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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겸 Jun 27. 2022

명태와 고래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저만치 혼자서

문학동네


총 7개 챕터로 '명태와 고래'는 첫번째 챕터다.

특이하게 이 소설의 마지막은 '군말'로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가 적혀있다.


저자가 소설책 뒷자라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를 객쩍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에 관련된 자신의 마음의 환경을 이해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나는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


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발간한 '종합보고서'를 읽고 적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쓴 글이라고 한다.


'고통과 절망을 말하기는 쉽고 희망을 설정하는 일은 늘 어렵다.'




명태와 고래


바닷가 마을은 浦포 津진 港항 자 돌림으로 제가끔이지만 어느 마을에나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이었고 생선 쓰레기가 썩는 냄새와 어업용 면세 디젤이 타는 냄새도 해안의 여러 마을들과 다 똑같았다.


주인공 이춘개는 조상 때부터 어래진에서 나고 자랐으나 50년 겨울 전쟁 때문에 어래진에서 향일포로 이주했다. 향일포에서는 어래호를 타고 온 사람들을 월남민이라고 불렀다. 전쟁이 끝나자 어래진과 항일포 사이에 군사분계선이 그어졌다.


이춘개는 바닷일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명태를 잡기 위해 출항을 하고 명태를 잡고 귀향을 할 때 엔진이 조류를 거스르지 못해 북쪽의 어래진으로 떠밀렸다. 배에는 이춘개와 선원 4명이 탔다. 취조받는 동안 향일포의 지도를 그렸다. 어래진과 향일포의 다른 점은 새똥섬인 백도였다. 육 개월 만에 송환되었다. 어래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송환된지 육 년 후 이춘개는 다시 체포된다. 간첩 두 명이 이춘개가 그려준 약도를 이용하여 향일포로 침투했다. 간첩죄, 보안법 위반, 수산업법 위반. 1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13년 만에 출소했다.


이춘개는 아내와 아들, 딸이 있었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 연락이 끊어졌다. 그때 어래호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향일포에서 늙어가고 있다. 서로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이춘개는 여인숙에서 교도소에서 배운 솜씨로 그림 여러 점을 그렸다. 그림 제목은 '바다와 마을'이었다. 마을 회관 복도에서 그림을 전시하고 전시 끝나는 날 사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추락에 의한 익사'였다. 변사체로 분류되어 도립화장장에서 화장되었다.


요약한다고 했지만, 깊이가 없다.

소설은 전체를 다 읽어야 제맛이다.






김훈의 작품은 오랜만에 읽는다.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역사적인 고증을 많이 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50년대에 많던 고래들과 한류를 따라 내려오는 명태에 대한 이야기들. 전쟁 때문에 살기위해 남쪽으로 떠밀려온 이야기.


태백산맥을 따라 동해안을 내려오면 모든 마을이 그만그만하다. 그만그만한 마을에 새똥섬을 그려넣은 것이 간첩으로 몰린 계기가 된다.


어래진에서 향일포로 온 것도 배의 기름으로 올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였다. 생업을 하다가 북으로 가게 된 것도 자신이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다. 약도를 그린 것도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춘개는 출소 후 그린 그림들로 자신의 무죄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을 회관에 전시한 것은 자신의 무죄를 밝혀줄 4명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항변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다.


이춘개는 전쟁과 군사정권 속에서의 이념의 희생양이다. 그 시절에 우리 주변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렇게 희생되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우리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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