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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개미 May 25. 2021

지하철에서

내가 일찍 죽으면 우리 엄마는 읽을 것이 너무 많을 것이다
나는 블로그에도 있고 일기장에도 있고 필사노트에도 있으며 인스타그램 계정은  개고 트위터는  개고 페이스북도 있다. 그뿐이냐 브런치도 하고 글쓰기용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다.
우리 엄마는 나를 읽다가  늙어버릴 것이다
나는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고
내가 죽었을  우리 엄마만큼 나를 열심히 읽을 사람은 없을  같아서
어쩐지 그렇지 않으면 쓸쓸할  같아서
엄마보다 일찍 죽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그건 아무래도 엄마한테 불효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엄마한테

엄마 일기  써주라 엄마 돌아가시면 보게, 했다
이상한 주문에도 엄마는 알았다고 했다
엄마는 책도  읽고 글도  쓰지만  기사는 매일 읽고 매일  네이버 기자 페이지에 들어와서 기도하듯 응원을 누르는 사람이다

매일 아침에 일어났다가도 소파에서 다시 잠들어서 내가 아침에 전화해서 뭐해? 물으면 부끄러운 티를 내며 그냥 있어,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사람인 것처럼

그런 엄마도 나에 대해서는 너무 부지런해서 탈이므로

일기도 어쩌면 써줄지 모른다

우리집엔  페이지만 빽빽한 가계부가 여덟개 정도 되지만

그건 내가 부탁한 적이 없잖아

엄마는 글씨도  쓰니까 하루 한줄이라도 쓰면 그건 되게 멋진 무언가가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내가  본다는 생각으로 솔직하게 써달라고 했다

우리 엄만  남의 시선을 무쟈게 신경 쓰기 때문에 죽고 나서 내가 본다고 생각하면 멋있는 말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멋진 구석도 있겠지만 엄마의 기쁨과 슬픔이  궁금하다

엄마는 이모랑 나한테 전화해서 이모한테는 “경민아나에겐 “윤정아호칭을 바꿔가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늘어 놓는   자연스러운 사람이지만

아깝잖아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고 점점 나빠져서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모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없을지도 모른다

수학 문제 풀거나 성경 옮겨 적을  아니면   드는 엄마, 내꺼 맥북 프로 뺏어가서 줌이랑 한글 밖에  쓰는 엄마가 펜으로든 맥북으로든 기록을 남겼으면 좋겠다


갑자기 엄마가  일기장 훔쳐보고 전화해서 그런 사람 좋아하지 말라고,  사람이랑  먹지 말라고 화내던  생각나네

나도 거대한 복수를 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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