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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제리 Apr 19. 2016

<주토피아>를 통해 다시 본 해외생활과 '편견'

해외생활중 편견이 앞을 가로막을 때





최근 어른들의 영화라고 불리고 있는 <주토피아> (Zootopia)라는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보기 전부터 주위에서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들은 후라 기대도 많이 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외적으로 전달하는 내용은 약육강식이었던 동물들의 세상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Prey와 Predator이 공존하는 세상으로 편견에서 벗어나 모두 화합을 하고 평화롭게 산다는 내용을 주토피아라는 사회를 통해서 그리고자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토끼가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 신뢰받는 경찰로 당당하게 성장하기까지의 영웅스토리도 살짝 들어가 주는 뻔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시간가량 이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이면에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전달하고자 하는 또 다른 내면적 스토리가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상에서 흔히 발생할법한 이슈들로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나에게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안겨주었던 주제는 주토피아라는 사회를 통해 여러 부분에서 보이는 사회의 '편견'을 다룬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특히 해외에서 외국인으로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공감할법한 스토리의 디테일까지 잘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 다시 한번 나의 해외에서의 생활을 돌아보게 해 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오늘은 영화 <주토피아>에서 부각된 내용과 실제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들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편견 1 - 작은 토끼가 경찰을?


시골 출신인 토끼 주디가 경찰을 하겠다는 꿈을 가졌을 때, 주디의 주위에선 '시도하지 않으면 포기할 일도 없는데 왜 시도를 하냐'라는 식의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그리는 발언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회의 첫 번째 편견은, 작은 토끼가 경찰을 할 수 있을까? 경찰은 큰 동물들이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토끼 주디는 토끼도 경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자 하며 경찰학교에 들어가고 큰 동물들에 체력적으로 모든 자질에서도 밀리지만 결국, 사회가 말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해내고 당당히 수석으로 졸업을 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편견에서 오는 '결핍의 힘 '은 주디를 더 단단하게 해 한계를 극복하게 만든 것처럼 가끔은 이런 편견이 비주류의 성공신화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편견 2 - 여우는 악역?


영화에서 여우 '닉'은 여우는 약았다고 보고, 문제의 중심엔 여우가 있다는 편견 때문에 어릴 적 왕따를 당한 어린 시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주디'조차도 어릴 적 여우에게 당한 트라우마 때문에, '여우 퇴치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처음엔 여우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닉과 주디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닉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사람들이 너에게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굳이 그것을 고치려 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의 편견과 상처로 이미 마음이 단단해져 버린 듯 담담하게 말을 하는 닉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이 장면에서 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우리가 알게 모르게 대하는 비주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오히려 원래는 그렇지 않았던 닉을 정말 사회의 시선이 기대하는 약은 여우로 만들어 버린 것처럼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이 아닐까?






편견 3 - 가슴 부풀고 간 첫 출근, 주디의 첫 임무는 주차단속

수석으로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경찰을 하기 위해 주토피아에서 타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낯선 곳이지만, 꿈에 그리던 일을 한다는 생각에 좁디좁은 1-2평 남짓 아파트도 까칠하고 이상해만 보이는 이웃들도 그저 좋아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첫 출근을 한 날 실종자 수사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에 잔뜩 부푼 주디의 예상과 달리 첫 임무는 주차단속이었다.  왜 주차단속이냐며 보스에게 항의도 해보지만, 돌아오는 말은 하루에 100개씩 단속스티커를 떼는 게 너의 임무라는 말만 돌아온다.  

이 장면에서도 드러난 편견은 주차단속도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다른 동료들에 비해서 체구가 작고 약한 존재일 것이라는 주디에 대한 편견이 사회의 약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닐까?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소한 표현 하나하나 나도 모르게 편견이 담긴 말을 나 자신도 모르게 쓰고 있는 나를 보면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 다시 문장을 수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현실에서 알게 모르게 매일같이 일어날 수 있는 편견들은 무엇이 있을까?






동양인에 대한 편견 - Asian은 소극적이고 목소리가 작으니까


Asian으로써 경험했던 Asian에 대한 편견을 들은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회사를 입사하고 몇 년이 지난 뒤 나를 뽑아준 파트너와 밥을 먹다가 우연히 인터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 "인터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네가 나를 인터뷰할 때 뭐가 가장 인상 깊었었냐?"

파트너: "보통 Asian들은 목소리가 작은데, 넌 목소리도 크고 그게 자신감 있게 느껴졌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에 너무 진지하게 피드백을 준 파트너 덕에 순간 당황해서 크게 웃어버렸지만, 저 대답을 들은 후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에 고맙다.

2. 미국이라는 사회가 가진 Asian에 대한 편견은 저런 부분도 포함이 되는구나.


예상치 못한 칭찬 아닌 칭찬에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물론 말한 사람 입장에서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지만) 미국 사회가 바라보는 나를 포함한 동양인들에 대한 시선은 이런 소소한 부분까지 편견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이었다.  회사 인터뷰 기간이면 학생들과 직원들 간에 네트워킹 이벤트들이 종종 있어서 참석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동양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자주 보이는 행동들이 조금 있다.  알게 모르게 동양인으로서의 사회적 편견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 그 사회가 기대하는 편견에 한몫하는 동양인들의 태도는 나도모르게 신경쓰였던것 같다. 그래서 그런 모임에서 자연스레 미국 사회에서도 편견 없이 잘 섞일 수 있는 동양인 학생들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끔 나를 불편하게 했던 건 동양인들은 자기들이 다수로 모여있는 그룹에서 옆에 자신들의 언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있음에도 자신들이 그순간은 주류라는 생각에서인지 자신들의 모국어를 사용해서 옆에 다른 사람들이 대화에 끼기에 무안하게 만드는 배타적이고 배려 없는 행동을 보이곤한다.  때론 자기들끼리는 시끄럽게 떠들면서 외국인 사이에선 유독 조용해지고 목소리가 작아지는 아이러니한 행동들..  이건 사실 주류가 비주류를 편견을 가지고 '너는 우리와 다르다'라고 선을 그어 버린것이 아니라, 비주류 스스로가 여우 '닉'의 말처럼 어차피 그렇게 사회는 우리를 바라보는데 굳이 바꾸려고 하질 않거나, 스스로가 그렇게 비주류가 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런 동양인을 바라보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점점 높은 직책의 자리로 올라갈수록 스탭일 땐 많던 동양인들은 어디 간 건지 동양인 리더를 정말 찾아보기 힘들고, 많은 리더의 자리에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던 잠재적인 동양인 인재들의 백인중심 사회에서 리더로서 성장기회를 힘들게 만든 건, 흔히들 사회의 주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비주류라고 부르는 동양인들 자신들 스스로가 만든 것은 아닐까?








결핍의 힘 - 편견을 깨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



결핍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토끼의 인간승리(?) 아니, 토끼 승리(!) 스토리를 보면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다. 몇 년 전 국제 사회복지사 김해영 씨의 강연을 통해서 들었던 말이다. 바로 '결핍의 힘'이라는 단어이다. 즉, 사회로 부터의 편견이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결핍이 결국엔 자신을 움직이게 해 주고 성장시켜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말이다.  


가장 공감이 많이 된 부분이 어쩌면 이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미숙한 부분이 너무도 많기에 매일이 challenge라고 느끼는 날이 많다.  게다가 이미 내가 있기 이전부터 지속되었던 사회의 편견 앞에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자할 때 내 발목을 잡는 일도 종종 있다. 이곳에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없지만, lady first라는 명목 하에 여성은 약자라는 편견이 작용되고 있을 수도 있고, 이전에 누군가 나의 자리에 있을 때의 선행에 의한 편견 때문에 나 또한 그럴 것이라는 편견에 잡혀서 이 유도 모르고 그 편견을 극복해야 하기도 해야 하며, 외국인으로서 당연히 언어가 부족하겠지라는 편견에 조금만 어리숙한 척했다가 된통 당하게 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오히려 이런 편견은 나의 결핍을 자극했고, 내가 그것을 극복하도록 움직이게 했다. 예를 들면, 내가 있는 팀에서 굳이 나서서 일을 벌이는 동양인은 이전엔 많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소속된 팀 안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조금 일을 벌이는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런 편견과는 다른 모습을 나 스스로 보였을 때 주류들은 더욱 오픈마인드로 대하기도 했고, 조금 더 내가 속한 조직에서 여성으로서 영어가 서툰 외국인을 향한 편견 때문의 배려가 아닌, 나 스스로가 원하는 진정한 평등함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편견을 가진 사회에서 조금만 자신감을 가지고 편견과 다른 나 자신의 모습을 자신 있게 보여줄 때 사회의 편견은 하나씩 깨어질 것이고, 그것들이 나아가서는 나를 더 돋보이게 해는 것이 아닐까?        








초식동물은 90% 육식동물은 10%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다. 백인을 제외하고, 히스 패닝, 흑인, 동양인 등등 여러 국가의 여러 인종이 함께 공존하는 마치 주토피아와 같은 나라이다.  대사에서도 나오는 초식동물이 90%이고 육식동물이 10%라는 표현이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이런 특징은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이 부분은 소수의 주류가 다수인 비주류를 지배한다는 사회적 구조를 비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주류와 비주류는 누가 어떻게 나누는 것일까?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칭하는 나 자신과 같은 사람들 조차가 스스로 만들어 낸 먹이사슬과 같은 구조가 아닐까? 중요한 것은 주류와 비주류의 비율이 아니라, 누구나 때에 따라 주류도 될 수 있고, 비주류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언젠가 편견을 조금씩 줄일 수 있는 주토피아 같은 화합이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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