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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May 07. 2018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 화정에게 1998

화정아


단발머리 너의 모습을 보면

어렸을적 통통한 볼을 가진 애기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중학생!

엄마 가슴도 설레인다.

전에도 말했지만 중학 생활은 네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엇을

어떻게 살것인지 바탕이 되는 중요한

시기란다.


알찬 중학생활이 되어 전 선생님이

말씀한대로 무엇이 되는지 간에

사회에서 한 곳이 되는 별이 되었으

면 한다.


점심 맛있게 먹기 바란다.


98. 3. 4 엄마

"습관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예쁜 화정에게


비가 오는구나.

움트고 있는 싹들이 이 봄비를

맞고 훌쩍 자라겠구나.


우리 화정이도 엄마가 싸준

도시락 먹고 또 학교에서 배운

지식, 네가 읽은 책 속에

진리 등으로 무럭무럭 자랐으면

한다. 물론 그러하겠지만.


오늘 학교 다녀와서 엄마가

없어 허전하겠다.

엄마에게 전화하고.

개미 읽고 있거라.


98. 3. 19 목 엄마

사랑하는 화정에게.


새롭게 시작되는 월요일이구나.

매번 맞는 월요일이지만 같은게

하나도 없지.


어제 네가 한 말처럼 이 순간도

과거가 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어느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데

그렇지만 지금도 과거가 되는데

하고 그 생각에 집착하면 사는게

너무 힘들것 같애.

매번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제일 인 것 같다.

머리 단정하게 하기 바란다.


98. 3. 23. 월 엄마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화정에게.


오랫만에 쓰는 편지구나.

매일 써야지 하면서도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단다.


벌써 신학기도 1달이 지나가는구나.

학교 생활은 어느정도 적응 되었으리라 믿는다.

어디서든지 너만 잘하면 된다.

위인들을 보렴.

환경을 극복한 사람들이 진정 훌륭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엄마는 온실에서 자란 꽃 보다

들에서 누가 돌보지 않아도 예쁘게 꽃을 피운 들국화나 코스모스가 훨씬 장해 보이고 고와 보인다.

학교 나쁘다고 불평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


너는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진가를 발휘 할 것이다

엄마는 그렇게 믿는다 우리 딸을


98. 3. 30

공릉헌집에서 엄마

사랑하는 딸 화정에게

하고 싶지만 머리를 보면

그런 말이 도로 들어간다.


어제 아침에는 출근하다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단다.

어느 학교 교정에 벚꽃이

피었는데 마치 겨울나무에

눈이 내린듯 하였단다.

겨울인가 하고 화들짝

놀랐단다.


자연은 참 신비롭기까지

하다.

벚꽃은 저렇게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데


우리 화정이는 장차 무엇으로

사람을 즐겁게 할런지

너의 꿈을 향해 일보씩

일보씩 서두르지 말고 정진하기

바란다


98. 4. 8 저녁

-엄마-

"엄마의 소중한 딸 화정에게.

오늘은 모처럼 한가하게 집에서 쉬어본다. 바쁜자만이 시간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오전 중에 김치 담그고 네 책상에 앉아서 이것저것

문제집 좀 보다가 너에게 글을 쓰고 싶은 생각에 볼펜을 들었다. 볼펜을 들고 지금 쓰고 있는 대학노트 앞면을 보니 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쓰여 있더구나. 그 당시 너는 잘 가꾸고 있는 꽃과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무튼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구나.


네가 자라온 과정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노력과 정성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 누군가는 어렸을적에는 엄마이지 싶다. 그 다음은 너의 노력이고.

엄마와 화정이는 네가 태어난 85. 12. 21일부터 지금까지 장거리 경주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호흡조절도 잘 하고 경기가 잘 풀려 성공적인 것 같다. 앞으로는 점점 너 혼자 싸우는 외로운 경기가 될 것이다. 물론 엄마가 항상 옆에서 지켜 봐주는 역할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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