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드협동조합의 탄생
올봄 농촌활력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가을이 왔다.
지난해 이런저런 방법으로 양양에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과 양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몇몇과 작은 모임을 조직했고 활동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사업들을 알아보던 중 농촌활력프로젝트라는 사업의 기회가 와서 운이 좋게도 덜컥 10개 마을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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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30630_0002358481#_PA
몇 번의 컨설팅과 사업계획서를 수없이 수정해 가며, 예산을 바꿔가며 정말 끝없이 준비 또 준비하는데 계속 나오는 지적은 농촌과 농업, 그리고 지역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사업비를 통해 농촌에 활력이 불어넣어 지는 포인트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사업비를 농업조직이 아닌 조직에 지원되는 게 맞는가?
지역민들에게 어떤 혜택으로 돌아가는가?
인데 이게 참 아이러니한 질문으로 느껴진다.
농촌=농업이라는 인식과 어촌=어업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답이 없는 도돌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지역에서 살아가기...
내가 생각하는 양양군 현남면의 현재은 다음과 같다.
사업수행 대상지인 현남면의 청년 유입 이유는 어업도, 농업도 아닌 해양관광이다.
관광지로서 더 크게 인식되고 있는 지역이고 주소지를 이전하고 사는 사람들은 몇 없다.
높아지는 땅값, 월세 등으로 정주여건 개선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빈집도 별로 없거니와 7번 국도 뒤쪽조차 살 곳을 찾기는 힘들다.
관광지로서의 역할이 강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영업자의 수도 많다.
이들 역시 인프라가 있는 주문진, 강릉 가깝게는 양양읍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까이 대목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주소이전을 한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서핑/분위기/지역특성) 현남면이 메인 생활권인 사람들이 많다.
서핑스폿이라는 자연적 특성으로 5년 이상 장기 반복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 농사를 짓는 농업인은 드물다.
양양으로 주거지를 이전한 주변의 사례를 보면 갑자기 어느 날 아! 떠나야겠다!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아! 양양으로 가야겠다!라는 형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떤 계기로 양양에 와보니 이런 곳도 있구나 할 것이고 또 와보니 그래도 좋네 싶을 것이고 자꾸 와도 아 여기서 살면 행복이 있겠다. 하는 확신이 들 때 "아! 떠나야겠다! 양양으로!"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고 나 역시 자꾸 오다 보니 여기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움직이게 되었다.
이렇게 유입된 생활인구의 대부분은 농업인은 아니다. 이것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아직 농업인이 되기엔 다른 게 더 좋아서 이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역에 산다고 해서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고 오는 사람들의 수는 정말이지 적은 수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을 농촌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농촌에 관련된 정책이나 혜택이 나왔을 때 이들에게 주어질 수는 없는 걸까?
대부분의 농촌이 가지고 있는 산업이 농업이기 때문임은 이해하지만 실제 농업인이 되기 위한 과정이
그래! 나 농사를 짓겠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도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지방에서 풀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삶을 사는 생활인구들...
그리고 그 삶 사이에서 언젠가 때가 되면 지방으로 이사 가야겠다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전 후 기존의 틀을 버리고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농촌활력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은데 이게 너무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활인구, 결국 그들이 지역 소멸을 방지하는 장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정책에 맞는 사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관을 지키며 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요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이 흘러야 한다.
이제 막 목차를 잡기 시작하는 이야기의 시작 누군가는 도울 것이고 누군가는 부정할 것이다.
새로운 것은 늘 관심받기 마련이고 관심이 있다는 건 늘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양양에 왜 왔는지, 양양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끝은 무엇일지
양양을 드나들며, 내 꿈을 이야기하던 길고 긴 시간의 시작이 어쩌면 이제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