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들여 먹는 한 끼 -타코
미국에서 자란 남편은 멕시코 음식을 유난히 좋아한다. 내가 당신은 멕시코 사람이 아닐까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일주일 넘게 매일 멕시코 음식을 해줘도 질리지 않아 한다. 오히려 내가 한국음식을 3일 연속으로 해주면 입에 물린다는 듯 나에게 암묵적으로 한국음식은 이제 그만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보통 우리가 자주 먹는 멕시코 음식은 부리또나 타코, 텍스멕스(멕시코 요리가 미국에서 와서 변형된 방식) 스타일의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먹게 되는 게 타코가 아닐까 한다. 손바닥 만한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배고프지 않은데도 타코 가게 근처만 지나가면 '심심한데 타코 하나 할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결국 둘이서 종류별로 타코를 시키게 된다. 슈퍼에 파는 타코 키트(taco kit) 란 걸 구입하기도 하는데, 타코 키트는 토르티야와 함께 고기에 넣을 향신료 믹스와 토르티야가 들어있어서 집에서 몇 가지 재료만 따로 준비해서 간편하게 타코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두 달에 한 번쯤은 손수 타코를 만들어 먹는다.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집에서 해 먹는 타코처럼 푸짐할 수는 없고 타코 키트 특유의 인스턴트 맛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 음식 마니아인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집에서 타코를 제대로 맛보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한다. 손수 만든 토르티야부터 과카몰레, 토마토 살사 그리고 하루 동안 재워둔 마리네이드 고기까지 날을 따로 잡아서 요리해야 할 만큼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요리 중의 하나이다.
수제 토르티야는 마사 하리나(MASA HARINA)라는 옥수수가루를 이용해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한다. 집에서 구워내는 토르티야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는 부드럽지 않지만 고소한 옥수수 향이 진하게 올라와 타코의 맛을 좀 더 업그레이드시켜준다. 토르티야의 사이즈는 호떡 크기가 딱 좋다. 몇 년 전 호떡에 빠져 구입한 뒤집개는 우리 집에서 열일을 하는 도구이다. 불향이 베인 토마토 살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마토와 고추를 끓는 물에 대쳐서 속을 익힌 후에 살짝 태워줘야 한다. 모든 재료를 다져 줄 때는 푸드프로세서가 있으면 더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고, 돌절구가 있으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난 두 개 다 없기 때문에 직접 칼로 다져준다.
크리미 아보카도는 매콤한 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매운걸 잘 못 먹는 나에겐 가장 중요한 소스이다. 믹서에 아보카도,요거트, 양파, 실란트로 그리고 올리브 오일 조금 넣고 갈아주면 끝이다. 어떤 고기가 올라가느냐에 따라 타코의 개성은 달라진다. 때문에 고기 조리 방법의 선택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물론 구운 삼겹살이나, 불고기, 제육볶음을 올려도 타코가 되지만 나는 향신료와 시트러스 향 가득한 멕시코식 타코를 선호한다. 한번 타코 고기를 요리할 때 적어도 5-6인분 이상의 양을 만들어 두면 좋다. 다음날 토르티야를 노릇하게 튀겨서 남은 고기와 재료를 올리고 치즈를 뿌려 먹으면 나초가 되고 양상추와 양배추를 가득 썰어 아보카도와 함께 내면 타코 샐러드가 된다. 앞으로 3-4일 메뉴 걱정은 없다.
매일을 된장찌개와 밥 김치를 먹고 자라난 나처럼 타코는 멕시코인들의 뿌리가 되는 음식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의 타코에 대한 맛의 경험은 짧고 얕다. 때문에 가끔 내가 '제대로' 타코를 먹고 있는 건지 싶기도 하다. 사실 제대로 인지 아닌지 보다 중요한 것은 타코를 잘 먹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이 손바닥 만한 음식 안에서 고기와 야채 소스들이 이루는 맛의 조화를 알고 그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진짜 타코를 먹는 법이 아닐까. 내가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라도 타코를 만드는 건 이런 즐거움을 알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영상 에세이
https://www.youtube.com/watch?v=qBrYDnUzp_s
레시피가 궁금하시다면
https://blog.naver.com/chdud85/222121774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