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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윔 Jan 29. 2024

로컬(Local)+노마드(Nomad), 로마드 협동조합

서울에서 계속 살았다면 나는 서울의 로컬이었을까?

요즘 로컬이라는 단어가 인기(?)다.


지역 어딘가 혹은 골목에서 사업을 일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로컬이라는 단어.

정부의 다양한 사업에 관심이 많은 행정가, 창업가, 심사역 등이 알고 있을 로컬이라는 단어.


그리고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이 본다면 뜬금없게 들릴지 모를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로컬(로컬리즘,로컬리스펙 등)이라는 단어.


나에게 로컬이라는 단어의 시작은 2014년 처음 서핑을 시작하며 접한  로컬리스펙(Local respact)였다.

로컬리스펙이라는 단어는 전 세계 어디든 서퍼라면 인지하고 있을 만한 단어이고 이 단어를 학습시켜 준 사람들 때문에

10년 전의 양양에서 처음 서핑을 시작할 때 죄지은 사람처럼 서핑스팟에서 기죽어 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꽤나 많은 서퍼들이 그랬으리라...


로컬리스펙... 서퍼들의 문화에서 그 지역의 스팟을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훈훈한 문화의 일종인데 당시 한국에서는 낯설고 정착되지 않은 개념이었던 것 같다.


나보다 먼저 왔는가? 지역에서 서핑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가? 지역에서 나고 자랐는가?

뭐 이런 것들로 로컬을 정의하다 보니 결국 서로가 서로를 "로컬"로 인정하지 않는 재미있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서

커뮤니티에 관련된 글들이 종종 올라오곤 했었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나는 서핑이 시들해지고 양양으로 완전히 이주하게 되면서 로컬이냐 아니냐 같은 문제도 완전히 잊게 되었다. 적어도 나의 생존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이주를 하면서도 IT와 관련된 사업아이템만 늘 고민하다가 얼떨결에 카페와 숙박시설을 차리게 되고  

지역에 대한 관심 정확히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한 국가적 이슈가 커지면서 그리고 내가 "양양"에서 먹고사는 길과 연결이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리면서 어느새 지역을 살리는 일에 서서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가 일구어낸 것이 "로마드 협동조합"...


로마드 뜻이 무엇인지 종종 질문을 받는데 간단히는 로컬과 노마드의 합성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모두가 지역민이고, 모두가 이주민이기 때문에 로컬도 노마드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양에 내려온 지 30년이 되어도 "양고"를 나오지 않고 여기서 나고자라지 않았으면 원주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고나왔니?"라는 질문을 받는 것에 "네"가 아니라 당황스럽게 느껴졌다면 양양에서는 외지인인 것이다.


원주민과 외지인

로컬과 노마드

10년의 사이 나는 이 두 단어가 너무 극과 극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24년인 지금, 라이프스타일이 간결한 편이라면  파주에서 제주도까지 이주하는데 하루면 되는 세상이다.

세상이 정말 좋아져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주할 수 있는 세상이라 원주민도 이주민도 서럽지 않아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단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단어가 재미있었던 일화는 얼마 전 끝난 "잘했다 나녀석전"의 전시에 오신 어느 분께서 전시 개요를 보시더니

"나도 로마드에요"라고 하셨던 일이다.


양양에서 일하지만 고향은 서울이고 집은 강릉이었던 분과 양양에서 살고 일하지만 고향은 서울이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겠다는 두 분이셨는데

스스로를 "로마드"라 칭한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게 인상적이었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로컬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들여다보면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로컬의 정의가 나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로컬"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에 따라 출신성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서퍼의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렇다면 나는 어디의 로컬이 되는 걸까?

서울에서 태어났으니 서울의 로컬일까?

지금은 더 작은 단위들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태어나서 28년쯤을 살았던 성북구 석관동의 로컬일까?

아니면 태어나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낸 양양 현남면의 로컬일까?


더 큰 범위로 올라가 본다면

로컬은 사람을 포함하는 걸까?

각자각자의 지역을 의미하는 것일까?

골목골목이 로컬이라면 애초에 골목상권에 자리잡지 못한 시골 들판 위의 우리는 로컬이 아닐까?


우리의 삶은 로컬일까? 노마드 일까?

지역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로컬의 정의를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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