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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Jan 02. 2018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 유빈에게 1995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유빈아


네가 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점심을 먹을지

무척 궁금 하구나

아마 예쁜 모습으로

맛있게 먹겠지.

상설 재미있게 하고

이따가 만나자


95. 4. 2 엄마


"엄마는 유빈이가 너무도 사랑스럽단다."

"유빈아 어제는 참 잘했다

엄마가 없는데도 열쇠열고

의젓하게 혼자 있어서 말이야

역시 우리 작은 딸은 최고야."




"요즘 유빈이의 모습을 보니

하루가 다르게 어른스러워지는구나

이렇게 자꾸 어른스러워지다보면

앞으로 아주 강한 어른이 되겠구나."


"엄마가 열심히 해서

문단에 등단 (글쓰는 수필가가

되는 것)해서

자랑스런 유빈이 엄마가 될께"























예쁜 유빈아

지금은 밤 12시란다

잠든 너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내일 유빈이가 이 편지를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쓴다.

유빈이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엄마는 무척 궁금하다

꿈을 꾸었다면 엄마에게 이야기

해주렴.

즐거운 하루가 되고 그럼

이따가 만나자


95. 4. 13 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김밥 나라에서 김밥 사서 먹고

집에 와서 양치하고 2시에

치과에 가서 치료하고

피아노 치고 오너라 그러면

언니가 집에 있을 것이다.

돈은 식탁 위에 올려 놓을께


(1) 책읽기 (O)

(2) 숙제 (X)

유빈아

어젯밤에는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 잠을 잤지

유빈이의 포동포동한 손을

잡고 자니 기분이 좋더라.

학교 다녀와서 심심하면

비디오 보거나 동현이네 놀러

가거라. 언니가 1시 10분

올거니까


그럼 안녕


95. 4. 15

엄마.

사랑스런 딸 유빈에게

어젯밤에 갑자기 엄마한테

혼나서 깜짝 놀랐지.

너를 혼내놓고 엄마 마음도

좋지 않았어.

다음부터는 옷 아무데나

벗어놓지 말고 책상정리도

잘 하렴

끝나거든 고모집에 가고

피아노 갔다와서 클래식

들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 책 읽고 있거라.

그럼 이따가 만나자. 뒤로

95. 4. 27 밤

배고프거든 샹도르에서

햄버거 사먹어라

엄마가 돈 줄테니까.


고모집에서 밥 먹고

양치하고

2시에 치과 갔다가

피아노 다녀오너라.

사랑스런 딸 유빈에게

오늘은 즐거운 소운동회구나.

유빈이가 1학년이라고 생각하면

엄마는 가슴이 꽉 차오른단다.

어느새 자라서 의젓한 학생이

되었으니 말이야

오늘 선생님께 미술 그림 도구

잃어버렸다고 말씀 드려라

학교 갔다오거든 냉장고에서 밥

꺼내 먹고 조금 있다가

빵하고 우유 먹어라

심심하거든 피아노 가서 있거라.

이따가 전화 할께


95. 5. 4 아침

-엄마- 뒤로

하버드 수학 (       )

책 읽기 (       )

사랑하는 유빈에게


가을이 슬몃슬몃 다가오고 있구나.

여름은 가기싫어 유빈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데 말이야.

즐거웠던 우리의 여름이 한아름

추억을 남겨놓고 떠나가니 아쉽구나.

그렇지만 학암포에서의 수영과

백양사 계곡에서의 고기잡이 등...

우리의 가슴속을 꽉 메운 즐거운

사연들을 보내지 말고 여름만

보내고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자

이학기에는 유빈이 결심대로 떼 부리지

말고 열심히 하는 유빈이가 되렴


1995. 9.28 너를 학원에 보내고

거실에서 엄마가

유빈아


스케치북 값이다.

학교 끝나고 바로 피아노

치고 있거라.

엄마가 전화 할께.

이따가 만나자.


95. 11. 13 아침

엄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글씨가

엉망이구나 학교에서 다시 쓰도록

해라. 준비물 잘 챙기고 연필 갈고

유빈아

지갑속에

400원 넣었으니

학교 끝나고 진원이랑

떠꼬치 사먹고

피아노에 가 있거라


12. 6 아침

엄마

유빈에게


즐거운 주말이었지.

유빈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온천에도

가고 친척들도 만나고

유빈아 엄마의 부탁이 있는데

엄마가 '유빈아 이렇게 해라'

하면 불만을 터트리지 말고

엄마을 말씀을 한번 생각해 보고

네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엄마에게 똑똑하게 이야기하고

그것만 고쳐주면 좋겠구나.

그리고 궁금한게 있으면 메모해

놓았다가 엄마에게 묻든지

책을 찾아 보거라 (만물박사)


그럼 이따가 만나자


12. 11 아침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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