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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보드 마술사 Jun 26. 2020

하얀마인드 창업기

10년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일.

KAIST 대학원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의 군 대체복무가 끝나갈 무렵 2017년 봄. 나는 이전에 창업했던 (주)가이드플 때의 좋은 기억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에 관한 아이디어에 대한 상념에 빠져있었다. 이전 회사는 너무나도 신뢰하는 동료들의 존재와 창업경진대회 우승에 의한 관성으로 창업했다가, 약 1년 정도 운영하고 다소 빠른 폐업 수순을 밟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포기하지 않을 문제를 찾고 있었다.


말하기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이전 회사를 폐업했던 이유는 당시 회사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직면을 했고 "이 위기를 고군분투하며 극복하기 위해, 내 인생의 10년을 투자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동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고,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우리 팀이 직접 투자한 약 4,000만 원 정도만 포기하면 되었기에 아주 빠르게 폐업 절차를 밟았다. 좋은 상을 주신 다수의 기관들, 여러 조언을 주신 멘토들, 또 우리 제품을 구입해주신 클라이언트들에게는 정말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마음이 뜬 상태로 사업을 지속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어려운 결론을 지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창업에서는 포기하지 않을 문제를 찾기로 결정했다. 그 문제는 꼭 고상하거나, 거대할 필요는 없었다. 성과의 크기와 무관하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문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약 30년간 경험해온 개인적인 기억들을 되살려보며,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짧지만 여러 번의 인턴을 포함한 해외 경험을 했다.


Mobis Parts Australia (2010, 시드니)

TU Berlin HMI Lab (2011, 베를린)

Microsoft Research Asia (2016, 베이징)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호주 사람들의 영어는 참 알아듣기 어렵다.", "베를린 사람들은 영어를 참 잘하는구나. 글자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가 보다...", "베이징 사람들도 영어를 잘하는구나. 공학 전공인 친구들도 영어를 너무 잘하는데?". 특히 마지막 중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을 주었다. KAIST도 영어 공용화가 되어 있긴 하지만,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사람들은 유학파를 제외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에 중국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아시아 출신임에도 정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에는 어순이 비슷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중국어를 공부할수록 그것은 슬픈 자기 위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따라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라면, 내가 포기하지 않고 진득하게 내 열정을 쏟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어 학습에 관한 수많은 제품들이 있는지 알지만, 내가 어학 학습에 뛰어들어서 1%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행히도 나는 순수 국내 교육만 받고 어학연수 경험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는 영어를 곧잘 구사하는 축에 속했다. 올바른 방법과 적절한 지속성을 가지고 학습을 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여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참고로 본인도 20대 초반까지 영어로 대화를 한마디도 못 했다. 특히, '쉐도잉'이라는 테크닉으로 큰 실력 향상을 경험하여서, 이런 좋은 방법들을 전파하는 전도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업에 대한 결정을 한 후에 지체 없이 지도교수님께 말씀을 드리고 (주)하얀마인드의 창업을 단행하였다. 정말 감사하게도, 이전 회사를 함께 창업하고 운영했던 대학원 동기 및 후배인 K (현 CTO)와 O (현 COO)가 함께 해주기로 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회고해보자면, 둘은 문제나 아이템에 대한 확신보다는 팀에 대한 믿음으로 합류를 결정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 회사는 매우 좋은 팀워크를 갖춘 우수한 SW 개발자 3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까지 나는 잘 몰랐다. 우수한 팀은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것을...



'레드키위'라는 유튜브 기반 영어 듣기 학습 앱을 개발하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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