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빈 Jul 11. 2018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 연도 미상


화정아

유빈이가 열쇠를

피아노 가방 속에 넣었는데

피아노 가방이 유치원에 

있는 모양이다

오징어 열쇠 유빈 주거라

유빈이에게 열쇠 잘 보관 하라고 이르고

학교 갔다오거든 피아노 연습하거라

유빈아

요즘 유빈이 글씨가

엉망이구나

오늘부터는 노트와

책에 글씨 깨끗이 

쓰도록 하자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읽은책 적어라 이따 만나자

엄마

화정아

후라팬위에 햄버거

고기 해놓았으니

일어나서 데워서

빵에 끼워서 먹어라

유빈이 꼭 먹여서

보내라 -엄마-

화정아

냉장고 제일 밑에 칸에 쟁반 위에

반찬 담아놓았으니 쟁반채 꺼내서

먹고 다 먹은후 덮어서

쟁반채 냉장고에 넣어 놓아라.

아침 밥 먹고 유빈이랑 하버드

수학 해 놓고 아빠랑

수락산 정상까지 올라 갔다와서

책 보면서 쉬다가 점심 먹고

엄마한테 오너라


11. 26일 아침 엄마

*까스렌지 위에 갈치랑, 돼지고기

김치찌게 있다.


화정아. 유빈아.

침대에서 나란히 잠든

너희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구나.

엄마가 어젯밤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너희들은

둘 다 똑똑하고 생각하는

것도 아주 어른스러운데

한가지 단점이 있다. (뒤로)

아빠에게 인사성이

없고 예의 바르지 못한

점이다. 물론 아빠

성격이 급해서 너희들

기분을 상하게 하는 때가

종종 있을거야.

오늘부터는 아빠.엄마도

급한 성격 고치도록 노력하고

너희들도 부모님께

공손하도록 노력해라

5.15 아침 엄마


화정아

엄마가 집을 비우게 되어

미안하다

피아노 끝나고 오거든 꼭

종이접기 완성 하거라

종이를 접고 안 접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선생님과의 약속을

꼭 지킬 줄 아는 책임감이

중요하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지.

어려서 책임감이 결여되면

커서는 더욱 고치기 어렵다.

엄마는 화정이를 믿는다.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엄마-

화정아. 유빈아.

잠든 너희들을 보면서 몇자 적는다.

식탁에 있는 빵 먹고 밥 먹고

싶으면 전기 밥솥에 밥 있으니

식탁위에 있는 김하고 몇 숫가락만

먹어라.

유빈이는 학교에서 바로 피아노 가서

있거라 엄마가 데리러 가든지

전화하든지 할께.

너희들에게 항상 미안하면서도

잘 있어 주어 대견하다.

오늘은 오후 시간을 엄마랑 함께

즐기자.

11. 22 새벽 엄마.

엄마의 사랑하는 딸 화정에게

네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camp를 가게 되었구나.

너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도 기쁘구나.

며칠 못 볼 너를 생각하니 섭섭하구나.

놀릴 상대가 없어서 제일 걱정이구나.

너를 놀리는 것도 너에 대한 엄마의 애정이라고 받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만큼 너와 내가 대화가 통한다는 뜻이고.

아무튼 이번 리코더 camp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보람있는 camp이길 바란다.

항상 몸 조심하고 숙녀답게 행동하길 바란다.

그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1. 7일 아침 엄마가

화정 아빠

과일이 없어 미안해요.

냉장고에서 베지밀 먹고

아이들 에이스 꼭 먹여 보내요

아이들에게 전화 부탁해요.


95. 5. 31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매거진의 이전글 딸에게 보내는 도시락편지: 화정에게 20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