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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개미 May 04. 2023

없는 것

다시 망원동으로 이사를 왔다.

이곳에서 살고 일하는 친구 먕씨가 한 커피집이 맛있다며 추천해줬다. 늦게 열고 일찍 닫으며 없는 게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 연차를 내고 머리를 자르러 가는 길에 열었길래 들렀다. 아메리카노가 3000원인 요즘 보기 드문 가게다.

없는 것이 메뉴판 맨 앞에 써있었다. 와이파이, 설탕, 외부음식, 쿠폰. (그밖에도 없는 것이 많아보였지만…커피가 들어가지 않은 음료라든지 간단한 디저트 같은 것들) 웬만한 카페라면 있을 법한 것들이 없지만 그래도 카페다. 그것도 엄청나게 맛있다. 그리고 멋있고…나한테 필요한 건 다 있다. 마음에 든다.

아침에 또 직장에서 신경 쓰이는 일을 겪은 터라 괜히 과잉되게 받아들였다. 그래 나도 기자라면 있어야 할 덕목이 수두룩하게, 현저히 없지..만 기자잖어. 누군가는 자신만의 기사 맛집이라고…생각할 수도…있지 않나…머 어땨용. 내가 무슨 저명한 인스타 맛집 기자가 될 것도 아니고…주변 사람들한테 창피하지나 않으면서 살아야지. 커피가 맛있어서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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