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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피셔 Dec 30. 2020

시대를 품은 예술 - 영화 '맹크'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방황하던 20대 초반 대학생 시절. 기말고사로 이런 문제가 나왔다. 곰곰이 생각하다 예술은 결국 그 사람의 솔직한 감정의 결과물이라는 내용의 글을 매우 장황하게 썼던 기억이 난다. 그 내용이 교수님이 원했던 답이 아니었는지 학점은 좋지 않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도 나는 같은 답을 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제목 : 맹크
감독 : 데이빗 핀처
배우 : 게리 올드먼, 아만다 사이프리드, 릴리 콜린스



   미술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결국 예술은 솔직함이다. 창작자의 솔직한 감정이 담긴 결과물.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예술 작품이 그렇다. 영화 '기생충'이 2020년의 보편적인 사회상을 담고 있다면, 영화 '시민 케인' 은 1930-4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담았다. 예술가가 본인이 살고 있는 시대에 영향을 받고 그 생각을 표출하는 건 자연스럽다. 반대로 대중들이 예술가에게 사회의 이야기를 담으라 요구하는 건 폭력적이다. 강요에 의해 어떤 작품이 나온다면 그건 예술이라기보다 상품이 아닐까. 예술은 시대를 재료로 삼는다. 그 재료를 선택하는 건 예술가의 자유다.


영화 '맹크' 스틸컷


   영화 '맹크'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각본을 쓴 맹키위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1940년 빅터빌의 노스 버드 목장에서 각본을 쓰고 있는 맹키위치의 모습과 헐리우드에서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는 1930년대 맹키위치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그에게 1930년 헐리우드는 어떤 재료였을까.


영화 '맹크' 스틸컷


   회상 속, 1930년의 맹키위치는 여러 사건들을 겪는다. 월급을 삭감하기 위해 직원들을 모아놓고 연극을 하는 대표를 보고, 사회주의 운동가 출신의 캘리포니아 주지사(업튼 싱클레어)를 낙선시키기 위해 제작된 가짜 뉴스 영상을 보게 된다. 결국 업튼 싱클레어는 패배하고, 감독이 되기 위해 가짜 뉴스 영상을 제작해야 했던 그의 동료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후 맹키위치는 한 연회장에서 돈키호테를 빗대어 유명 미디어사 대표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그의 애인인 메리언, 영화사 대표 메이어를 비꼬지만, 곧 조롱당한다.


영화 '맹크' 스틸컷


   1940년 오슨 웰스의 제안을 받은 맹키위치는 간호사 프리다, 속기사 리타의 도움을 받아 각본 작업을 시작한다. 당시 헐리우드 유명인사였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강하게 풍자하는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을 낳는다. 동생 조셉은 안전을 우려해 새로운 각본 작업을 제안하고 허스트의 애인인 여배우 메리언은 직접 그를 찾아와 영화 제작에서 손을 떼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결국 '시민 케인'의 각본을 완성하고 영화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린다.


   문학, 음악, 미술과는 다르게 영화는 혼자 만들 수 없는 예술매체다. 끊임없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어야 하며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기도 한다. 영화는 그 존재 자체로 상품과 예술 사이에 머물지만 제작하는 과정 역시 타협과 독단 사이에 있다. 하지만 '시민 케인'을 쓰는 맹키위치에게 타협은 없다.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그는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냈고, 이는 1930년대를 겪었던 맹키위치의 솔직한 감정의 예술품이다.


영화 '맹크' 스틸컷


   리타는 그를 도와 '시민 케인'의 각본을 작업하던 중 남편의 실종과 생존 소식을 접하고, 프리다를 통해 맹키위치의 선행을 듣는다. 시대는 예술가에게 무한한 재료가 된다. 영화 속 단순히 맹키위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던 리타와 프리다 역시 1940년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맹키위치는 1930년대 헐리우드라는 재료를 얻어 '시민 케인'을 완성했고, 리타와 프리다는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재료를 얻었다. 그들은 어떤 예술가가 되었을까. 


Written By. 낭만피셔
Photo By. 낭만피셔
Instagram : @romanticp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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