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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May 07. 2018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 유빈에게 1998

"유빈아

수업은 즐거웠니?"


"처음 친해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누구나 친해지고 보면 편하고 좋지.

사람은 한 번 만나면 꼭 한번은 헤어지는 법이야"

"유빈아

새로 출발하는 월요일이구나.

4학년이 된 쬐만한 유빈이를 보면

대견스럽구나."

똑똑하고 영리한 유빈에게.


어제 밤 늦게까지 빨간펜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엄마가

표현은 않했지만 얼마나

기쁘고 대견한지 업어주고 싶었단다

특히 모르는 것은 여기저기 자료 찾아서

할때는 역시 우리 유빈이는

능력있고 똑똑하구나 생각했다.

엄마는 지금 이 순간 너무도

배부르고 부자인 것 같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재산 1호

유빈이가 있으니까

점심 맛있게 먹고 이따보자


98. 3. 11 엄마

유빈에게





"사랑스런 그러나

약간 고집이 있는 유빈에게


비가 오는구나.

움트고 있는 싹들이 이 봄비를

맞고 훌쩍 자라겠구나.

유빈이도 엄마 사랑을 먹고

어서어서 자라거라."


"글씨를 잘 쓰도록 노력해...

오늘부터"













쬐만한 유빈에게

지난주는 엄마 없이 잘 지냈구나.

역시 우리 유빈이는 능력이 있는 아이야.


유빈아. 새롭게 시작되는 월요일

이 어제 같은데 참 자주도 돌아

오는구나. 그런데 똑같은 월요일은

한번도 없어. 시간은 그만큼 자꾸

흘러가고 흘러간 만큼 과거가 되고

그러니까 유빈이랑 엄마랑 시간을

함부로 쓰지말고 잘 쓰도록 하자.


만약 친구집에 갈려거든 가방메고

가기 없기. 학교에서 아이들이랑

즐겁게 생활하고

수업시간에 충실하고 이따보자


98. 3. 23 엄마

나의 사랑 유빈에게.


눈이 아프다는 너의 전화받고 공릉헌혈의집

에서 이 편지를 쓴다.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너 자신이고 그 다음은 아빠, 엄마일거야.

혹시 엄마가 없어서 아프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어찌 너의 외로움을 모르겠니?

그렇지만 지금까지 아무탈없이 예쁘고

씩씩하게 자라주어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

럽기도 하단다.


엄마가 혈액원에 다녀서 네가 힘들고

어려울때도 있었지만 너는 남이 갖지

못한 자립심과 독립심을 갖게

되었단다. 이 것은 네가 장차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거야. 즉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사가 되는데 말이야.


유빈아. 엄마 언니 학부모 총회 다녀와서

보자.


이따 보자

98. 3. 30

공릉헌혈의집에서 -엄마-

사랑하는 딸 유빈에게.

벚꽃,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봄날이란걸 엄마는

어제 느꼈단다.

공릉 헌혈의집에서 일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산업대 교정에 벚꽃이

겨울 눈을 맞은 나무처럼

서 있더구나.

겨울인줄 알고 착각했다.

참 자연은 아름다운 것이로

구나.


이 아름다운 자연이

유빈이와 엄마 마음속에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유빈아 수업시간에 설명 열심히

듣고 점심 맛있게 먹고 와

이따 보자


98. 4. 8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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