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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Aug 22. 2020

유연함과 용기있는 삶의 자세에 대하여

슬로베니아 뮤지션 블라도와 유고슬라비아 행위 예술가 마리나의 삶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두개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들에서 말하고 있는 살아감의 방식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잊기전에 담아놓기로 했다.


첫 번째 영상,

가수 정인과 조정치는 아이를 데리고 슬로베니아를 여행을 갔는데 우연히 들어갔던 키즈까페에서 슬로베니아의 거장 뮤지션 블라도 크레슬린(Vlado Kreslin)을 만나게 된다. 서로 즉석에서 노래를 들려주다가 이틑날 있는 블라도의 공연에 초대받게 되고, 결국 그 무대에서 갑작스럽게 노래를 한다. 공연이란게 늘 잘 짜여진 각본처럼 돌아가는게 익숙한 것 같은데, 이 사람은 공연으로 또 다른 예술을 한다. 본인들의 공연 색깔과는 조금 다를 수 도 있는 정인과 조정치를 게스트로 초대해서 공연을 만들고, 그 전에는 딸아이가 플룻을 불거나, 아버지가 공연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압권은 공연에 화가가 놀러왔었는데, 공연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것을 또 다른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아이디어도 넘친다. 조정치가 작곡을 하고, 정인이 녹음해서 보내주면 본인이 거기에 또 녹읍을 해서 듀엣을 만들자고 또 제안한다. 70대는 족히 되어보이는 사람의 생각이라기엔 너무 깨어있다. 이 사람이 몇번이고 하는 말, Why not? 이 정신이 너무 멋있다.


게스트 공연 중간에 기타 코드를 잘못 짚었다고 조정치가 실수를 고백한다. 그러자 블라도는 실수에 대해 관대하고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실수를 오히려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런 마인드 덕분에 공연전에도 그렇게 긴장을 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나보다.


슬로베니아에서 살아보기_Episode 04 중
실수는 뭐 (별 것 아니죠).
전 연주할 때 실수를 신경쓰지 않아요.
오히려 좋아해요.
왜냐하면 컴퓨터는 실수를 안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죠.
컴퓨터는 실수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사람이니까 실수를 하죠.
그게 좋은거예요.


실수에 대한 유연한 태도, 주변 사람들과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하모니에 대해 이렇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갑자기 이 사람이 너무 부러워진다.



두 번째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에 한동안 페이스북에서 인기 포스트 였던 뉴욕 미술관의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MoMA 미술관에서 "예술가가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 2010)" 라는 퍼포먼스를 했고, 자리에 앉아있으면 반대쪽에 앉는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었다. 22년전 헤어졌던 남자친구가 나타나서 전시 룰을 깨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리나는 그 전부터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대표작인 리듬O(1974)는 탁자위에 깃털, 장미, 가위, 립스틱, 망치 등을 올려놓고, 사람들이 그 물건 중 하나를 골라서 그녀의 신체에 어떤 행위든 마음껏 가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정함과 가학적인 행위들이 오가는 내용이었는데, 그녀는 대중들에게 모든 권한을 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조금 잔혹한 방법이긴 한데,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내려놓거나, 보이지 않는 한계를 깰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그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집요하게 찾아가면서 나의 삶에 스스로 벽을 쌓고, 오히려 단조롭고 안온하게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신이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죠.
여러분은 그저 뭔가를 하지만,
그렇게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살다보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해결책은 제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제가 알지 못하는 걸 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pLCCR487VC0&t=1579s

두번째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HB2iiv9jBiU

이미지 : https://unsplash.com/photos/U2aUJvVqk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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