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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개미 Feb 12. 2021

게걸스럽기 싫어

연휴를 맞아 책을 빼들었다.   문장에서 ‘게걸스럽다 형용사를 마주하자마자 내가 얼마나 게걸스러운  싫어하는지 실감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게걸스럽게 보이는  너무 싫다.


이건 먹는 것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게걸스럽게 먹고, 게걸스럽게 자고, 게걸스럽게 사랑하고, 게걸스럽게 보고, 게걸스럽게 사고, 게걸스럽게 말하고...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모른  욕구를 채우기 급급해 보이고 싶지 않다.


술을 마시면 나는 주로 게걸스러워지는데 다음날 일어나서는  모습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이불 속에서, 욕실에서, 부엌에서 소리를  지르곤 한다. “!!!!!”하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아졌을  엄마는 내게 그만  하라고 했다. 나는 게걸스러움을 반성하며 게걸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게걸스러움을 발견하는 일은 많지 않지만 나와 동일시하기 쉬운 대상에게선 그런 모습이 보일 때마다 질색을 하게 된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크게 웃는 아빠에게서, 방문을  때마다 게임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서, 내게  조각  먹겠냐고 묻지 않고 피자를 몽땅 먹어버리는 애인에게서. 그런 장면을  때마다 도망치고 싶어진다.


욕구 말고 다른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닮고 싶다고 오래도록 생각해 왔다. 식욕도 성욕도 소유욕도 명예욕도 복수심도 억하심정도 없이 심플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사람들만 보면 안달이 났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그래 보이는 사람을 찾아서 엄한테 보여줬는데 엄이 너는 이렇게   없다고 했다. (네가  낫다고도 했지만...그건  들리지 않았다)


맞아 도저히 그렇게   없지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욕구에 충실하기라도 해야될 텐데

 지독한 쿨병은 언제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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