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을 다닌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았습니다.
IT 스타트업 씬에서 투자 돈이 흐르지 않고 찬바람이 분다는 이야기는 1-2년 전부터 익히 들어온 이야기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칼바람을 겪고 있다 해도, 지난해 말에 연봉폭이 이직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수치에 버금가게 오른 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더 강했습니다.
나에게도 일말의 가능성은 있을 거라 열어두고 있었지만 막상 그 이야기를 리프레시(안식) 휴가 후 복귀한 첫날 아침에 들으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휴가 중에, 회사가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들었던 생각은 ‘다시 떠오를지 아니면 완전히 침몰할지도 모르는 이 배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였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나의 가족이 아플 때, 내 곁을 지켜준 회사처럼 나도 회사가 힘들 때 곁을 지켜야겠다. 떠나더라도 회사가 화려하게 부활한 후에 떠나야지'
이 마음에 결정의 바닥에는 나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98% 정도 있었습니다. 2% 정도만 예외로 남겨두고요.
회사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말 좋아하고 응원했고 자긍심을 가졌었어요. 미국에서 인턴 시절 현업에서 겪었던 업계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었기에 입사하던 때부터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던 회사라니!' 하면서 제 눈은 빛이 났습니다.
스타트업 씬에서 수많은 투자사들로부터 관심을 빼앗고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이제 수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다니요. 그런 상황 자체가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대표는 담백하고도 투명하게 이 상황까지 끌고 온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회사에 자금이 얼마 남지 않아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대표가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복귀 전날까지도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제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기획안을 준비해 오려다가 전날 바쁜 일정이 생겨 말았는데 그러길 잘했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 이상 필요가 없어져버린 아이디어들도 그냥 입술에 머무르고 입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속으로 생각하며 "제가 바라는 건 지금 이 시기가 회사가 다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직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어려울 때에 회사 곁에 남으려 했던 제 마음을 몰라준 회사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복받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학생처럼 좋아하던 동료들과 매일 얼굴 보던 것들, 함께 점심 식사 하던 것들, 대화를 나누던 것들을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권고사직을 받은 날과 그다음 날까지… "왜 나였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남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요.
…….
- 2편에서 계속 -