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차려 먹는다는 행위 자체는 맞벌이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호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의미했다. 코로나 이후로 일이 없어지자 내게도 그런 호화롭고도 여유로운 삶을 챙길 수 있는 아침이 온 것이다. 하지만 수년간 매일 아침을 공복으로 맞이한 우리에게 아침부터 무엇을 씹어 삼키는 행위는 너무나도 불편하게 느껴지기만 했고 가벼운 허기짐을 채워주기 위해 과일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과일주스에는 적어도 4가지 이상의 과일을 넣는다. 엄마가 매일 먹고 나서 시력이 좋아졌다는 블루베리는 이곳에서 가격도 비싸지 않아 냉동으로 여러 봉지 구입해 두고 먹고 있다. 딸기 또한 냉동으로 여러 봉지 구입해 놓는 편인데 남편은 과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유독 딸기를 좋아해서 빠지지 않고 넣는 편이다.
포만감을 채워 주는 바나나는 한 개 반을 넣는다. 두 개를 넣으면 단맛이 너무 강하고 한 개를 넣으면 어딘가 바나나의 크리미 한 맛이 잘 나지 않는다. 한 개와 두 개의 그 사이가 적당한 느낌이다. 사과는 낯 개로는 상품가치가 떨어지지만 여러 개를 한데 묶여 떨이로 팔리는 작은 사이즈를 사다 먹는데 맛도 떨이지지 않고 두 사람이 마시는 주스에 넣어 먹기에 적당한 크기이다. 미국 슈퍼에는 다양한 사과를 품종별로 진열해 판다. 그중에서도 내 입맛에는 Fuji라는 품종이 가장 잘 맞는다. (그냥 이름만 들어도 일본 품종인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과 가까운 나라에서 온 품종이라 그런지 내게 가장 익숙한 맛과 식감을 갖고 있다. 보통은 이렇게 네 가지를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즘에는 뭔가 더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 아마씨 가루도 넣어 먹기 시작했다. 한번 섭취할 때마다 4g 정도가 좋다고 한다. 10대 슈퍼푸드이고 식물성 오메가 3이 풍부하다고 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사실 주스를 마실 때 까슬한 가루들이 목에 걸려 목 넘김이 좋지만은 않다.
주스에는 물 조금과 두유 그리고 아몬드 요거트를 넣는다. 식물성 유제품을 사용하는 데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매끼 육류와 동물성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 같아서 하루 한 끼라도 식물성으로만 구성된 음식을 섭취하고 싶었다. 미국은 비건을 위한 식물성 유제품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슈퍼에 가면 냉장고의 한 섹션이 식물성 유제품으로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곡물들로 우유를 만들어 내놓았다. 나는 원재료가 단순한 제품을 선호하 편인데 soybeen and water 대두와 물로만 이루어져 있는 'westsoy'라는 제품을 발견했다. 가장 심플한 게 복잡하지 않아 좋다. 식물성 요거트는 보통 식물성 우유에 유산균 발효를 시켜서 만든다고 한다. 그 종류가 다양한데 아몬드, 캐슈너트, 코코넛, 오트로 만든 다양한 요거트들이 있다. 그중 나는 아몬드 요거트를 즐겨 먹는데 특유의 시큼한 발효 냄새와 아몬드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게 내 취향이다.
나름대로 엄선해서 고른 재료들이 믹서에 들어가면 냉동과일들이 말캉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얼어 있는 상태에서 갈아버리면 스무디처럼 얼음 알갱이들이 생겨서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을 이겨내며 마셔야 한다. (극도로 차가운 음식은 아이스크림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믹서기의 버튼을 누르면 굉음과 함께 모든 과일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연보랏빛의 음료로 변한다. 두 개의 글라스에 나란히 따라서 오늘의 아침을 맞이한다. 이 주스를 마시고 있노라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왠지 내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웰빙형 인간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