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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U CHO Oct 27. 2020

정성 들여 먹는 한 끼

Intro


정성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정성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요리에 있어서의 정성이란 '음식을 먹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사람이 갖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우리 가족 아니면 식당에 오는 손님이 될 수도 있다.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은 예술적인 음식이나, 엄청나게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맛집의 음식과는  또 다르게 분류되는 장르이다. 단순히 보이는 것과 맛으로만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투박하고 평범하더라도 마음이 가고 좋은 음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에겐 그게 엄마의 요리인 것 같다. 미슐랭 레스토랑이나, 티브이에서 나오는 맛집처럼 오감을 번쩍 뜨이게 하는 맛이 아니더라도 엄마의 요리에는 평범함에서 나오는 특별함이 있다. 내가 고등학생때까지 엄마는 가족들에게 갓지은 따뜻한 밥을 먹이기 위해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요리를 시작하셨다. 결혼 후에 1년에 한번 집에 오면 미국 음식에 익숙한 사위를 위해 서툴지만 서양요리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렇게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보면 가족을 생각하는 엄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바쁘다. 그래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 해야 하는 요리는 노동으로 전락돼 버리고 만다. 일에 치이고 생활에 치이며 살다 보면 정성 따위 생각할 겨를 없이 당장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음식을 먹는다. 나도 그렇다. 요리가 좋다고 해도 피곤하면 내일 뭐 먹을지 집에 남아있는 재료로 뭘 만들지  생각해야 하는 것조차 스트레가 되고  매일 해야 하는 요리가 반복적인 일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외식을 하거나, 배달을 시켜먹기도 하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한 끼를 대충 때우고 말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쉬는 날이 되면 제대로 된 요리를 계획한다. 일주일에 한 끼라도 제대로 차려 먹고 싶은 이유다. 이 '제대로'라는 말에는 메뉴를 계획하고, 재료를 장보고, 다듬고 요리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누가 시켜서도, 의무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 온전히 내 마음이 하고 싶은 거다.  


정성을 들여 요리하기 위해서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 서툴더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누군가가 내가 요리한 음식을 먹을 것을 생각하면서 더 좋은 재료를 고르고 다듬고 익힌다. 그 요리가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누군가가 음식을 먹으며 어깨춤까지 추는 모습을 보면 나에게 커다란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돌아온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쯤은 당신의 요리하는 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특별한 레시피가 아니어도 현란한 요리 스킬이 없어도 좋다. 정성만큼 좋은 레시피는 없으니까. 그저 요리하는 것이 즐겁고 누군가와 그 음식을 나누며 기뻐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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