러브 스토리>
요점을 말하자면, 아주 오랫동안 내가 이혼했다는 전력이 나에 대한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나는 거다.
그리고 이제는 아니다.
현재 나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늙었다는 사실이다.  -195p, <이혼>



3. 짧은 이야기들 - 앤 카슨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의 첫 시집. 시집이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짧은 이야기들'이다. 장르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과업이다. -11p <서문> 중



누워 읽기엔 가벼운 책이 좋다


3. 동사의 맛 - 김정선

매일 쓰는 국어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국어다. 맞춤법도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헷갈린다. 우리말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자 선물이기에 잘 활용하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동사'만큼 문장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도 없다. 생각보다 우리가 매일 쓰는 동사들은 정말 한정적이다. 이렇게나 많은 동사들이 있는데...


4. 책과 세계 - 강유원

'책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메타-책이라고 해야 하나. 남들은 책을 어떻게 읽을까? 읽고 어떤 생각을 정리하나? 궁금증에서 찾아 읽게 된 책. 저자는 철학박사로, 책에 대한 책을 여럿 썼다. 다른 책인 '책 읽기의 끝과 시작'도 구입했는데 일단 얇은 것부터 시작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고전이 보여주는 자아들을 자기 몸에 넣어보고, 다시 빠져나와보고, 다시 또 다른 것을 넣어보고, 또다시 빠져나와본 다음에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질 자아가 과연 진정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텍스트를 손에 잡지 말아야 하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93p, <에필로그> 중



겨울에 너무 어울리는 소설 3권


5. 눈으로 만든 사람 - 최은미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최근'의 시대를  보여준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경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에게 문학이 줄 수 있는 위로를 보여준다. 최은미 작가가 소설을 이끌어가는 스타일이 새롭고 재밌었던 점이, 뭔가 부드럽고 섬세한 플롯 속에 꽤나 과격한(?) 표현이라고 해야 하나 장치라고 해야 하나 문제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숨어있다가 나오는데, 마치 정말 조용하고 차분한 줄만 알았던 전교 1등 여자 친구가 차분하게 과격한 욕설을 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작가님의 노련함에 리스펙트. 항상 느끼지만 작가들은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만들어내는 걸까??



6.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일단 사고 본 한강의 신작. 역시나 한강다운 작품이었다. 눈이 발목까지 쌓인 제주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지는 작품. 이 작품을 계기로 제주 4.3 사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게 됐다. 세상에는 참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어쩌면 인간은 너무나도 비이성적인 존재일지도. 정말 잘 만든 독립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먹먹함이다.



7. 댈러웨이 부인 - 버지니아 울프

영화 <디 아워스>를 보고 난 후 계속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했던 책. 사실 그 영화 자체는 크게 공감을 하진 못했는데, 영화 속 버지니아 울프가 집필 중인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 대해선 많이 궁금했다. 소설이 의식의 흐름처럼 하루가 지나가기 때문에 중간중간 '갑자기 무슨 소리지?' 싶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그 흐름에 올라타게 되면 한 여자의 삶이, 한 인간의 삶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 대한 울프의 통찰이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버지니아 울프의 매력에 빠져 다른 작품들을 여럿 주문해 놓은 건 안 비밀...



겨울은 인생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계절


8. 오래된 질문 - 데니스 노블, 다큐멘터리 제작팀

세계적인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이 한국의 사찰을 여행하며 던진 질문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이미 나왔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스님들과 문답한 내용들도 담겨있다.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연말이면 으레 '또 나이를 먹네'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여러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럴 때 여유로운 마음을 갖기 위해 읽기 좋은 책이다. 사실 모두 알고 있어도, 불안함을 버리는 실천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

분명 깨달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환상적이고 신비하고 심오한 깨달음 같은 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정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참선 수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깨달음에 대해 뭔가 마술 같은 신비한 체험일 거라는 편견이 있어요. 그런 느낌이 없으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죠. 그러나 사실 깨달음은 일상과 동떨어지고 신비로운 어떤 것이 아닙니다. '몰랐던 걸 알았다', '잃었던 걸 찾았다', '가려졌던 것이 벗겨졌다', '어두웠던 것이 밝아졌다' 등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번갯불이 번쩍하는 순간 방 안을 직접 본 상태와 유사하죠. 나의 참모습, 이 세상의 참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확신하는 경험적 지혜가 바로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 맞게 내 삶을 만들어가는 실천이 더욱 중요합니다.   -49p. <삶은 왜 괴로운가?> 중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그곳이 곧 진실한 자리다.

더 풀어서 얘기하면,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서나 내가 주인이다. 내가 주인이 되면 그곳이 어디든 참된 곳이다'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자기 발걸음으로 스스로 사는 겁니다. 남과 자꾸 비교할수록 내 행복이 점점 줄어들어요. 내가 처한 지금의 환경과 함께하는 사람들, 그 속에 행복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203p,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중



9.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캐서린 메이 

사주에도 '겨울'이 있듯, 모든 인간의 모든 삶에는 겨울이 있다. '힘든 시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그 '힘든 시기'를 견뎌 낸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우리 모두에게 겨울은 오지만, 결국 언젠가는 봄이 온다. 그런데 '겨울'을 잘 지내지 못하면 생각보다 봄이 늦게 오기도 하고, 더 깊은 겨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사실 '힘들다'는 상태는 너무나 상대적이다. 누군가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 수준의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급작스런 사고로 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 오래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겪을 수도 있으며 병이 걸리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너무나도 다양한 인생의 고난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 이 겨울이 '지나가게' 만드는 것. 위로가 되는 점이라면 겨울이 없는 인간은 없다는 점이다. 모두에게 언젠가 겨울은 온다.



세상에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


10.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 - 사이토 고헤이

강력한 제목에 이끌려 사봤다. 그러니까, 요지는 이 상태로 가면 우리의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 불가능이다. 저자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어도 태제 자체는 극히 공감하는 바이다. 지구가 인간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느껴지고 있다. 기후 위기가 경제 섹터에서, 산업 섹터에서, 정치권까지 계속 큰 테마로 떠오르는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밀접하기 때문. 그냥 '날씨가 어떻고' 수준의 주제가 아니다 이제는. 인류의 생존 자체가 걸린 문제. 대륙 하나가 무너지는 수준의 기후 재앙이 온다면 주식시장이, 기업의 번영이, 금융 시스템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성장'을 바라보는 콘셉트를 버려야 한다고. 지금까지 '인간세'는 성장을 향해 달려왔다.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쓰레기. 지속 가능한 세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성장'을 멈추고,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은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테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구는 너무나 명확한 사인을 보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역대급' 산불, 폭우, 폭염, 한파가 전 세계에 나타나고 있다. '이상 기후'가 더 이상 '이상 기후'가 아닌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넷플릭스 다큐 '브레이킹 바운더리'와 KBS의 특별기획 4부작 기후변화 다큐가 떠올랐다.

모두가 봐야 할 작품들.

https://www.netflix.com/kr/title/81336476?s=i&trkid=13747225&vlang=ko&clip=81441699

https://youtu.be/0a7y1DEuASM



11. 반도체 투자 전쟁 - 김영우

기본적인 반도체 시장 상황을 공부하기 좋다. 애널리스트의 책이다 보니 도표나 그래프 활용이 많은데,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아쉬운 점도 있다. 반도체 시장과 업황 공부는 글로벌 경제와 산업을 이해하기에 필수기 때문에 이해가 닿는 부분까지는 공부하고 있다. 사실 책보다는 유튜브를 추천. 요즘엔 정리를 너무 잘해놓은 유튜버도 많고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기업들이 공식 채널에서 반도체 사업에 대해 정리해 놓은 양질의 콘텐츠들이 많다.


12. 2022 콘텐츠가 전부다 - 노가영, 이정훈 외 2명

관련 업무를 할 게 있어서 읽어 본 책인데, 이쪽 업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정리? 하는 셈 치고 읽을 만은 한데. 콘텐츠 업계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다. OTT, 웹툰, 게임, 음악 비즈니스 등 전방위적인 '격동의' 콘텐츠 산업에 대해 잘 정리해놨다.  


인간 관계도 공부해야 한다


13. 다른 의견 - 이언 레슬리

정말 재밌게 읽은 책. 우리는 '다른 의견'의 세상에 살고 있다. 한 사람과도 A에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도, B에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넷플릭스 영화 '돈 룩업'에서도 잘 묘사돼 있듯, 사람들은 점점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을 꺼려한다. 과학적 진실은 믿지 않고, 정치적 판단이 앞서기도 한다. 극우파가 득세하고 명백한 사실인 '기후 위기'는 음모론으로 치부된다. 인터넷 안에서는 각 커뮤니티의 성향 별로 특정한 '대세론'이 각광받는다. 그 외의 의견은 배척한다.


하지만 '다른 의견'은 너무나 소중하다. 나는 '만장일치'만큼 위험한 현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조직 내에서 아무도 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도태한다. 단 한 명도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은 다양성이 전혀 발휘되지 않는 조직이란 뜻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인건비 낭비다. A와 B의 생각이 같은데, 뭐하러 둘을 쓰는가? 영화를 봐도, 책을 읽어도, 기사를 읽어도 '반대' 혹은 '다른 의견'을 떠올리는 일이 적다면 본인의 비판적 사고에 조금 회의감을 가져도 될 것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프로 불편러', '프로 예민러'라며 조롱하는 문화는 좋지 않다. (물론 상식적으로 '진상'에 속하는 행동은 다르게 봐야겠지만) 발전과 성장은 항상 이런 '불편러'들로부터 시작된다. 더운 게 불편해서 에어컨을 발명하고, 어두운 게 불편하니까 전구를 발명했다. 사상도, 문화도, 관습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그 권력이, 생각이 '불편'하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여지가 남아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다.


이 책은 말한다. '불편한 대화를 해아 한다.' 생각보다 어른들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른답지 못하다.' 오히려 아이들이 성숙하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느끼는 바를 솔직히 말하고, 사과하고, 그 뒤에 아무렇지 않게 지내지 않나. 물론 성숙한 교양인들끼리 막무가내로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는 없다(그렇다면 파국일 것이다). 불편한 대화를 하는 데에는 고도의 스킬이 필요하다. 조직이라면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고, 개인적인 관계라면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이 남을 판단하고, 갈수록 호기심은 갖지 않고 있다. 독서량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니겠는가? 책을 읽는다는 건 남의 생각을 읽는 것이고, 남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니까. '저 책을 읽고 싶다'는 것은 저 사람의 세계가 궁금하다는 것이니까. "판단을 미루세요, 대신 호기심을 가지십시오!"


판단 보류는 꽤나 나를 방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공격적인 말을 했을 때 '저 인간은 쓰레기야'라고 판단하면 나도 불쾌하고 얻을 게 없다. '오호, 저 사람은 갑자기 왜 저렇게 공격적이지?'하고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면 사실상 나는 당사자라기보다 한 인간을 탐구하는 연구자가 된다.

현대의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것,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특성이 가장 좋지 않게 발현되는 경우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고, 의문을 누르고 불편한 질문을 삼켜야 한다고 느끼는 경우다. 조직의 각 부문 간에는 갈등이 있어야만 하고, 직원들은 조용히 자신의 우선순위를 추구하기보다 이러한 갈등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암묵적으로 의견 대립을 막는 문화를 가진 조직은 옹졸한 사내 정치나 의사결정의 실책, 권력 남용에 더욱 취약해진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무언가, 또는 누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느껴야 한다. -36p
일반적으로 커플 중 남자가 여자에 비해 공감 정확도가 낮다. 남자들이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공감 정확도에 현금 보상을 제시해을 때는 남녀 간의 차이가 사라졌다. 남자들이 파트너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 애써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51p
잘못된 믿음 안에도 한 조각의 진실은 존재한다. 바로잡으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바라볼 때만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종하려는 마음을 버리라. 그리고 당신의 마음도 자유롭게 풀어주라. -178p
가장 강력한 사회적 기술 중 하나는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 즉 상대가 보여주고자 하는 공적 이미지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185p
"모든 것의 핵심은 유대와 연결입니다. 서로 연결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어요. 왜 동료와 연결되지 못하는 걸까요? 판단을 내리기 때문입니다."...(중략)..."우리는 판단 내리길 좋아합니다. 판단 내려버리면 우리가 '옳은' 것이 되고, 우리의 에고를 만족시키게 되며, 에너지도 들지 않아요. 호기심을 갖는 일에는 에너지가 듭니다.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언가를 철저하게 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중략)... "판단을 미루세요, 대신 호기심을 가지십시오!" -242p
사과의 기술을 완성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전에 너무 늦어버리기 십상이다....(중략)... 결국 사회는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계로 움직인다(경제학자들이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관계를 해치거나 무너뜨릴 수 있다. 사과는 그 관계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방법이다. -254p



14.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데일 카네기

너무 유명한 책이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고전에는 이유가 있다...

"권리를 주장하며 개에 물리는 것보다는 길을 비켜주는 게 낫다네. 개를 죽인다 해도 물린 상처는 낫지 않는 법이야" -210p


책 중간에 수필가이자 출판가인 앨버트 허버드의 조언이 수록돼 있다.

밖으로 나서 때는 언제나 턱을 당기고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숨을 크게 들이마셔라. 햇살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며 친구에게 인사하라. 그리고 악수할 때마다 마음을 담아라. 오해를 살까 두려워하지 말고 적을 생각하느라 단 1분도 낭비하지 말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려 노력하라. 일단 마음을 정한 후에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지 말고 목표를 향해 곧장 움직여라. 여러분이 하려는 멋지고 훌륭한 일에 전념하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산호충이 흐르는 조류에서 필요한 성분을 얻는 것처럼 여러분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바라는 일을 이룰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원하는 능력 있고, 성실하며, 쓸모 있는 사람이 된 모습을 그려라. 그런 생각을 하면 시시각각 그런 사람으로 바뀌어간다......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마음가짐, 즉 용기 있고, 솔직하고, 쾌활한 마음을 지녀라. 올바른 생각을 하는 건 창조하는 일이다.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게 되고 진심 어린 기도는 전부 응답을 받는다. 우리는 마음먹은 대로 이룬다. 턱을 당기고 고개를 높이 들어라.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번데기 속에서 우리는 신이다.   



은희경 소설 속 주인공의 매력이란


15. 새의 선물 - 은희경

은희경 작가의 소설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두께가 꽤 되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조숙한 소녀 '진희'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담겨 있다. 인생은 희극이자 비극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진희네 동네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네의 삶은 얼마나 우스우며, 한편으로는 애잔한가. '성숙한 소녀'란 존재는 꽤나 문학에서 자주 이용되는 장치다. 사실 '어리다고' 정말 어리지 않은 소녀들을 자주 보지 않나?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금방 파악하고, 눈치도 어른 못지않게 빠르다. 그런 의미에서 진희가 공감가기도 하고.


16.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 은희경

이 책의 주인공도 이름이 '진희'다. '새의 선물'의 진희가 자라 성인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실제로도 진희가 성장한다면 이렇다는 식으로 집필한 거라고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한 남자에게만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진희의 연애관? 사랑관? 은 책이 나온 시대를 생각하면(90년대) 꽤나 쿨하다. 진희의  애정사를 중심으로 전개가 되지만, 꼭 '연인 관계'만을 다룬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하고, 의심하고, 방어하고, 외로워하고, 즐기고, 만족하고, 슬퍼하는 한 인간의 내면과 갈등을 염탐하는 기분이랄까. 요즘 말로 하면 세상 '시크'한 진희의 매력은 그 속에서 만나는 자기 자신이 아닐까.

Save the last dance for me(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Emmylou Harris

Whoa, I know that the musics fine
like sparking wine
Go and have your fun
Laugh and sing

But while we're apart
Don't give your heart
To anyone
And don't forget who's taking you home
And in whose arms you're gonna be

So darling save the last dance for me






2021년도 끝났다. 2022년 1월도 지났지만, 2월과 묶어봐야겠다. 이젠 시간의 흐름이 놀랍지 않을 정도지만, 그 하루하루가 모여 내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연말에 책을 많이 읽으니까 좋다. 하루하루,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것만큼 힘들고 보람찬 일도 없다. 지금을 맘껏 누리고 추억하자.


매일의 일상이 바로 인간이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신비고 기적이고 불가사의다.
<오래된 질문> 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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