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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A Mar 18. 2018

강원랜드 공략 후기

얼마 전 친구 두 명과 처음 강원랜드를 다녀왔다. 나는 흔한 게임인 포커나 블랙잭 규직도 전혀 모를 정도로 도박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지만 강원랜드에서 돈을 벌기 위해 시도했던 나름의 전략과 강원랜드에 대한 후기를 적어보았다.


첫인상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 사북에 들어서면 수많은 전당포, 모텔, 술집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이 가게들이 모두 "강원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강원랜드는 드레스 입은 여자들, 턱시도 입는 남자들이 시가와 칵테일 잔을 들고 있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한 옷차림을 하신 40~6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게임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굉장히 많음에도 전혀 시끌벅적하지 않고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이다. 마카오의 카지노에 갔다 온 친구 말로는 마카오가 훨씬 더 시장판이라고 한다.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직원분들이 오셔서 중재를 하기 때문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없다. 

카지노 내부는 굉장히 크고 깔끔하게 되어있다. 슬롯머신, 테이블?, 텍사스 홀덤, 자리에 앉아서 스크린으로 베팅하는 전자 게임 좌석? 등 다양한 구역이 있다. 필요하면 바로 돈을 출금할 수 있게 ATM기도 많이 있으며 흡연실, 카페, 무료 음료수 기계도 있다. 테이블 구역은 사람이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비집고 베팅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표정에 생기가 없는 편이며 한번 자리에 앉으면 화장실이나 흡연실에 다녀올 때를 제외하곤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게임을 한다.

이런 그림을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주차장에는 강원래드에 왔다가 다신 집에 못돌아가고 있는 차들이 많다..


게임

나는 내가 정말로 운이 좋지 않은 이상 가져간 돈을 전부 잃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 10만 원만 시드머니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성과 논리력으로 먹고사는 개발자인데 감정으로만 베팅을 할 수 없지 않은가? 따겠다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계산과 전략을 시도해보고자 했다.


블랙잭, 포커처럼 규칙도 모르고 실력이 필요한 게임은 나에게 승률이 없다는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최대한 쉬운 게임을 고르기로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게임들인 룰렛, 바카라, 다이사이가 바로 그 게임들이었다. 셋 다 화려해 보이고 베팅판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원리는 유치원생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간단하다. 홀수/짝수를 맞추거나, 특정 숫자에 거는 등 매우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고 그 숫자가 나올 확률에 비례하여 나의 배당금이 결정된다.


나는 이 셋 중 다이사이라는 게임을 했는데, 게임의 룰은 다음과 같다. 딜러가 주사위를 3개 던져서 나오는 결과의 합이 홀수/짝수인지 맞추기, 합이 11 이상인지 10 이하인지 맞추기, 같은 숫자가 3개 나오는지 맞추기, 합이 특정 숫자인지 맞추기 등 주사위 3개로 만들 수 있는 모든 다양한 수에 대하여 내기를 걸 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또 확률에 비례하여 배당금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결과의 합에 대한 홀수/짝수를 맞추는 게임은 50% 확률의 승률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내가 이길 경우 x1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물론 카지노가 이렇게 공평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홀수/짝수를 맞추더라도 세 개의 주사위가 모두 같은 숫자가 나온 경우에는 카지노가 이긴다. 따라서 나의 승률은 50%보다는 살짝 낮다.


다이사이 (Tai Sai) 베팅 판.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 베팅할 수 있다.

테이블에서도 딜러분들과 함께 다이사이를 플레이할 수 있고 아니면 기계로 한 명의 딜러와 수십 명의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테이블에서 하는 게임은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몇 안되기 때문에 멀리 서서 힘들게 베팅을 진행했어야 했고, 베팅하고 배당금을 나눠주는 과정을 딜러가 일일이 하기 때문에 한판이 정말 오래 걸렸다. 따라서 나는 기계로 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무대 위에서 한 명의 딜러가 주사위를 던지고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스크린으로 주사위 결과를 보고 베팅을 할 수 있다. 시간을 재보니 게임 한판에 1분 20초 정도 걸렸다. 룰렛, 바카라, 다이사이 중 다이사이가 가장 빠른 회전율을 보였기 때문에 다이사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전략

이 게임에 대한 나의 전략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50:50에 가까운 확률에 걸고, 지면 다음 판에는 두배를 건다"

예를 들어 1000원을 걸고 시작했다가 지면 2000원, 또 지면 4000원 이런 식으로 베팅금액을 키워가는 방식이다. 내가 언젠간 이기게 된다면 이전에 잃은 돈보다 1000원을 더 벌게 되기 때문에 결국 돈을 딸 수 있다.


n원을 나의 기본 금액이라고 가정한다면

n원으로 한 번에 이겼을 때: n원을 번다

n원으로 4번 지고 5번째에 이겼을 때: (n + n*2 + n*4 + n*8 = n*15) 원을 잃고 n*16원을 따기 때문에 n원을 번다.


한번 이긴 뒤에는 다시 n원으로 처음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진행하면 내가 정말 운이 없어서 모든 돈을 잃지만 않는다면 결국 따게 된다. 물론 공정한 50%의 승률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 수가 많아지면 특정 값으로 수렴하게 되어 나의 손해가 뻔하지만 그 전에는 내가 더 많이 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때 게임에서 빠지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주사위의 합이 홀수일 것이다에만 걸고 지는 경우에는 다음 판에 두배를 걸었다. 주사위의 합에 대한 각각 결과는 독립 확률변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홀수에만 주야장천 거는 것과 홀/짝, 대/소 등 여러 곳에 옮겨가며 거는 데는 확률상 차이가 없다.


이론은 좋았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기계로 하는 게임은 한 번에 최대 베팅 금액이 5만 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게 큰 문제인 이유가 뭐냐면, 50%의 확률인 게임이어도 연패를 할 수 있는데 계획의 원칙상 5만 원이 넘는 돈을 베팅해서 n원을 벌어야 할 때 5만 원 밖에 베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땐 이미 이겨도 손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5만 원을 걸었는데도 지면 돈을 다 잃기 때문에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방금 전에 40,000원을 베팅 하여진 경우 다음엔 80,000원을 걸어서 이긴 뒤 이전의 손해를 모두 메워야 하는데 최대 50,000원 밖에 베팅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무조건 잃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도 5만 원이 넘어가지 않으면 괜찮기 때문에 시도는 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1,000원씩 거는 천원떼기(나는 편하게 이렇게 불렀다)로 내 계획이 통하는지 보았고 꽤 잘 통했다. 내 잔고는 계속 늘어갔고 계획이 잘 통한다고 판단한 나는 판돈을 늘리기로 했다. 우선 50% 확률을 믿고 5만 원이 최대 금액이기 때문에 전략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6,000원 떼기를 해보았다. 6,000원, 12,000원, 24,000원, 48,000원으로 총 4번의 방어 기회를 갖고 베팅을 하기로 했다. 잘 되는 듯싶었고 10만 원으로 시작한 돈은 2~3시간이 지나니 25만 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도 시련의 타이밍이 왔다. 내가 홀수에 계속 걸고 있을 때 8번 연속 짝수가 나와버리면서 탈탈 털려버렸다. 도박은 돈이 많은 사람이 이긴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결국 확률 싸움이고, 확률이 나에게 안 좋은 상황을 이겼을 때 그걸 넘길 수 있는 자본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5만 원이라는 베팅 제한도 걸려있었고 자본금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련을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이라도 나의 자본금이 줄어들면 내가 방어할 수 있는 횟수가 더욱 줄어들어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가 가져간 10만 원을 모두 써버렸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얼만큼의 자본금과 베팅 제한이 필요할까?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10번 연속으로 내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10번의 방어 기회를 가지려면 n원떼기를 한다고 했을 때 n + n*2^1 + n*2^2 +... n*2^10 = n*2^11 - n의 자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n원을 1,000원이라고 하면 총 1000 * 2048 - 1000 = 2,047,000원의 시드머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베팅 제한이 1000 * 1024원보다는 커야 한다.


하지만 기계로는 베팅 금액이 제한이 되어있고, 베팅 제한이 훨씬 높은 테이블에서 하기에는 천 원씩 벌기에는 한 판당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결국 시드머니를 10배 이상 키우지 않는 이상 강원랜드에서 이 방법으로는 유의미한 돈을 벌 기 힘들다.



결론

그럼 나와 함께 갔던 두 친구의 결과는 어땠을까? 친구 A는 나와 같은 원칙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였고 다른 친구 B는 철저하게 감에 의존하여 플레이했다.

 앞서 말했듯 이런 식으로 원칙을 가지고 할 경우 확률 싸움이기 때문에 게임수가 정말 많아지면 어떤 값으로 수렴하겠지만 그 사이에는 내가 벌 때도 있고, 내가 잃을 때도 있다. 베스트 케이스는 내가 벌 때 게임에서 빠져야 하고 내가 잃었을 때 더 침착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벌었을 땐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잃었을 때는 감정적으로 원칙을 버리고 감에 의존하여 플레이하게 된다. 친구 A가 딱 이 케이스였는데, 이 친구는 20만 원이라는 시드머니로 시작했고 나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벌었었다. 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연패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때 감정이 개입되면서 원칙을 깨고 한 번에 5만 원씩 감에 의존하여 베팅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결국 5판을 버티지 못하고 20만 원을 한꺼번에 날리고 자본금을 모두 소진했다.

친구 B는 시드머니 20만 원에서 시작해서 5만 원과 같은 과감한 베팅을 여러 번 했는데, 순식간에 10만 원을 벌고 잃고 하다가 결국 추가로 뽑아온 10만 원까지 탕진하여 가장 빨리 자본금을 소진했다.


결국 우리 셋은 각각 10, 20, 30만 원을 강원랜드에 상납하고 가벼운 주머니로 집으로 향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한 번쯤은 놀러 가 볼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완전히 잃고 말도 안 되는 확률에 돈을 계속 뽑아 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도박의 무서움을 제대로 느꼈다. 정선과 같은 접근성 안 좋은 산골짜기에 카지노를 둔 게 나라에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들 하던데 정말 공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게임에서 튜토리얼을 끝나면 기본 장비를 주듯, 강원랜드에서도 게임 설명을 들으면 핑크 세면세트를 준다. (나 초보자요!라고 나타내는 가방이다..)
우리의 돈이 하이원을 밝게 빛내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향하기 전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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