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제출자격시험. 흔히 퀄이라 부르는 시험에서 떨어졌다.
보통 석사든 박사든 논문을 쓰기위해서는 퀄을 쳐야 한다. 혹자는 이가 행정적 절차일 뿐이라고 했으나, 탈락을 맛보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지도위원 중 한명이 메일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 것이라고 하였다. 지도교수는 나를 불려서 다음에 준비를 조금 더 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1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상상하기도 싫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는 큰 일이 아니다. 계속 하던 논문을 쓰면 된다. 아니 아직 쓰는 단계가 아니다. 자료 조사를 하면된다. 부족했던 것을 무리해서 본 것도 사실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단단한 논문이 나오기 위한 초석일 뿐이다.
하지만 아프다. 대학원생이라는 충분히 아는 기분이지만, 대학원생이 아니라면 이런 기분을 이해하기 힘든 이 기분, 마음을 할퀴는 그런 기분. 연인과 헤어졌을 때,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와는 또 다른 종류의 할큄이다.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연구자로서의 그릇이 맞는가? 나를 제일 괴롭히는 질문이자, 이 업을 택한다면 평생을 따라다닐 질문일 것이다.
지도교수 방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원래 이메일로 약속을 잡고 가야하지만, 오늘 그 질문을 해야만 할 것같다. 선생이라고 불리는 당신에게 박사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왜 박사과정을 해야하냐 물었다. 이것이 모두 무슨 의미냐 물었다.
'잘 살기 위해 하는 것', 결국은 잘 살기위해 하는 것이라 한다. '질문에 답하는 것을 통해 직업을 가지기 위해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기위해 직업을 가지다면 우리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을하고 돈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대학원생으로서 잘 살아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은 잘 살기 위해 하는 것,
잘 살아야 한다.
아픔을 견디며, 조금 더 현명해지고 앞으로 나아가며, 연구자로서 나아가는 시간이 될 길,
잘 사는 시간이 되며, 이 시간을 사랑하며, 웃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