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메타포를 무조건 배제해야 하나?
특정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각자 머리 속에 떠올리는 단어에 대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같은 이미지 형태를 떠올리게 하는 확고한 것이 있다면, 반대로 각자의 '경험'에 영향을 받아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A'라는 단어 → 'A'의 이미지(이미지 처리)
웹, 앱, 게임 등에서 인터페이스의 '기능'에 대해 사용자의 빠른 인지를 돕기 위한 이미지인 아이콘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디자이너는 해당 기능에 대한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형태를 찾아 기능에 이미지를 부여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유도해왔습니다.
'가'라는 기능 → 'A'의 이미지
하지만 이런 이미지도 문화, 기술, 트렌드 등 그 시기의 복합적인 이유로 변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환경이 발전이 하면서 이런 흐름도 빨라졌고, 이 때문에 초기에는 서비스나 os따라 사용되는 형태가 달라 많은 유저들이 혼란을 겪은 적도 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가장 부합되는 것이 저장 아이콘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 중 하나이며, 오랜 세월 동안 플로피 디스크의 형태로 인터페이스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의 시대가 오고, 플로피 디스크는 구시대의 산물이 되었으며 이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세대가 나타나면서 우리의 화면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저장 아이콘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플로피 디스크 형태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이는 저는 플로피 디스크 세대였고, 오랜 세월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을 봐오며 각인이 되었습니다.
후에 CD, USB 메모리, 메모리칩 등과 같은 것은 플로피 디스크를 대체할 것들은 나왔지만, 저장의 상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CD는 음악 플레이어에서 가진 이미지가 강했고, USB와 SD카드 같은 메모리칩은 저장의 메타포로 쓰이기엔 애매한 상징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다른 형태들이 플로피 디스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save icon관련 키워드를 검색을 통해 모은 아이콘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save와 download가 섞여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들이 기능으로써는 명백히 나눠지지만, 기능에 대한 이미지 상징을 명확하게 나누지 않고 사용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download 기능에도 플로피디스크 아이콘이 쓰인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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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려받기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저장 기능을 텍스트로 처리하는 등 아이콘 사용이 줄어들며 내려받기에 대한 상징이 또렷해지면서 모호했던 두 기능(다운로드/세이브)의 경계는 명확하게 나눠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앞에서 언급했듯 제가 살아오면서 각인된 플로피 디스크 형태로 인하여, 현재까지도 저는 저장에 대한 뚜렷한 상징을 생각해보면, 플로피 디스크만큼 뚜렷하고 확고하게 떠오르는 형태는 없는 것 같습니다.(매우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저와 비슷한 세대분들은 대부분 이러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D)
단순히 생각해보면, 현재의 모습들보다 플로피 디스크를 인식한 예전의 경험들의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현재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상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이젠 이미지 상징보단 SAVE / 저장 텍스트 그대로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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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자주 쓰는 서비스들 중에서도 여전히 저장의 아이콘 형태로 플로피 디스크를 쓰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선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이 3개의 프로그램을 자주 쓰는데 이들 전부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대에 맞는 메타포를 떠나 이 아이콘을 과거 플로피디스크라는 물리적인 형태에서 저장의 상징으로 계승시키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써온 프로그램이었기에 하나의 프로그램 속에 박혀 각인된 아이콘 이미지를 교체하기보다는 이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사용 중인 네이버 가계부도 저장의 아이콘으로 플로피 디스크 형태를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 가계부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타깃의 연령층을 고려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 가계부는 네이버의 타 서비스보다 전체적으로 올드한 메타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 덕분에, 높은 연령층의 타깃을 위하거나 오랜 세월 서비스되어왔고, 그만큼 오래 사용해왔던 기존 유저층이 있다면 그 서비스가 꼭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타이포를 사용하거나 리뉴얼을 해야만 할까? 그렇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순간의 이런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제품을 만들 때 한번쯤은 고려해볼 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