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
김경훈 지음
SIGONGART
이 책은 9월 사내 독서토론 도서다.
직원이 제목만 보고 가벼운 마음(사진이 많겠지 라는~)으로 추천을 했는데, 많은 직원들의 투표로 선정된 책이다.(투표한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책을 받아보고 읽은 직원도 당황했겠지만 나도 책을 보려고 펼쳤을때 조금 당황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었는데 첫장부터 위안부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의 승전날, 일본의 종전날, 대한민국의 광복절, 3개의 나라가 각기 다른 날짜와 이름으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미국 종군기자가 찍은 사진 한장, 그 사진의 주인공이 전쟁에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였다는 것이 사진의 진실성을 이야기 한다.
죽은 아이를 영원히 기억하고자 하는 초창기 사진들, 진짜가 아닌 가짜 심령사진들, 사진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진의 역사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숨은 의미를 알 수 있는 시간이다.
카메라 보다는 사진술(사진이 찍히는 원리)이 먼저 발명되는다는 것이 좀 의외였다. 좋은 장비가 있다고 등산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좋은 사진기가 있다고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아니다. 초기의 카메라 발견을 위한 노력들이 돈을 벌기 위한 관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세상 모든 일들을 돈(경제)의 관점으로 보면 맞는것 같다. 돈이 되는 산업이 빨리 발전한다.
우리 선조들의 구한말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비루해 보이는데 이것은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일본의 계략일 수도 있을것 같다. 침략자들이 자신들의 침략을 합리화 하기 위한 가장 좋은 소재를 사진을 통해서 알리는 것이 유리했으리라.
사진은 권력자들의 홍보 도구로 많이 사용 되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만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정치인들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 연출된 사진을 사용한다.
인간의 몸에 대한 호기심은 누드와 포르노로이어진다. 누드 사진과 포르노를 나누는 기준이 모델에 대한 존경 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사진을 찍는 포즈가 한국, 일본, 중국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어릴때 사진 찍으면 무조건 V를 했는데 이것은 일본의 영향으로 생긴 포즈인것 같다. 단체 사진에 꼭 들어가는 '파이팅'은 우리나라만의 포즈가 되었는데 손가락 하트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의 손가락하트는 무조건 이기기 위한 파이팅 보다 사랑을 전하려는 마음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의 미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힘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진실을 전하기에 사진만큼 좋은 것이 없다. 반대로는 진실을 가장한 거짓을 꾸미기에 사진만한것도 없을것 같기는 하다.
저자의 이런 해박한 지식이 사진을 보는 관점을 다르게 한다. 사진의 역사와 사진에 담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사진은 SNS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되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사진의 역사와 깊이있는 설명이 책을 잘 읽히게 한다.
P. 33
사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우리 곁에 존재했음을, 그리고 그녀들의 깊은 주름과 병든 몸에 남아 있는 아픔과 고통을 기록하여 역사의 증거로 남기는 것, 더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들이 잊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일 것입니다.
P. 177
가끔은 미개해 보이고 지저분한 구한말 우리 선조들의 모습. 어쩌면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일본인 제국주의자들이 보고 싶었던, 그리고 일본인 사진사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였을지도 모릅니다.
P. 206
사진이 발명된 이래로 사진은 정치가들의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으며, 사진 속에서 그들은 때때로 초인적인 의지를 지닌 지도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국민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자애로운 모습으로, 때로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리더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P. 318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듯이 사진 촬영용 포즈도 바뀌어 온 것 같습니다. 잘 살아 보자, 무조건 이기고 보자와 같은 고도 성장의 개발 독재 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주먹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면, IMF 경제 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상징하듯 이제는 정신력과 투지로 무조건 이기겠다는 '파이팅' 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나누는 '하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더 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P. 341
사진에 이야기를 기록하고 보존하며 그것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사진들은 때로는 작은 울림으로, 때로는 아주 커다란 감정의 울림을 지니고 우리와 가족, 친구,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며, 사진의 이러한 힘과 역할은 세월이 흘러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