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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 Jan 21. 2023

지금 하는 사람 (1)

기후행동 실천가_또바기와 민김이

"자연에게 계속 보답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가 행동할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또바기와 민김이는 좋은 그룹이다. 함께 있으면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서로가 서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관계. 기후위기 동아리 ‘1.5도씨’와 광주청소년비건네트워크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이자, 서로의 별명을 지어준 아주 오래된 친구. 한쪽이 새로운 발을 내딛으면 가장 먼저 발맞춰 걷는 든든한 친구이자, 눈빛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지는 재미있는 사이.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인터뷰하고 싶은 이들을 상상했을 때, 가장 먼저 두 사람이 떠올랐다. 곁에서 지켜본 또바기와 민김이는 이 분야의 대표 주자였으니까. 매주 금요일 12시부터 13시까지, 종이박스 위에 손글씨로 쓴 알록달록 피켓을 들고 기후위기 금요행동을 하는 두 사람, 버려진 쓰레기를 지나칠 수 없어 기다란 집게를 들고 ‘줍깅’을 하는 두 사람, 서로 다른 이유로 시작했지만 ‘비건 지향인의 삶’을 살아가며 서로 닮은 이유로 기쁘고 슬픈 두 사람, 남들이 흔히 말하는 ‘사서 고생하는’ 두 사람.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묻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어려운 일이 또바기와 민김이에게는 왜 그렇게 쉽고 즐거워 보이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Q. 먼저 서로 소개를 해볼까요? 인터뷰 요청을 받고 소감이 어떠셨나요?

민김이(이하, 민): 제 이름은 김민결인데 거꾸로 하면 결민김이에요. 어렸을 때 또바기라는 친구가 "민김이, 민김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 별명을 그렇게 지었고, 반백수라는 개념으로 저를 규정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용돈 벌이는 하지만 직업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백수처럼 소속이 확실하게 있는 것도 아니지만, 또 활동은 많이 하고... 그래서 '반백수 민김이'입니다.

또바기(이하, 또): 안녕하세요. 또바기는 순우리말로 '한결같다'는 뜻이에요. 제 이름이 한결이기도 하고, 한결같이 일하고 행동하고 싶어서 또바기라고 지었습니다. 저는 '갓 백수’예요.

: 새로운 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신나고 기대되는 마음이 컸어요. 아, 내가 뭐 인터뷰할 게 있나 싶으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항상 재미있어요.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어떤 프로젝트인지 듣기도 전에 '아, 좋다!' (웃음) '무조건 좋다!'라고 생각했어요.

: 저는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안목이 있으신 분이구나' 생각했고 (웃음) 저랑 민김이가 그렇게 보이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누군가를 좋게 봐주는 건 참 고마운 일이잖아요? 저는 요즘 들어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됐어요. 기후위기 행동을 하면서 지난주에도 한 번, 지지난주에도 한 번, 거의 두 달에 한 번씩은 꼭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저라는 존재에 대한 인터뷰잖아요.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긴장이 탁 되면서도, 저에 대해서 듣고 글을 써준다고 하니까 '어떻게 들릴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두 사람을 생각하면 ‘기후 행동’이 먼저 떠올라요. 저희는 또바기와 민김이를 통해 ‘줍깅’이라는 표현을 처음 알았는데, 어떤 활동이며 두 사람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이런 귀여운 표현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합니다.

: '줍깅'은 쓰레기 줍기와 조깅을 합친 말이에요. 몸도 환경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운동인데, 저는 놀이 형식의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몸을 위해서 조깅이나 걷기를 하잖아요. 내 몸을 챙기는 것처럼 환경을 챙기는 일도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그 고민을 일상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준 게 '줍깅'이라고 생각해요. 줍깅 동아리에서 ‘우리 동네 치우기’를 하는데요. 매주 1회, 평균 2주에 1번씩은 꼭 모여서 함께 마을을 돌아요. 제가 민김이 동네에 가기도 하고, 민김이가 저의 동네에 오기도 해요. 그렇게 주워서 SNS에도 공유하고요. 저희 말고도 6명의 친구들이 더 있습니다.

: ‘광주FM’이라고 광주 시민분들이 함께 만드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청소년들도 방송을 많이 하는데 한 번은 친구들을 따라 라디오 행사에 갔어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줍깅'이 있었고요. 진행자분이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데 주변이 너무 더러우니까 그게 스트레스라는 거예요. 그래서 러닝이나 조깅하던 분들이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면서 ‘줍깅’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왜 귀엽게 말하지? 귀여운 척하나?' 생각했어요. (웃음)

단순히 ‘쓰레기 줍기’의 다른 표현인 줄 알았는데, 조깅에서 시작됐다는 게 재밌어요.

: 맞아요. 저도 '줍깅'을 먼저 생각했다기보다 주변에서 '줍깅 줍깅' 하니까 '나도 해봐?'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봉사하듯이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라, 비건을 지향하는 것처럼 사회적인 운동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줍는 건 잠깐인데 한 번 길을 훑으면 그 길이 깨끗해지는 게 눈으로 보이잖아요. 그동안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눈살 찌푸리고 쓱 지나간 경험이 많았는데 '내가 이렇게 주워버리면 끝나는 거였어?' 하는 허무함도 들고... 이때까지 왜 이걸 그냥 지나쳤나 싶어요.

: '줍깅'을 하면서 좀 더 주인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 사회는 굉장히 개인주의적이잖아요. 땅도 선을 그어놓고 집도 담벼락이 있고요. 영역 표시를 엄청 확실하게 하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인데... 저도 이전에는 ‘마을’을 내가 사는 곳이라고 깊이 연결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쓰레기를 꾸준히 줍다 보니 누가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해놓고 가거나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걸 보면 속상하고 '내 주변이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주인의식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관심을 가지게 되고 더 실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동력이 돼요.

Q.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데요, 먼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여쭤볼게요. ‘기후위기’에 대해선 과거부터 계속 언급되어 왔지만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백색소음 같아요. 두 분은 어떤 부분에 끌려서 기후위기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 저도 1년 정도는 백색소음 같은 느낌이었어요.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었고, 함께 그 백색소음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레타 툰베리’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특히 또바기의 영향이 컸죠.

이 모든 시작은 또바기였네요? (웃음)

: 아, 진짜 또바기! 또바기 덕에 알게 됐어요. 제가 비건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결국 기후위기와 연결되더라고요. 하나가 연결되면 다른 것들도 착착착착 연결되는 게 있잖아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의심 없이 말이에요. '이것은 내 인생이 달린 문제구나, 답답하고 우울하고 분노도 차오르지만 이건 무시할 수 없구나'라는 답을 내렸죠.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아우 민김이, 일단 고맙습니다. 저는 지리산 중턱에 있는 ‘실상사작은학교’에 다니면서 5년 동안 기숙 생활을 했어요. 학교의 큰 철학이 '생태'라서 생태적인 삶을 위해 샴푸도, 드라이기도, 전자기기도 안 쓰고 굉장히 원시적인 삶을 살았어요. 저희가 먹는 음식의 거의 80%를 다 직접 농사지어서 먹었고요. 그런 시간이 제게 '환경감수성'을 주었고 그게 계속 쌓이다 보니 지금에 이른 것 같아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한참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 환경운동이라는 걸 접했고, 그 이후로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에 학교 친구들이랑 계속 다녔어요. 핵발전소나 송전탑 같은 것들이 환경과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5년 동안 공부했던 것 같아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구나, 하는 배움을 학교에서 얻었고요.


'기후위기'라는 말이 2019년에 처음 생겼다고 해요. 그전에는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 같은 다른 용어들이 있었고요.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 '이게 뭐지'하면서 좀 충격을 받았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오랜만에 학교에 가봤더니 선생님 한 분이 기후행동가가 되겠다고 갑자기 학교를 퇴사하시고 덴마트, 영국, 스웨덴에 가서 공부를 하고 오신 거예요. 학교에서 강의하시는 걸 우연히 듣게 됐는데, 그때 처음 그레타 툰베리를 알고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당시의 저는 동물권도 잘 몰랐고, 그냥 환경이 안 좋다니까 페스코(pesco) 채식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후위기'를 공부하고 나니까 너무 충격적이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 자리에 있던 후배나 선배들,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았어요. 알게 되면 행동할 수밖에 없는 주제라는 걸 깨달았죠. 젠더 문제를 비롯, 다양한 사회 문제가 있지만 기후위기를 보면서는 생존의 위협 같은 걸 느꼈어요. 그래서 더더욱 행동해야겠다 생각했고요.

*또바기와 민김이가 활동하는 기후행동 동아리 1.5도씨는 금요일마다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시민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함께 구호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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