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빈 May 26. 2018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 유빈에게 2000

엄마의 자랑스런 딸 유빈에게


육학년에 되어 처음 쓰는 편지구나.

육학년 언니 된 기분이 어때?

깜짝할 사이에 6학년이 된 것 같지만

1년에 4번씩 계절이 바뀌고

또 1년에 2번씩 큰 집에 가는 행사를 치뤄야만

1년이 갔듯이

빠른 세월 속에 유빈이도 학년이라는 계단을

차례차례 밟아서 6학년이라는 학년을

맞이하게 되었단다.

지내놓고 생각하면 참 뿌뜻하고 기분좋은

학년으로 기억 되기를 바라며

힘차게 출발하자

2000년 6학년을


너를 좋아하는 엄마


3.6 정오 엄마

(문법 상 맞지 않은 글이 있으면 고쳐보렴)

엄마의 예쁜 딸 유빈이에게.


참 오랜만에 쓰는 글이지.

너에게 글을 쓰려고 연필을

잡으니 옛날 기분으로 돌아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엄마는 글 쓰는 일이

취미인가 보다.

그런데 요즘 취미를 멀리 하고

딴 데 정신을 팔았다.

곧 있으면 여름이 오고

방학을 하고 2학기가 되고

중학생이 되고

시간은 한 번 가면 오지

않으니까

충실히 해.


Terry: Mom! I'm home

(엄마 저 왔어요)

Mom: How was your test?

(오늘 시험 어땠니)

Terry: Easy. I only missed one.

(쉬웠어요 나 하나 틀렸어)

Mom: (Very good)

참 잘했구나


6.8. 엄마

유빈아

얼마전만 해도 저녁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더위를 식혀주곤 했는데

이제는 가을도 깊어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사라지려 하는구나.

답장이 늦어 정말 미안하다.

될 수 있으면 상대방에게 미안

하다는 말을 하지 안는게 좋은데

요즘은 어째서인지 엄마가

유빈이에게 자꾸만 미안한 생각이

드는구나.

가을이라서 그럴까?

오늘은 엄마가 '안내견 탄실이'

사다 놓을께 독후감써서

동사무소에 내볼래?

엄마도 내고.

그럼 점심 맛있게 먹고

이따가 보자

2000년 8월 19일

-엄마-


유빈아

2학기 시작이구나.

어제는 참 즐거웠지.

많은 언니들도 보고.

할아버지 편찮으신 것 

빼고는 아주 좋았다.

엄마도.

엄마는 산에 다녀올게

이따 만나자


8. 30

엄마

유빈에게

오랫만에 쓰는 편지구나.

유빈이 말대로 뭐가 그리 바빴는지

9월과 10월이 훌쩍 지나갔구나.

어제 언니 학부모 회의에 가다가

우리 아파트 입구 감잎파리가

빨갛게 떨어진걸 보고

가을도 무르익었다는 걸 느꼈다.

엄마 마음도 무르익었으면

좋겠는데 항상 부족함이 많은

엄마지.

너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어제 밤 NIE 공부할 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엄마라고 한 말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기쁘다

점심 맛있게 먹고

이따 보자


10. 27 밤

엄마

To 유빈

오랫동안 편지가 없었지.

글을 쓰지 않았더니

연필을 잡았어도 한참동안

생각만 하고 쓰지 못했다.

생각에 떼가 끼었나보다.

항상 노력해야겠다고

반성했다.

지금은 아침 7시 30분이다.

이렇게 아침 일찍 글을 쓰니

참 기분이 좋다.


A: Did You rent Tarzan?

(너 타잔 보러 가지 않을래?)

B: No, Somebody already took it.

(아니 나 봤어.)

A: Too bad

(아쉽다)


오늘 아침 엄마



*6학년 언니는 아직 영어가 너무 어려웠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 화정, 유빈에게 199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