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신카이 마코토 <언어의 정원>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하나의 정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나이가 어리건 많건, 부자이건 가난하건, 아시아에 살건 유럽에 살건 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공통된 마음 말이다.


혹시 그것은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아닐까?


그래서일까? 차세대 미야자키 하야로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모든 그의 애니메이션 작품에 이 정서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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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한국에 알린 대표작 <초속 5센티미터>에서 감독은 닿을 수 없는 그 진한 그리움을 첫사랑을 통해 담아냈다. 원하고 원망해도 절대로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더 그리운 사랑. 그 처음의 사랑이라는 것. 이 작품으로 그는 커플 브레이커, 후유증 감독이라는 별명의 얻었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관객들은 상처를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호소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초속 5센티미터>처럼 계속 주인공들을 엇갈리게 하면 스크린을 찢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이가 많았다. 그만큼 감독의 사실적 정서 표현은 관객의 감정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2013년 작품 <언어의 정원>에서 감독은 또 어떤 그리움을 담아냈을까? 첫사랑만큼이나 그토록 그립지만 닿을 수 없는 것은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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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단연 ‘꿈'이다. 그리고 상처받기 이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처럼 닿고 싶은 것이 있을까? 내 마음처럼 그렇게 바꾸고 아무렇지 않은 이전의 감정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어려운 게 또 있을까?

꿈.

그리고 나 자신.


이 두 단어만으로도 온통 하얀 여백이 가득 채워지듯 그런 무게감이 느껴진다. 참 많은 것을 담긴 말이기에 단 한 글자지만 어떤 단어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


아직 고등학생인 다카오에게 구두 디자이너는 현실에 비추어 절대 닿을 수 없는 먼 꿈이다. 오전 학교 수업에 가지 않은 비 오는 어느 아침 그는 신주쿠 공원에서 여자 주인공 유키노를 만난다. 아침부터 맥주와 초콜릿을 먹는 알 수 없는 여자 유키노. 갈 길을 잃고 스스로 나아가는 삶의 길로 걷는 법을 잃은 27살의 어른 소녀. 소년 다카오는 그런 그녀에게 다시 세상으로 걸어갈 수 있는 구두를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유키노는 상처받기 이전의 자신으로 스스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걷는 법을 나서는 법을 잃어버린 채 비틀대고 있지만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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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공원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아직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당연히 전화번호도 서로의 집을 알지도 못한다. 돌아서면 다시 만날 길 없는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는 ‘비’. 이들은 비 오는 아침마다 신주쿠 공원의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한다. 비가 오는 날이라야 그 둘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그들은 그저 각자의 삶을 바쁘고 힘들게 살아낼 뿐이다.


감독은 인생의 비를 피하고자 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언어의 정원>에서는 그래서 영화 내내 ‘비’가 온다. 인생의 비를 피하고자 했지만 비는 남녀를 연결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소년 다카오는 그녀로 인해 구두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상처받기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은 여자 유키노는 소년으로 인해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되찾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문자를 갖기 전 인간의 감정에 대해 말했다.

사랑을 표기할 수 없던 시대의 감정과 사랑을 온갖 글로 쓸 수 있는 시대의 사랑.

그것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비가 오지 않으면 상대에게 닿고 싶은 마음을 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즉 문자 이전의 시대의 사랑이 작품 내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닿고 싶지만 닿을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애절한 사랑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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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그리움.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든,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꿈이든, 상처받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픈 자기 자신이든 인간은 끊임없이 갈구한다. 닿을 수 없는 그것에 닿기를 말이다.


언어가 존재하기 전부터 문자가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도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그리움은 여전하다. <언어의 정원> 닿을 수 없는 마음을 문자로 표현하건 그렇지 않건 그 간절한 마음은 항상 존재해 왔다.


사랑


이 세 가지의 그리움이 작품 내내 비 내리는 신주쿠 공원 비와 함께 내린다. 때로는 언어로 표현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 내 꿈이고 바로 나 자신이다.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가끔은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더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엇갈리던 감독의 전작과 다르게 이번 작품 <언어의 정원>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길
나로 계속 나아갈 수 있길
사랑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길


커플브레이커, 후유증 감독도 이 세 단어 앞에서 만큼은 행복한 결말을 원했던 모양이다.

꿈, 나, 그리고 사랑.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든 아니든 다양한 꽃과 풀이 존재하는 정원 속에 꿈과 나와 사랑이 함께 뒤섞여 있다. 아름다운 공원의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꿈, 나, 그리고 사랑과 함께한 영화 <언어의 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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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으로 인해 어떤 감정의 동요가 있는 사람에게 권해본다. 또 모르는 일이다. 영화를 본 후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것에 닿을 수 있을지도.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의 크기가 조금은 줄어들지도...


꿈꾸는 바보들을 위하여!

꿈바보 칼럼니스트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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