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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겸 Jun 05. 202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Why Fish Don't Exist

룰루 밀러 지음 / 정지인 옮김

곰 출판

독서모임 토론 선정도서로 읽었다.

현재의 룰루 밀러와 과거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가 같이 펼쳐진다.


어린적 아버지가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로 인하여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룰루 밀러가 자신의 인생의 목적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과학잡지의 기자로서 자신의 신념대로 자연이 준 고난을 이겨 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그의 삶을 따라간다. 자신이 찾지 못한 삶의 의미를 알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조던의 삶 전체의 자료를 조사한다. 조던의 삶이 자신의 의미를 알려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조던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우생학을 받아 들이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다. 또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상대방을 독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스탠퍼드 대학에는 아직도 조던홀이 남아 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인생이 결코 바른 인생이 아니라는 자괴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것이 조던이 평생을 노력해서 이루어논 '어류'에 대한 분류가 사실은 분류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류학에서 '어류'는 없다.

조던이 평생 동안 이룬 업적은 현재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러므로 조던은 평생동안 아무 쓸모없는 짓을 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룰루 밀러에게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조던에 대한 배신감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었을 것 이다.


조던의 삶은 청교도적인 어린 시절부터 힘든 고난길이었다.

부모님의 삶을 따르지 않은 댓가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자란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절대적으로 숭배한 형을 11살에 잃었다. 이런 상실감이 꽃의 지도를 만들고 물고기를 연구하는 수집광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루이 아가시라는 박물학자를 만나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 받는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자신을 인정해준 첫번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인정받은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죽는날까지 노력했을것 같다.

아가시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자신은 받아들였고, 자신이 연구하는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을 작명할 정도로 자만심과 애착을 가졌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우생학을 받아들여서 젊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죽을 수 있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이야기 한다. 이걸로 세계 평화상도 수상한다.


우생학이란 모든 생물은 계층 구조의 사다리가 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구조로 우수한 유전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하며, 우수하지 못한 유전자는 말살을 시켜야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생학으로 인해서 가난한 사람, 백인 이외의 타인종,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을 말살하기 위한 강제불임시술을 하게 된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 우생학을 법으로 규정해서 합법적으로 강제불임시술을 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국의 어두운 모습니다.


조던이 끝까지 우생학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우생학을 버릴 경우 자신이 구축한 '어류'를 발견하고 분류한 모든 세계가 무너진다. 잘못된 것임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열광적인 우생학자로 남았다.


자신의 우상에서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룰루 밀러는 저녁마다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평화가 찾아오고 아침이면 허무가 온다.


우생학으로 생활시설(감옥과 같은 환경)에 수용 되었다가 나온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한다. 우리는 세상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지금 같이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서 살아간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자신을 떠난 남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동성 애인을 만나면서 삶의 의미를 가진다.


어릴적 아버지의 '너는 의미 없어', '우리 또한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삶에 대한 의문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찾아 온 결과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삶.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삶. 우리의 삶은 서로 소통하고 나눌때 의미가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민들레 원칙'이라는 말이 있다. 민들레는 아무 쓸모없는 잡초여서 뽑아버려야 할 대상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약초가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민들레다.


저자는 과학기자로 일을 했기 때문에 본문에 나오는 과학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진실일 것이다. 우리가 잘 모르지만 분류학 기준으로 본다면 '어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적인 기준과 범주 나누기를 자신의 성 정체성과 다양성을 합리화 하기 위한 비약적인 내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맞을수도 맞지 않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잘못된 신념이 세상을 불행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이 결국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몰입하게 만든다. 약간의 과학적인 상식도 얻게 되고, 저자의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우리 존재에 대한 의미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삶의 의미는 하루하루, 순간순간 가까운 주변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것이다.



P. 57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속에 들어가는게 가능할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면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P. 68

자연을 더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다윈이 관찰한대로 종들 사이의 영역은 불확실한 회색지대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었고, 내키지 않았지만 그 자신도 회색지대를 알아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이렇게 썼다. "나는 아이에게 꼬리를 붙들려 카펫위로 '끌려가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진화론지들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P. 146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하는 것이야말로 실패할 운명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P. 189

인간의 지력으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P. 227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조직"의 복잡 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합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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