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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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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an 02. 2024

New Year’s Eve

아이들을 통해 친해진 친구가 새해 전날 홈파티에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아이들을 포함해 마흔 명 가까이 모인 자리였다. 우리 가족이 유일한 아시아인, 한국사람이었다.


외국인으로 새로운 땅에서 사는 일은 녹록지 않다. 특히나 여기서 대학교를 포함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철들어 이주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다.


여러 명이 모여 이야기를 할 때, 대화의 맥락을 따라가려 애쓰다가도 언어의 벽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쉬운 주제여도 대화의 길을 잃고 만다.


나와 남편은 사교적인 듯 사교적이지 않아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를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궁금함,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고, 취미는 무엇이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궁금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용기 내어(?) 간다.


내 장기는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익숙하다는 듯, 편안한 듯 연기하는 것이다. “하이, 나이스투미츄”를 연발하며 다니며 눈인사를 먼저 나눈다. 대화를 나누는 그들 곁에 서서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주제를 파악하고 내가 동참할 수 있는 대화 소재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적절한 질문을 만들어 던진다. 내가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대화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서로 조금씩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우리 가족에겐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다행히 나의 어제 연기는 나쁘지 않았고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시아에 대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 킬러 오브 더 플라워 문(Killer of the flower Moon) 영화와 원작 소설이야기, 컨트리쏭의 분류와 각자 좋아하는 노래 소개, 달리기와 트레일 러닝에 대한 이야기, 무릎 통증이 있을 때 도움이 되는 클리닉까지 대화는 파도처럼 넘나들었다.


친구네가 준비한 생굴은 너무나 달콤했고, 오븐에 구운 브리 치즈와 꿀의 조합은 신선했고, 아티초크(Artichoke)로 만든 딥소스는 신기했고, 시럽을 발라 구운 베이컨은 고소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되는 카운트다운 행사를 보면서 다 같이 2024년 새해를 맞이했다.


만 이천 명 남짓 모여사는 작은 동네에서 이렇게 새해를 같이 맞이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고맙고, 아이들이 잘 어울려주어 고마운 밤이었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웃고 떠들었다.

그만큼 새해에도 신나게 살아야지.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복이 가득한 2024년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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