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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겸 Sep 17. 2021

[독서후기] 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유진 오닐

민승남 옮김

민음사

독서모임에서 9월 추천도서로 읽은 책이다.

희곡은 오랫만에 읽어서 조금은 낯설지만 상황이나 몸짓, 표정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독서토론으로 책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가족들의 치부라고도 할 수 있는 아픔을 글로 적는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작가 사후에 발표된 희곡으로 절대 무대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데 책의 내용을 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이런 창작 활동을 통해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에 대한 마음의 위안을 얻었길 바래본다.


희곡은 머릿속에서 배경을 그려볼 수 있는 자세한 무대 설명과 배우들의 얼굴 표정과 행동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소설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장소에서 하루만에 일어나는 일을 다루지만 한 가족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자신에게 일어난 잘못된 일이 모두 다른 가족 때문이라는 생각을 모든 가족이 한다. 항상 핑계만 대고 자신의 현재 상황을 회피하려는 마음뿐이다.


오로지 마약과 술에 취해 있는 시간만이 이 가족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들에게 따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읽는 내내 우울하고 주인공들 모두가 한번쯤이라도 제발~ 자신을 객관화해서 가족들에게 상처주는 말이 아닌 좋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한편으로는 작가가 이런 가정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퓰리쳐상을 4번이나 수상할 수 있는 위대한 작품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살아와서 좋은 작품을 쓰기 보다는 이런 경험을 하지 않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작품보다는 환경을 선택하고 싶다는 후기도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기 생각이다.


최악의 가족관계를 읽다보니 내가 살아온 과정이 행복했음을 느낀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우리가족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잘하자.



P. 44

제이미 : 그렇게 화부터 내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 아버지. 이 문제는 싸우지 말고 서로 솔직하게 얘기 할 수 있어야 된다고요.

: 제이미가 어머니(메리) 행동에 대해 의심스러운 말을 했을때 아버지(티론)가 화를 내면서 따지듯이 물었을때 했던 말인데, 정작 아버지가 이야기를 하라고 하니 제이미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회피해버린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 이 대사가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감추고, 남들 앞에서만 힐난하고 정작 당사자에게는 아무렇지 않은듯 하는 행동이 상황을 더 최악으로 만들었다.

문제가 있으면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해서 풀어야 한다. 솔직함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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