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못 쓰는 이유

소심한 완벽주의자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거나 읽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가끔 재미있기는 하지만, 다른 재미에 비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럼에도 짧지 않은 기간 기자 생활을 하고,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또 창업까지 한 건 대체 왜일까. 나에게는 글이라는 것이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포맷이어서 아닐까 싶다. 표현할 때도 흡수할 때도 시간과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들어가서. 좀 더 솔직하게는, 내가 영상을 만들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는 등의 다른 표현 방식을 택할 자신이 없어서다.(소심합니다)

글이란 게 나같은 사람들이 접근하기에는 가장 좋은 수단이긴 하다. 나를 드러내는 일이 불편한 사람들. 내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보고 내 목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워지는 사람들. 매년 올해의 목표로 SNS 열심히 하기!! 적어 놓고 절대 안 하는 사람들. 인정받고 싶긴 한데, 막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희망 회로 이전에 걱정 회로가 돌아가는 사람들.

그렇다고 글쓰기가 쉽냐, 당연히 아니다. 나도 브런치 개설할 때는 야무진 꿈을 꿨다. 전공한 일본지역학에 대해 기록해 봐야지. 미디어와 언론에 대한 생각들을 써볼까? 아니 그냥 좋아하는 영화 얘기를 써서 평론가 부캐를 키우고 싶어.. 소심한 완벽주의자는 매번 진지하게 글의 구조를 짜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곤 했다. 고민은 첫 문장부터 시작된다. 리드를 뭘 쓰지? 임팩트 있는, 압축적인 그런 거 없나.

글이라고 하면, 완성도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나는) 대체 왜 그럴까. 나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일필휘지'의 강박이다. 첫 문장부터 강렬하게,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리드미컬한 글을 쓰겠다고 나서면, 프로 작가가 아닌 바에야 글쓰기 자체를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제가 증거입니다..)

쉽게 쓰고 가볍게 공유하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다. 그런 조언을 한번도 못 들어봐서 못 쓰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다면, 시스템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안 써도 되게 도와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나를 돕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