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물려받는 것의 기쁨과 라구파스타

아나바다의 르네상스

by 제이


아나바다를 기억하시나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요즘은 당근 마켓을 통해 여러 형태의 아나바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아이들 물건은 그야말로 아나바다 하기 좋은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니까요.


우리는 기저귀,아이용 세탁세제,분유 같은 매일 소비해야 하는 제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물품을 물려받는 행운을 누리고 있어요.


처음에는 친한 동생에서부터 나중에는 다른 도시에 사는 사촌언니에 이르기까지. 저는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기쁘게 아이의 물건을 물려받았습니다.


아이 원목침대. 역류방지쿠션. 아기체육관. 아기 바운서. 에듀테이블. 타이니러브 모빌. 디럭스 유모차. 디즈니 점퍼루. 블루래빗 동화책 전집. 각종 사운드북. 미사용 치발기와 과즙망. 아기띠에 이르기까지.


단어만으로도 엄청나 보이는 아기들의 세계는 크고 방대했습니다. 개월수에 맞추어 사용해야 하는 장난감이 다르고 발달사항에 따라 들여야 하는 놀이 용품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물건들 중에 제 돈 들여 산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니 그게 행운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장난감은 (제 기준으로) 너무 많아 사진으로 첨부해 볼게요. 지금 사용 중인 장난감만 모여 있어요. 블록이나 퍼즐 같은 장난감은 창고에서 대기 중이지요. 저기서 제가 직접 산 장난감은 태엽을 감으면 파닥 거리는 세 마리에 구천 원짜리 거북이 인형이 전부입니다.


꼭 사야 해서 산 것들이라면 기저귀 쓰레기통, 젖병 소독기, 가습기, 기저귀 갈이대, 카시트, 육아서적, 아기 동화책 정도가 되겠습니다.


구김 없이 모든 물건을 물려받는 데에는 저의 가난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준 아나바다의 르네상스가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친구는 지금처럼 당근 마켓이 활발했다면 아이를 키우는데 훨씬 수월했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비용을 지불하거나 혹은 나눔을 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측면에서 보자면 당근 마켓은 그야말로 24시간 쉬지 않고 펼쳐지는 거대한 공동 육아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당근 마켓의 최대 수혜자.
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근으로부터 나눔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만, 언젠가 당근에 팔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옷 장난감 물품 등을 알뜰하게 물려받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사촌언니에게 옷을 물려받았던 날이 생각나네요. 커다란 리빙 박스 안에 여아용 옷이 수십 벌 들어 있었습니다. 언니 역시 지인에게 물려받은 옷들이었고,그 조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그 옷의 나이는 약 10세 정도로 추정됩니다. 오래된 옷이지만 잘 보관되어 낡은 티가 나지 않았어요. 깨끗하게 세탁하고 말리니 여전히 예쁜 옷들이었습니다.


물려받은 옷의 얼룩을 지우기 위해 과탄산 소다와 구연산 베이킹 파우더는 항상 대기 중입니다. 낡고 늘어난 소매와 목은 해결해 줄 수 없지만, 분유 자국 정도는 말끔하게 지워집니다.


물론 저도 새것도 좋아합니다. 하하하.


낡은 옷만 입히다 아기 옷 선물이 들어오면 그 어떤 선물보다 반갑고 기뻤습니다. 예쁜 아기의 사진에 누가 보아도 낡은 옷이 입혀져 있으면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었는데, 새 옷을 선물 받아 세탁해 입히는 날이면 사진을 몇 장이고 찍었던 것 같아요. (계절마다 예쁜 옷을 보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아, 나도 우리 아가 예쁜 것만 입히고 싶다.

아, 나도 우리 아가 장난감 새것으로 사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은
오랜 시간 머무르질 않았습니다.
오늘 꺼내어 본 가난의 조각은
전혀 부끄럽거나 지질하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내어 놓을 수 있는
작은 자랑 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나바다의 정반대에서 홍수처럼 넘쳐나는 물건들이 정말로 이 아이에게 전부 다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새것을 사서 오래 쓸 수 있는지. 그런 많은 것들을 고민하다 보니, 오히려 손때 묻은 나의 물건들이 더 좋아요.


지금 제가 세우는 이 마음은 앞으로 두고두고 무너지지 않길 바래요. 지금은 아이의 옷 장난감 용품에서 시작하지만, 아이가 자라면 필요한 것은 더 많아지고 수많은 옵션 중에 저는 또 한 번 고민하게 될 테니까요.


아, 제가 물려받지 않은 물건 중에 고민에 고민을 하며 새것으로 다 마련한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육아 서적과 아이의 놀이 동화책입니다.


제가 백과 사전처럼 끼고 보는 육아서입니다 큰 도움 받고 있어요!

유튜브와 블로그에 이미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정보에 대해서 만큼은 여전히 글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육아 도서만큼은 다 새것을 구매해서 보고 있어요. 중요한 부분은 줄을 긋거나 접어 놓기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한 권을 시작으로 한 권씩 모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또 다른 것이 놀이 동화책인데요. 아이 옆에 나란히 누워서 손가락 놀이를 하며 읽어주는 동화책을 아이가 가장 좋아합니다.


이렇게 아이와 관련된 물건을 사는 일에
나 스스로 경계를 세우고 결정을 합니다.

책은 새것을 사는 것이 좋겠지만, 옷이나 장난감은 되도록 물려받은 것을 기쁘게 사용하자. 물건을 사야할 때는 꼭 새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중고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검색한 후에 사용 기간이 짧고 중고가 낫다면 당근 마켓을 이용하자. 아이의 물건은 깨끗하게 보관하여 다른 지인들에게 또 나누어 주자.


여러분은 어떠세요?

오늘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누군가에게는 오늘 내가 한 절약이 멋지고 근사할지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궁상으로 끝날지도 몰라요.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내 마음을 지키는 법은 아이의 얼굴을 보는 거예요. 무엇을 입든 무엇을 가지고 놀든 내 아이는 예쁘니까요.


나는 내 아이가
근사한 어린이가 되길 바랍니다.
물려받은 옷과 낡은 장난감도
이 아이의 근사함을 헤칠 수 없어요.


엄마는 아이가 복이 많다고 합니다. 때가 되면 나눔을 받거나 선물이 들어와 아이가 필요한 게 다 채워진다고요.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러니 여러분, 새것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멋지고 근사하다 믿는 엄마의 마음이에요.


내 아이가 참 복이 많아서 이렇게 좋은 물건들을 나누어 받았으니 말이예요.


새것을 주지 못 해 속상한 마음, 오늘도 절약한 당신이라 칭찬해 드릴게요. 아나바다를 실천한 근사한 엄마 아빠를 위해, 오늘은 멋진 이태리 음식을 선물할게요.


레스토랑보다 맛있는 근사한 한 끼 라구 리가토니 파스타입니다


<오늘의 요리>

멋지고 근사한 엄마 아빠를 위한

라구 리가토니 파스타


재료: 양파 반 개, 당근 반 개, 셀러리 한줄기, (저는 당근 셀러리는 없어서 양파만 준비) 다진 소고기 300그람, 다진 돼지고기 300g, 저렴한 레드와인 1/3컵, (요즘은 한 컵 짜리 와인을 팔더라고요 저는 그 와인을 이용했어요) 토마토케첩 혹은 토마토 페이스트 5스푼, 토마토소스, 홀토마토 통조림 혹은 일반 토마토 2개, 리가토니면, 후추, 페코리노 치즈 혹은 파마산 치즈


만드는 방법

1. 양파 당근 셀러리를 다진 후 기름에 볶아 줍니다. 만약 당근 셀러리가 없다면 양파를 채 썰어 갈색이 날 때까지 볶아 주세요. 이걸 캐러멜라이즈라고 하는데 당근 셀러리 없이 양파로만 해도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어요.

2.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핏물을 키친타월로 톡톡톡 제거해 주고 볶은 야채와 함께 볶아 줍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토마토 케첩 혹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도 신 맛이 날라 갈 때까지 볶아 주세요.

3. 볶은 재료 위에 준비한 레드와인을 넣고 알코올이 날라 갈 때까지 볶아 주세요. 와인은 고기의 잡내를 제거해 주고 풍미를 살려줍니다. 만약 와인이 없다면 미림이나 소주도 괜찮아요.

4. 볶은 재료에 홀토마토 캔 혹은 다진 토마토를 넣습니다. (이때 생토마토의 경우 생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칼집을 내어 끓는 물에 데친 후 껍질을 벗겨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아요!) 충분히 볶아 준후 토마토소스를 넣고 뭉근하게 끓입니다.

5. 라구와 잘 어울리는 면으로 리가토니 면을 추천합니다. 속이 비어 있어 소스와 함께 먹기 아주 좋아요. 끓는 물에 소금을 한 스푼 넣고 리가토니 파스타를 삶습니다.

6. 삶은 리가토니 면을 건져 소스와 함께 볶습니다. 이때 면을 삶은 면수를 함께 볶아 간을 합니다.

7. 예쁜 접시에 라구 리가토니 파스타를 담습니다. 파마산 치즈나 페코리노 치즈가 있다면 위에 치즈를 뿌려줍니다. 후추도 살짝 갈아주세요.

8. 맛있게 먹습니다.


이렇게 만든 소스는 6인분 기준입니다. 한 번 만들고 남은 소스는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려 보관 한 뒤 꺼내어 먹을 수 있어요. 레스토랑 못지않은 식사가 될 거예요. 이렇게 간단하다니 하고 놀라실 겁니다. 맛있게 먹고 즐거운 밤 보내세요. 오늘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01. 주인 없이 누린 행복의 결말과 두부전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