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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윔 Dec 07. 2023

마을기업, 우리는 왜 안될까?

얼마전 농촌활력프로젝트라는 사업에 선정되어 사업을 어떤식으로 운영해 나갈지 고민하던 찰나에 작년에 처음 도전했던 마을기업 선정 사업이 나와서 다시 급하게 준비해서 서류를 제출했다.


작년에 안되었던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방식과 달라서였던 것 같다.


농산어촌의 사업들을 들여다 보면 비교적 신사업인 청년마을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을의 어른들로 이루어진 구성원들이 농산물을 기반으로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사주고, 더 많이 재배하고 같은 형태의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청년유입에 관련된 사업조항들이 있지만 실제로 "청년"이라는 존재가 지역에 많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청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뭔가 꿈과 희망을 이뤄내야할것 같은 미션이 주어진다.


그리고 마을기업은 숫자로 환원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주로 선정이 되는것같다.


- 마을 공동체가 작물을 다 같이 판매한다

- 가공시설을 만들어서 마을의 작물을 우선 매수해서 농가소득을 지켜준다

-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마을 사람들을 우선 채용한다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만 그 생산물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랄까?


생활인구과 거주인구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사업모델을 구상중인 우리는 따지고 보면 "그래서 뭘 하겠다는거지" 하는 의문을 충분히 가질만 한 아이템이다

지금 생각해도 선정된게 의아할 정도로 우리의 도전을 믿어주셨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고...

2023년 농촌활성화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행적들, 글로는 너무 간단해 보인다.


무튼 이런저런 과정 끝에 올해 마지막 도전으로 작년에 떨어졌던 마을기업을 다시 도전해볼까 해서 급하게 서류를 제출했다. 


작년에 오셨던 사회경제적지원센터의 부장님이 사전인터뷰로 오셨는데 이런저런 질의응답중에 이런 질문이 인상에 남았다.


"지역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는가"


사실 이 질문은 그간 사업계획서상에 수도없이 나온 질문이라 기계처럼 읊어낼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문득 "뭐가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내가 살고 있는 강원도 양양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이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을 매달려 있었을까?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다시 처음으로 시계를 돌려 생각해보면 어떤 문제는 나에게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먹고 살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지?

그리고 그 질문 너머엔 "좋은 일, 재미있는 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같이 있었다.


나에겐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션보다 양양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양양에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게 정확히 정의된것은 불과 얼마 안되었지만 그간의 생각들을 종합해보면 결론은 그것이었다.


당장 귀촌을 할 수 없다면 자주 다녀가면서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많아지면 언젠가 그들도 내가 지금 품고 있는 양양에서의 안정감을 그들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래서 그들이 지역에 스며들게 하는 과정들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래서 차분히 나의 생각을 들여다봐가면서 일을 해야하는데 나는 일단 부딪히고 깨진다음 해결하는 식이다. 허참...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어쩌면 우리는 마을기업을 선정하는 사람들의 기준과는 부합하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우리가 조금 더 우리에게 집중하면 될 일 같았다.


도전은 중요하다. 이번의 짧은 도전 역시 시도 했기에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냈고 그 부분들이 또 하나의 기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건 분명하다. 


전통적인 방식의 마을기업에 부합하지 않는 우리처럼 지역에서의 공동체사업을 준비중인 청년들이 있다면 떨어지더라도 많이 도전 해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래야 다음으로 가는 계단 하나가 만들어지고 설사 만들어 지지 않더라도 다른 방향의 건설적인 목표가 생기기도 하는듯 하다.


2024년 나의 목표는 어디를 들여다 보게 될까?

나도 궁금한 나의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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