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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Sep 16. 2023

아이는 이미 제 갈 길을 잘가고 있다.

나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초중고를 다녔다. 중학교를 가서 과외를 받는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중엔 학교 선생님한테 과외를 받는 친구도 있었다. (이건 지금도 불법이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를 가니 사교육을 안 받는 친구가 없을 정도였고 난 그냥 야자를 하고 학교 보충수업을 받는 정도로 추가 학습을 했다.


토요일이면 야자를 빼먹고 친구랑 떡볶이 먹으러 가거가 너무 답답한 날은 야자 시간에 화장실에서 귀신 놀이를 하거나 운동장 구석에서 분신사바를 하는 정도의 일탈을 하는 아주 소탈한 아이였다.


나는 학교를 좋아했다. 교무실로 찾아가 문제풀이에 대해 물어보면 성심성의껏 설명해준 수학 선생님이 좋았고(그는 나에게 육사에 지원해보라고 했고 그땐 너무 뜬금없는 제안이라 당황했지만 지금 보니 나와 꽤 어울리는 것 같다), 소설을 추천해주시던 문학 선생님이 좋았고, 한자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시던 대전 출신 한문 선생님이 좋았고(그는 경상도 사람들이 소가 먹는 콩잎을 먹늠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체력장 꼴지인 나에게 오래 달리기는 잘한다며 칭찬해준 체육 선생님이 좋았다. 그 덕분에 학교에 가면 뭘 배우고 익히고 또 궁금한게 생겨서 좋았다.


아직도 아이에게 뭘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미국에 오니 다들 아이들에게 운동을 어찌나 시키는지 모두 운동선수가 되려나 할 정도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학, 국어, 영어… 아이들이 안가는 학원이 없다.


아이들이 호기심 하나, 배우려는 자세 하나만 제대로 가지면 진짜 재밌게 세상 살아갈 수 있을거라 믿으면서도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제대로 하는 건 맞나 싶어 흔들릴 때가 있다.


아이가 일주일에 한번 한 주를 돌아보는 글을 쓰고 보여준다. 오늘 아이가 적은 한 문장에서 힘을 얻었다.


I can’t wait to learn new stuff!


이 마음이라면 이미 아이는 나보다 훨씬 단단한 심지로 해나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역시… 나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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