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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석 Apr 10. 2017

18. 아이고 나고야 (1일차)

뭐 이런 동네가...

드디어 2주간의 간사이 일정을 마치고 도쿄로 향하던 중 어차피 일정은 차고 넘치니 굳이 한 방에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중간 기착지로 어디가 좋을까 한참 고민하던 중, 우리에게는 주니치 드래곤즈로 유명한 나고야를 가봐야겠다란 생각에 잠깐 들르기로 했습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가보려는거죠. 이래저래 검색을 하고, 일본 사람들에게 나고야 어떠냐고 물어보니 딱히 답을 못합니다. 분명 나고야는 일본 제 3의 도시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코하마야 도쿄의 위성도시니까 굳이 말하자면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나고야)

그런데 잘 모르겠다고? 물어보니 정말 특색없는 도시라고 합니다. 마치 울산같은?

게다가 울산과 이미지도 비슷합니다. 딱히 볼 것도 없고 (물론 나고야성이 있습니다만) 재미도 없는, 그러나 B급 음식으로는 세계 최강이라고 하던.

그래서 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때 아니면 다음에 갈 일 없을 거 같아서.

나고야행 버스입니다. 신칸센으로는 30분 정도 (노조미 기준) 걸리겠지만 버스타면 두 시간 반 정도 걸리더군요. 도중에 너댓 군데 서기도 하고, 휴게소에도 서니까 그 정도는 봐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버스 작습니다. 우리로 치면 일반고속? 그런데 일반고속이 2,550엔이라고? 에라이 도둑놈들아 -_-

그래도 신칸센보다 훨씬 싸니까 타보기로 결정합니다. 까짓거 뭐라도 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한참을 달리다 휴게소에 섰습니다. 10분간 정차하니까 담배도 하나 피울겸. 그런데 휴게소에 별다방이 보이더군요. 어차피 차 안에 화장실도 있겠다, 커피도 안 마셨겠다. 뒤 안 돌아보고 바로 들어갑니다. 여기 별다방은 어떨까?

숏사이즈 아이스커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팔지 않는 숏사이즈 아이스. 340엔인데 배부를 때 살짝 마시면 딱 좋은 사이즈. 간사이 지방 스타벅스에선 이코카 카드로 다 결제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는 안 된다더군요. 고속도로에서 포인트 안 쌓아주는 우리나라 휴게소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현금으로 결제.

그리고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더 가니...

드디어 보이는군요. 나고야역.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는 가장 높은 역이라고 하더군요. 교토나 오사카와는 건물 층수 자체가 다릅니다. 도쿄 같기도 하고, 진짜 대도시같은 분위기. 신칸센이 서 있네요. 저걸 타고 일본 종단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만 엄청 비쌉니다. 그냥 비행기가 낫겠다.

뭔가 엄청난 규모. 게다가 간사이 지방에서 보던 지역색이나 그런 건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삭막한 건물 덩어리.

나고야역 뒤쪽입니다. 어쩌면 이쪽이 앞일수도 있겠네요. 타카시마야 백화점이 있는 거 보니 100% JR역 맞군요. 일본 지하철 회사는 백화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화점만 봐도 아, 여긴 무슨 선이 서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죠. 게다가 타카시마야는 비싸기로 유명한 곳. 한자에 높을 고가 있는 거 보면 그런갑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왔습니다. 여긴 침대가 아닌 타다미방. 그래서 침대같이 확실하게 구역이 분리되지 않고 칸막이 두 개로만 이렇게 만들어놨네요 (그런데 가격은 교토보다 비싸). 이질감이 많이 느껴질 겁니다. 다닥다닥 붙어 자야하고 뭔가 칸막이 치우면 옆 사람과 같이 자는 듯한.

가운데 테이블이 하나 있고, 나머지는 저렇게 칸막이와 번호표. 뭐 와식에 익숙하니 큰 상관은 없지만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일본여행 중 유일하게 타다미방에서 잤던 곳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자체가 큽니다. 5층 건물로 되어 있고, 1층에는 이렇게 기념품파는 곳도 있는 것은 물론 웬만한 물품은 렌탈도 됩니다. 특히 여성용품이나 이런 거 구비가 잘 돼 있어서 편할 듯.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스탭도 있다는 건 장점. 덕분에 한국 게스트도 만나고 그랬습니다.

옆에 있던 무료 주스 디스펜서. 녹차, 홍차, 게다가 사과주스까지. 저 사과주스는 진짜 꼭지에 대고 먹을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숙취에 그렇게 좋더군요, 흠흠).

나고야에 왔으니 B급 요리를 먹어보자고 결심을 하고 지도를 펼쳤습니다. 뭐가 엄청 많았는데 이 중에 뭐가 좋은지 몰라서 그냥 미소가츠 중 괜찮은 집 하나 소개시켜 달랬습니다. 바로 나오더군요 (역시 스탭들이 정보원으로는 최고). 그래서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로스, 히레, 철판, 꼬치 등등.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오는 집이라 그런가 오른쪽처럼 레토르트로도 판매하더군요. 어차피 사봐야 안 먹을 거 전 그냥 패스. 일본 식당이 좋은 점은 혼자 가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 굳이 테이블에 앉아서 눈치 안 봐도 된다는 점 때문에 일본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혼밥혼술이 일상이라).

우선 식전주로 츄하이 한 잔 시킵니다. 레몬이었나? 맛 보라고 조금 준, 미소에 담근 고기.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분명 미소면 된장이고, 그렇다면 짭짤할텐데 그런 맛도 없고, 약간은 달달한 맛? 이래서 미소가츠 미소가츠 하는구나.


드디어 나온 미소가츠. 반반으로 시켰습니다. 아래 반은 일반적인 폰즈 소스, 위의 반은 달짝한 미소. 미소가츠가 안 좋은 건 소스가 많다보니 바삭거리는 맛이 없다는 점? 그래도 소스 맛으로 먹으면 괜찮더군요. 나고야 다시 가면 다시 꼭 먹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가고 싶네요 이젠.

육질도 괜찮고, 씹히는 맛도 좋더군요.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겠구나라는 맛. 한국엔 미소가츠 파는 곳 없으려나?

삿포로 맥주와 함께. 

이러고 바로 들어갔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애들 만나서 술 먹었습니다.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군대후임이더군요 (같은 대대). 그래봐야 14년 차이가 나서 소용 없다고는 하지만 이역만리에서 만나니 기분이 좋더군요. 그 바람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양주 한 병을 비우고 새벽 네 시까지 이자카야에서 부어라 마셔라...덕분에 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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