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생일을 축하하며
지난봄과 여름, 너와 너의 누나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고 집에 들어가기 전 들르는 곳이 있었어. 바로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온 깻잎 새싹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우리의 작은 화단이었어. 떡잎이 올라오자 이내 키가 쑥 자라더니 깨 이파리가 달리기 시작했어. 아침마다 들여다보며 물을 주고,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줬어. 온몸으로 햇살을 받아내고, 부지런히 물을 마시며 무럭무럭 자라는 깻잎을 바라보는 시간을 난 참 좋아했어.
작디작은 이파리들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네가 생각나. 옹기종기 모여있는 눈코입으로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는 너, 우리 식구 중 가장 보폭이 좁지만 언제나 들뜬 마음으로 가장 멀리까지 달려가는 너,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며 잎사귀, 돌멩이를 줍고는 배시시 웃으며 좋아하는 너.
너는 땅을 뚫고 올라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쑥쑥 자라는 새싹을 닮았어. 상냥하고 다정한 이들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이들에게 스스럼없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너, 보고 듣는 세상을 모두 흡수하듯 느끼고 배우는 너, 너를 포함해 누구든 아프거나 다치지 않도록 보듬어 주는 너.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이해할 수 있는 누나의 설명이 많아지고, 분명하게 좋아한다고 혹은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어. 그렇게 어여쁜 네가 여섯 살이 되었어.
어여쁜 태오야,
엄마는 이렇게 해맑게 웃는 아이가 나에게 올 줄 몰랐어. 이렇게 다정한 아이로 네가 클 줄 몰랐어. 네가 여행하듯 사는 매 순간을 즐기는 아이가 될 줄 몰랐어.
늘 너를 통해 3차원으로 더 넓어진 세상을 배우고, 더 깊은 사랑의 마음을 느끼고,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마음먹게 돼.
너보다 먼저 내달리며 너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나 너보다 한두 걸음 뒤에서 신나게 달려가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 될 테야.
달려가는 네가 뒤를 돌아보면 반가운 마음 가득 안고 두 팔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함박웃음을 지을 거야.
어여쁜 태오야,
너의 두 다리로 달려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뛸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어 가장 빠른 속도로 직선이든 곡선이든 너의 길을 마음껏 달려. 엄마는 늘 몇 걸음 뒤에서 너만큼 환하게 웃고 있을게.
이제 네 나이를 세려면 두 손이 꼭 필요해.
그만큼 넌 옹골차게 자라는 중일 거야.
태오야, 여섯 살 생일 축하해.
너의 여섯 살은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앞으로 펼쳐질 새날들 온몸과 마음으로 누려봐.
하늘을 향해 이파리를 흔들며 키가 자라는 들풀과 나무들처럼.
2024년 1월 16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